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증시 대기자금 감소세가 뚜렷합니다. 투자자 예탁금이 50조원 미만으로 떨어졌고,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도 80조원이 깨졌습니다. 증권업계에선 미국 대선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불확실성, 부진한 기업실적 등에 투자자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다만 코스피가 저평가 국면에 들어선 상황인 만큼 증시 자금이 다시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예탁금·빚투 감소...증시 하락세 지속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 규모는 49조5973억원을 기록, 올해 1월 이후 9개월여만에 49조원대에 다시 진입했습니다. 1월 당시 코스피는 변동성이 확대되며 2680에서 2430까지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습니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일시적으로 맡겨 놓은 예수금입니다. 예탁금이 줄어든다는 것은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가 부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투자자들의 신용거래 규모 역시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투자자의 '빚투' 현황을 보여주는 신용공여잔고는 현재 17조8326억원입니다. 지난 6월 20조원대에서 2조원 넘게 감소한 것입니다. CMA 잔고도 약세를 보이며 같은 날 79조879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80조원대를 꾸준히 유지하던 CMA가 소폭 감소한 것입니다.
반면 개인 머니마켓펀드(MMF) 자금은 현재 17조2328억원으로 지난해 10월말 14조원대에서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시장 불안감으로 관망세에 돌아선 개인투자자들이 투자금을 MMF에 예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MMF는 채권·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단기 금융상품으로 비교적 안정성이 높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국내 주식시장은 지난 여름 이후 줄곧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코스피는 7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 중이고, 코스닥은 4월 이후 7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에 지친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 거래 대금도 줄어드는 흐름이 보이는데, 보통 주가가 하락하면 개인 매수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며 "당장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뚜렷한 상승 요인이 보이지 않아 단기적으로 투자자금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수출과 대외투자 등 외풍에 취약한 한국 경제도 투자 매력도를 낮추고 있단 설명입니다. 윤채현 포유환율연구소장은 "고객예탁금이 연중 최저치까지 떨어진 것은 그만큼 향후 국내 증시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 경제가 구조적으로 약화되는 상황에서 내년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내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국내 성장률은 사실상 기업 매출 증가율을 반영하는데, 최근 성장률이 0.1%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정부지출이 성장률을 2~3%까지 겨우 끌어올린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은 앞으로도 박스권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반도체가 외국인의 매물을 맞고 있는데, 바닥을 잡는 데 에너지를 쓰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실적 전망치 하향이 멈추고 수출증가율이 돌아설 것으로 전망될 때 다시 진입을 고민해도 충분하다는 설명입니다.
내년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여부가 불확실한 것도 투자자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지난해 시행할 예정이었던 금투세는 여야 합의로 2년 유예돼 내년 1월 시행으로 연기됐습니다. 그러나 유예기간 중에도 제도 도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키고, 투자자 이탈로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는 계속됐습니다.
11월 출렁임, 비중확대 기회 될수도
다만 올 연말까지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은 비중을 확대할 기회일 수 있다며 증시 자금이 다시 유입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습니다. 현재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배로 과거 3년 평균인 0.97배를 밑돌고 있어 저평가 상태로 평가됩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 대선 이후 불확실성 해소로 연말까지 국내 주식시장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라면서 "상반기처럼 PBR 1배를 넘어서기엔 기업들의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지만, 연말까지 지수 상승 여력은 6% 수준"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밸류에이션 정상화만으로도 2740~2750선 회복이 가능하다"면서 "기술적 분석 측면에서 되돌림 비율을 감안할때 2770선까지도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4분기에는 실질적인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되는 데다, 미국의 경기저점 통과, 중국의 경우 경기부양책 효과에 따른 회복세 강화 등에 힘입어 강한 상승을 전망했습니다. 국내 증시의 과대 낙폭을 기회로 보고 다시 투자자금이 유입될 지 주목됩니다.
증기대기자금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사진은 금융권 딜링룸의 모습. (사진=뉴시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