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책임범위는?…대법 "중개 행위까지만"
대법 "공인중개사는 매매가 성립하도록 조력·주선"
"법적효과 '고지'는 중개행위 아니야…의무도 없음"
2024-10-15 10:20:07 2024-10-15 10:20:07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최근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부동산 매매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에 대한 책임론까지 불거졌습니다. 쟁점은 "공인중개사의 책임범위가 어디까지냐" 하는 겁니다. 지난달 12일 대법원은 공인중개사가 매매계약을 중개할 때 채무인수의 법적 성격을 조사·확인해 이를 설명해야 할 주의의무까지는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임대차 보증금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집을 판 집주인이 보증금을 대신 돌려주게 된 사안에서 원심의 판단을 뒤집어 공인중개사는 책임이 없다고 판결한 겁니다.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이 사건의 집주인은 한국에너지공단과 아파트 임대차계약을 맺었습니다. 이후 아파트를 팔면서 임대차 보증금을 매수인이 인수하는 조건으로 임대차 보증금을 공제한 돈만 받고, 매수인에게 아파트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줬습니다. 하지만 매수인이 채무인수에 관해 아무 조치 없이 매수한 아파트에 근저당권을 설정했고, 아파트는 경매로 넘어갔습니다. 매수인으로부터 임대차 보증금을 받지 못한 공단은 전세금 보장 신용보험자로부터 보험금을 받았고, 보험자는 집주인에게 전세금에 대한 구상금을 청구, 집주인이 돈을 모두 물어준 겁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치면 이튿날부터 대항력이 생기도록 했습니다. 대항력이 인정되면 제3자인 새 소유자에 대해서도 임대차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는 임대차가 존속된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임차인이 법인이어서 주민등록이 불가능해 대항력을 취득하지 못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한국토지공사나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주택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법인이 소속 직원의 주거용으로 주택을 임차한 경우 등에만 대항력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주택을 사는 경우 매수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게 되는데요. 이 사건처럼 임차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이 없다면, 일반적 채무인수의 법리에 따라 법적 성격이 달라집니다. 채무인수는 △면책적 채무인수 △병존적 채무인수 △이행인수 등으로 나뉩니다. 면책적 채무인수는 인수인만 채무를 부담하고, 병존적 채무인수는 종래 채무자와 인수인이 모두 채무를 부담합니다. 이행인수는 종래 채무자가 그대로 채무를 부담하고, 인수인이 채무자에 대해 그 채무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게 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상반되는 판단을 했는데요. 1심은 공인중개사가 매매계약서에서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췄는지를 확인하고, 그렇지 않다면 집주인이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법적 효과까지 고지하는 것이 중개행위의 범주에 당연히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공인중개사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하지만 2심은 임차인의 동의가 없을 경우 매수인이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할 수 없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그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임대차 보증금이 매매대금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거액이므로, 집주인이 임차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면하게 되는지가 계약의 중요한 내용이었다는 겁니다. 따라서 공인중개사가 이러한 설명을 제대로 했다면, 매수인이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할 때까지 집주인으로서는 아파트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지 않거나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공인중개사법 제2조 제1호 및 제3호에 의하면, 부동산중개업의 대상이 되는 중개행위는 중개대상물에 대하여 거래당사자 간의 매매·교환·임대차 그 밖에 권리의 득실변경에 관한 행위를 알선하는 것으로서, 당사자 사이에 매매 등 법률행위가 용이하게 성립할 수 있도록 조력하고 주선하는 사실행위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변호사법 제3조에서 규정한 법률 사무와는 구별된다는 겁니다. 채무인수의 법적 성격을 가리는 것은 법률 사무에 해당하므로 공인중개사가 조사·확인해 설명할 의무가 없고, 그와 관련해서 그릇된 정보를 전달한 것이 아니라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신의를 지켜 성실하게 중개행위를 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부동산 거래는 통상 거래액이 크고, 부동산을 담보로 자금을 융통하는 등 권리관계가 복잡한 경우가 많아 법적인 분쟁이 발생하기 쉬운데요. 특히 주택 거래는 자산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공인중개사는 일반적인 법률 사무를 취급할 수 없으므로 현재는 당사자가 직접 변호사를 통해 계약이 법적으로 문제는 없는지 확인해 예상되는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당사자가 등기를 꼼꼼히 확인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전세 사기를 당한 사례도 많이 나오는 현실을 고려할 때, 피해 방지를 위해 부동산 중개 거래 시 변호사의 자문을 받거나 계약서를 검토하도록 하는 등의 제도적인 보호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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