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22대 국회 개원 이후 발의된 11개
정책금융기관 관련 법안은 국책은행 본점 이전과 주택도시기금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특히 대표적인 국책은행으로 꼽히는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세 곳의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법안이 발의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가장 많은 법안이 나온 주택도시기금법은 공공택지 사업부터 전세사기까지 다양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15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30일 22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가 평가대상으로 삼는 11개 정책금융기관과 관련해 발의된 법안은 총 17개입니다. 기관별로 보면 △산업은행 4개 △기업은행 1개 △수출입은행 1개 △주택금융공사 2개 △주택도시보증공사 5개 △신용보증기금 3개 △기술보증기금 1개입니다. 국책은행(6개)과 주택기관(7개) 법안이 주를 이뤘습니다. 정당 가운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17개 가운데 9개 법안을 발의했고 국민의힘은 6개, 조국혁신당은 2개를 내놨습니다. 11개 기관 가운데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한국벤처투자, 무역보험공사 등 4개 기관 관련 법안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여당, 국책은행 '부산 이전' 몰두
2대 국회에서 현재까지 발의된 정책금융기관 11개 관련 법안은 총 17개다. (사진=뉴스토마토)
17개 법안 가운데 가장 먼저 발의된 법안은 산업은행의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법안입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6월4일 한국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는데요. 현재 산업은행법 제4조(본점 및 지점 등의 설치) 1항에 따르면 서울특별시에 산업은행 본점을 둔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이 서울특별시를 '부산광역시'로 변경했습니다. 앞서 21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된 바 있습니다. 서병수 전 국민의힘 의원, 박재호 전 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했지만 모두 임기 만료 폐기됐습니다.
산은 부산 이전 법안이 21대 국회에 이어 올해에도 등장하는 이유는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이기 때문입니다. 윤석열정부는 국토 균형발전과 동남권을 대한민국 경제성장축으로 삼는다는 명분 아래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강석훈 산은 회장도 이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부산 이전을 위해서는 산은법이 개정돼야 합니다.
이에 따라 산은은 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산 조직을 확대했습니다.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남부권투자금융본부'를 신설했는데요. 이는 부산에 3개 센터로 구성된 신설 본부입니다.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산은 노조는 이를 두고 '불법 조직개편'이라며 여의도 산은 본점 출입구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김현준 산은 노조위원장은 "금번 조직개편은 단순히 직원 몇 명이 내려가는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강석훈 회장에게 '법 개정 전에 법 개정 효과를 내라'고 불법을 사주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지난 10일 열린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도 산은 부산 이전은 화두였습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노조와 경영진이 주요 이슈 발생 시 설명회, 간담회, 수시 면담을 통해 소통을 노력하고 있다"며 "기존 인력의 실무역량 강화, 신규 채용 등을 통해 퇴직으로 인한 인력 공백이 없도록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인력을 (부산으로) 내려보내고 하는 부분은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며 "더 가기 위해선 법률에서 근거가 명확해야 효과적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왼쪽)과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산은의 부산 이전을 두고 여야의 온도차는 여전합니다. 이헌승 국힘 의원은 같은 날 국감에서 "산업은행 이전에 대해 야당에서도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길 바란다"고 말했는데요.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산업은행 관련해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오 시장 설득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산은 부산 이전 논의가 본격화되자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부산 이전 법안도 등장했습니다.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한다는 내용이 담긴 중소기업은행법과 한국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산은을 필두로 정부 여당이 국내 모든 국책은행의 부산행을 추진하는 겁니다.
부산 이전 외의 내용으로 법안이 발의된 국책은행은 산은뿐입니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산은의 자본금을 30조원에서 40조원으로 증액하는 법안을 발의했는데요. 현재 동일 차주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분의25 이하로 제한되지만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대한 산은의 금융지원이 확대하기 위해 자본금 확대가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 역시 산은의 자본금을 50조로 확대하는 내용의 산업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기간 조성된 기간산업안정기금과 관련한 법안은 여야가 모두 발의했습니다. 산은이 운영하는 기간산업안정기금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간산업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금입니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과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오는 2025년 12월31일에 도래하는 운용기한에 앞서 기금의 잔여재산을 국고에 귀속시킨다는 내용의 기금 처리 방안을 산은법 개정안에 담았습니다.
최다 개정안 '주택도시기금법'
현재까지 11개 정책금융기관 가운데 가장 많은 법안이 발의된 기관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입니다. HUG는 주택도시기금을 운용하고 있는데요. 1981년에 조성된 주택도시기금(구 국민주택기금)은 주택 건설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서민층에 주택자금 지원을 위해 조성됐습니다.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제공해주는 사업을 진행하고 공공임대주택 공급, 도시재생사업 등 주택 정책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됩니다. 집값과 전세값이 폭등하면서 서민들의 주거가 위협을 받고 있고, 또한 경기악화까지 연결되고 있어 서민 주거와 관련 법안 발의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신생아 특례대출 관련 조항을 개정했습니다. 전 의원은 성별이 다른 3자녀 이상인 가구 등은 면적이 넓은 주택이 필요하지만 현행법에선 '국민주택규모 이하의 주택'으로 규정하고 있어 제도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개정안은 '국민주택규모 이하'를 삭제한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기금의 도시계정 용도에 공사중단 건축물 정비기금에 대한 융자를 추가했습니다. 공사중단 건축물을 철거·완공해 활용하는 정비사업 지원을 위해서 해당 건축물 소재지 관할 시·도지사는 '공사중단 건축물 정비기금'을 설치해야 합니다. 하지만 재원 마련이 어려워 2022년 10월 기준 정비기금을 조성한 지방자치단체가 전무해 개선 필요성이 대두됐는데요. 송 의원은 주택도시기금으로 장기간 방치된 건축물을 정비할 수 있도록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임대차와 관련한 정보를 임차인에게 제공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HUG가 보유한 임대인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건수, 보증금지 대상 여부, 최근 3년간 보증채무 이행 여부 등 정보를 임차인에게 알려 준다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현재는 정보 제공에 앞서 임대인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개정안은 임차인이 정보를 요구할 경우 임대인에게 정보 제공 사실을 사전에 고지만 하면 됩니다. 전세보증금 미반환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임차인에게 안심하고 계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한 법안입니다.
동일 내용 법안, 두 기관 향해 동시 발의도
(그래픽=뉴스토마토)
같은 내용의 법안을 양 기관에 동시 발의한 경우도 있습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주택도시기금법과 한국주택금융공사법을 개정해 HUG와 주금공 두 기관의 중도상환수수료 선제적 폐지 법안을 냈습니다.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은행권 중도상환수수료의 규모가 크고 비합리적이라는 지적에 따른 것입니다. HUG 디딤돌 대출, 주금공 보금자리론의 중도상환수수료를 폐지해 시중은행의 동참을 유도한다는 목적입니다.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주금공과 신용보증기금의 자금 운용에 관한 법안 두 개를 발의했습니다. 각각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과 신보 여유금을 운용함에 있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소를 고려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는데요. 장기적으로 수익률 제고와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한 목적입니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신보법과 기술보증기금법 개정안을 같은 날 발의했습니다. 정부는 2022년 양 기관에 기후대응보증사업을 통해 '기후대응기금'을 출연했는데요. 기금 운용과 관련한 법상 근거가 없는 점을 지적하며 근거 조항을 삽입한 법안을 제안했습니다.
한편 신보가 그간 꾸준히 추진해 오던 유동화회사보증(P-CBO) 직접 발행 관련 법안도 재등장했습니다. 지난해 9월 유의동 전 국힘 의원은 신보가 P-CBO를 직접 발행할 수 있는 근거 마련을 위해 신보법 개정안을 냈습니다. 하지만 이 법안은 통과하지 못하고, 21대 국회 임기 만료 폐기됐는데요.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9일 발의했습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유동화전문회사(SPC)는 개별회사가 발행한 회사채 등을 매입해 P-CBO를 발행합니다. 신보는 SPC가 부담하는 채무를 보증해 주며 신용등급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데요. 개정안이 통과되면 SPC를 거치지 않으며 발행 절차가 간소화됩니다. 이를 통해 발행 비용을 감소, 중소·중견기업에 약 375억원의 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입법부가 제 권한 찾아 구현해야"
정재호 K-정책금융연구소 소장은 "기술력이 좋아 선박 해외수주 요청이 많은데 RG(선수금환급보증) 를 무보, 수은이 끊어주지 않아서 발을 동동 구르는 중소기업들의 하소연도 있고, 국민으로부터 차입한 200조원이 넘는 국민주택기금을 이제는 집없는 사람을 위한 질 좋은 (영구)임대주택을 짓는 방향으로 과감히 쓰는 혁신책을 내놓아야 할 것인데 HUG(주택도시보증공사)는 국토교통부가 건설대기업이나 대형시행사에 휘둘리고 있으니 꿀먹은 벙어리처럼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는 증언도 있고, 고금리 시기에 기은의 중금채, 산은의 산금채 조달금리가 중소기업 여신금리를 높이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는데 중소벤처지원 정부예산이나 기금 예산 중 여유 예산은 기은, 산은의 저원가성 예금으로 예탁하여 벤처스타트업 지원 예산으로 쓴다든가 하여, 정책금융기관들이 구체적 내용을 법률에 명시하는 것이 제일 낫다고 본다. 법률에 못 담을 내용은 없다. 입법부가 자기 권한을 제대로 찾아서 구현할 때만 국민의 몸부림에 대한 응답이 되는 것이다"라고 힘줘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책금융의 7대 특성은 1) 특정 부문에 대한 금리인하, 투자, 보조금지급 등을 하는 우대금융이다, 2) 중소기업, 농어임업, 수출입, 주택, 해양, 소상공인, 서민, 구조개선 등으로 특화되어 있다. 3) 기본수단은 융자, 투자, 보증, 보험으로 한다. 4) 실행 기관은 은행, 기금, 투자펀드로 구성된다. 5) 모든 기관은 1사1법으로 통제를 받는 법인이다. 6) 법률과 예산과 감독을 하는 국회와 정부부처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 7) 시장에 대한 안전판, 선도적 지원 육성, 실패 보완이 기본 목표다"라고 말하면서 "돈을 조달하고 집행하는 구체적 툴은 정책금융기관이 갖고 있는데 국회의원들이 정책금융 7대 특성에 대한 이해를 기초로 정책금융기관들의 '1사1법' 개정안을 내는 것으로 귀결되어야만 업무의 완결성을 가질 수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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