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사망과 상속포기…피해자 돈은?
법률구조공단 "가해자가 사망했어도 법적 채무 이행해야"
사기 피해자의 피해 회복 위한 '민사적 구제책' 마련 시급
2024-08-14 14:10:32 2024-08-14 14:10:32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보이스피싱, 전세사기, 보험사기, 투자사기, 다단계 사기, 폰지사기 등 사기의 종류와 수법은 나날이 다양해지고 그만큼 피해도 커지고 있는데요. 사기로 얻는 이익에 비해 실제 선고되는 형량이 낮아 소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팽배한 점도 사기죄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이철빈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특별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선고형을 결정할 때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대법원의 양형기준을 따르게 되는데요.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12일 133차 회의를 열고 일반 사기와 조직적 사기(보이스피싱이나 전세사기 등과 같이 다수인이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이고 전문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경우)에 대한 권고 형량 범위 중 일부를 상향하는 수정안을 마련했습니다.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른 범죄양상 다양화와 국민인식 전환 등을 반영해 이득액이 큰 유형을 위주로 상향한 겁니다.
 
사기죄의 양형기준은 이득액을 기준으로 △1억원 미만 △1억원 이상 ~ 5억원 미만 △5억원 이상 ~ 50억원 미만 △50억원 이상 ~ 300억원 미만 △300억원 이상인 경우로 나뉩니다. 3유형의 가중영역, 4유형 및 5유형의 기본영역과 가중영역의 상한을 상향했습니다. 특히 이득액이 300억원 이상인 5유형은 일반 사기라도 가중영역의 상한을 17년으로 상향해 특별조정을 통해 무기징역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했고, 조직적 사기의 5유형 가중영역은 무기징역까지 권고했습니다.
 
사기범죄의 강력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의 피해회복도 매우 중요합니다. 서민들이 사기 피해를 입으면 피해액이 전재산에 이르거나 대출을 받는 경우도 있어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고 결국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입니다.
 
사기 피해를 당하고 가해자가 잡혔다면 우선 형사절차에서 배상명령을 신청 수 있는데요(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피해액의 범위에 다툼이 있으면 각하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럴 때는 민사소송을 통해 집행권원을 확보하고 가해자의 재산을 강제집행하는 방법을 취해야 합니다. 사기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보통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됩니다.
 
민사소송에서 승소를 하더라도 가해자가 자력이 없으면 실제로 집행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는데요. 고의의 불법행위로 발생한 채권은 개인회생·파산 절차의 면책결정이 있어도 채권이 없어지지 않으므로 가해자의 자력이 회복될 것을 대비해 집행권원을 확보해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가해자가 사망하는 경우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유족은 사망한 가해자의 채무를 상속하게 되지만, 가해자가 자력이 없어 상속을 포기하거나 한정승인을 하면 채무를 변제받지 못하거나 가해자의 재산 한도에서만 변제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속인이 상속개시를 안 날로부터 3개월 안에 상속을 포기하면 말 그대로 상속재산은 상속인에게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한정승인도 신청할 수 있는 기간이 상속포기와 같은데요. 한정승인을 하면 상속으로 취득할 재산의 한도에서 사망한 사람의 채무 등을 변제하게 됩니다.
 
최근 상속인이 상속포기를 수리하는 심판을 받았더라도 상속 후 상속재산을 임의로 처분했다면 상속을 단순승인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판결이 있었는데요. 극단적인 선택을 한 투자자 B씨의 배우자인 C씨에게 투자금의 반환을 청구한 A씨가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승소한 겁니다.
 
A씨는 B씨가 운영하던 온라인 쇼핑몰을 인수하면서 투자금을 지급하고, 3개월간 순수익이 일정액에 미달하면 B씨는 A씨에게 투자금을 반환하기로 했는데요. 실제로 순수익이 미달해 투자금 반환을 약정하고 B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겁니다. 같은 문제로 다수의 피해자가 양산됐고, 피해자들끼리 모인 단체 카톡방까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판결은 피상속인 B씨와 상속인 C씨가 부부로서 경제공동체를 형성해 왔고, 상속 후 상속재산을 임의로 처분해 법정단순승인 사유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사건이었는데요. 실제로 부부간에는 재산을 함께 관리하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자금 흐름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법정단순승인 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했더라도 잘 따져보고 피해를 회복할 방안을 찾아봐야 할 것입니다.
 
사기가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데요.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기를 통해 일정 수준의 이득을 얻으면 걸려서 몇 년 징역을 받아도 이득라는 생각을 할 수 없도록 피해에 상응하는 처벌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사기를 당한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시키기 위해 민사적 측면의 구제책도 마련될 필요가 있습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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