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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여신과 수신 규모를 키우면서 우리나라 금융 지형을 바꾸고 있다. 조달 금리가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데다 모바일을 활용해 다양한 상품을 마련한 게 주효했다. 앞서 출범한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서도 빠르게 몸집을 불려 세계적으로도 우수 사례로 손 꼽힌다. 이에 <IB토마토>는 우리나라 인터넷전문은행의 글로벌 입지와 전략적 차별점, 그리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여수신 규모를 늘리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인터넷은행의 출범은 해외 사례를 따라가기보다는 독자적인 전략으로 입지를 넓혀 주목을 받고 있다.
인터넷은행 3사.(사진=각사)
미국서 시작해 세계적 트렌드로 '부상'
10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은 지난 1995년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 중국 등지로 확대됐다. 우리나라는 2010년대 출범했으며 동남아시아도 금융거래가 거의 없는 '씬파일러'를 대상으로 한 인터넷은행이 등장했다. 이 외에 네오뱅크, 챌린저뱅크 등 새로운 개념의 은행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대세로 떠오른 것은 시기와 고객 니즈 등이 맞아떨어져서다. 모바일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기술이 받쳐준 데다가 고객이 비대면 업무 방식을 선호하면서 뒷받침했다.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가 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되고 은행 고객으로 유입됐다. 특히 금융소외계층을 공략하고 점포 관리비 등 비용 절감을 통해 가격 경쟁력도 챙겼다.
올 상반기 기준 일본의 인터넷은행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라쿠텐은행이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2000년 재팬넷뱅크(현 페이페이은행)를 시작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이 도입됐다. 2024년 기준 일본 내에만 10개다. 라쿠텐은행과 SBI스미신넷뱅크의 자산이 인터넷은행 자산 중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영국에서도 은행업 구조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챌린저뱅크를 이용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챌린저뱅크는 소규모 특화 전문은행을 뜻한다. 일반 인터넷전문은행과 유사하나 주택담보대출 등 특정 서비스에 특화된 은행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영국의 챌린저뱅크로는 레볼루트, 몬조, 스탈링 등이 있다.
영국 내에서는 챌린저뱅크 이용자 증가에 따라 기존의 대형 은행 계좌 보유 고객 비율이 하락하고 있다. 지난 2009년 92%에서 최근 70%까지 떨어졌다. 챌린저뱅크 등이 설립 이래 최초로 월간 및 연간 흑자를 기록했는데, 스탈링뱅크의 경우 지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확대되는 등의 실적을 거뒀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인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네오뱅킹 시장규모는 984억달러다. 올해 말 1432억9000만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오는 2032년까지 3조4064억7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은산분리로 국내 도입…차별화된 전략 '핵심'
우리나라와 해외 인터넷전문은행은 앞선 국가들과 시기나 출발점이 다르다. 미국이 1990년대에 인터넷은행을 출범시키고 일본도 2000년에 들어서자마자 문을 열었다. 우리나라는 불과 몇 년 전에야 들어서기 시작했다.
국내 도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은산분리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이 의결권이 있는 은행 지분을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정이다. 산업자본이 금융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막는 게 목적이다. 지난 2019년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시행으로 보유지분 한도를 34%로 완화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설립 시도가 있었다. 지난 2002년 'V뱅크'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했으나 은산분리와 금융실명제에 막혀 무산됐다. 6년 후 금융위원회가 은행법 개정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 제도 도입을 추진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논의가 중단된 바 있다.
이후 2015년 6월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을 발표했으며 같은 해 11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예비인가를 취득했다. 사업계획의 혁신성이 주요 평가 항목으로 작용했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7월, 케이뱅크는 2017년 4월에 영업을 시작했다.
은산분리가 우리나라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에 영향을 미친만큼 전략도 차별화했다. 해외 인터넷전문은행은 산업자본을 투자받거나 기존 금융그룹의 지원으로 성장한 경우가 대다수다. 일본의 SBI스미신넷뱅크는 금융지주회사인 SBI홀딩스가 출자해 태어났다. SBI스미신넷뱅크는 2007년 9월 출범해 우리나라 인터넷은행보다도 10년가량 앞섰다. 유통 분야 자본으로 출범한 은행도 있다. 일본의 세븐뱅크로, 세븐일레븐재팬이 만들었다. 세븐뱅크의 경우 모회사 상품 판매 연계 여신 등이 주요 상품으로 기존 인터넷전문은행과는 차이가 있다.
미국도 일본과 비슷한 흐름을 띤다. 미국의 신용카드사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가 돈을 댄 아메리칸익스프레스내셔널뱅크가 대표적인 금융권 출자 인터넷 은행이다. 이미 모회사와 계열사 간의 연계 사업으로 수익을 내왔다. GM과 BMW가 만든 알리뱅크, BMW뱅크는 산업과의 연계영업에 중점을 두고 진행됐다.
다수 해외 인터넷은행의 경우 모회사 상품과 연계영업을 통해 여수신을 늘렸으며 산업자본이 투입된 경우에도 계열사 간 영업을 통해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우리나라에 대입하면 현대차나 GS리테일이 은행을 설립하고 5대 금융지주 또는 롯데카드가 인터넷은행을 출범시킨 것과 같다.
우리나라 인터넷은행의 경우 전략면에서도 차이가 크다. 산업과의 연계 보다는 플랫폼, 은행 서비스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해외 대비 출범 시기가 늦은 부분도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기존 비대면 은행 서비스가 여수신을 기반으로 했다면, 국내 인터넷은행들은 모바일 서비스를 우선 구축했다.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존과 다른 사용자 경험을 구현했다. 미국에서는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폐쇄한 사례도 있다.
금융 소비자의 니즈에 대한 반응 속도도 높였다. 단순한 '게이미피케이션'(게임요소 적용)이 아닌 금융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근접한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였다. 카카오뱅크는 26주 적금을 출시해 돈을 모으는 과정을 SNS로 공유할 수 있게 했다. 저축과 함께 재미 요소를 더했다는 평가다. 모임통장은 투명성을 무기로 수신고를 크게 늘렸다.
이뿐만 아니라 시작부터 풀뱅킹 서비스 은행으로 전략을 짠 게 주효했다. 당시 시중은행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비해 가격 경쟁력과 편리성을 높였다. 당시 여러 해외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자산관리나 지급 결제 등 주주와 연계된 서비스를 중심으로 특화했다.
인터넷은행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인터넷전문은행은 혁신서비스와 중저신용자 포용에 초점을 뒀다"라면서 "해외 인터넷전문은행과 마찬가지로 편의성과 가격 경쟁력 등 기본적인 주요 특징은 유사하지만 세부 전략 차이로 빠르게 성장했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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