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뒤덮은 '분노의 함성'…이재명 "국민 맞선 대통령 최후 비참"
서울역서 '국정농단 규탄 범국민대회
민주당 지도부 일부 집회서 '탄핵' 언급도
국민의힘 "민주당 장외 투쟁은 민생포기"
2024-11-02 17:10:22 2024-11-02 17:10:2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역 인근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및 특검 촉구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장외 집회에서 "국민에 맞선 대통령은 성공할 수 없음을, 그들은 끝내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음을 국민항쟁 승리의 우리 역사가 증명한다"며 "대통령이 국민의 청력과 지능을 테스트하면 안 된다. 대통령실은 온 국민이 대통령의 육성을 들었는데도 또 국민을 속이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2일 오후 서울역 일대에서 민주당이 주최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 행동의 날' 집회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는 지난달 31일 민주당이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17초짜리 통화 녹음 파일을 거론한 것입니다. 
 
이날 집회는 민주당 지도부와 국회의원, 당직자를 비롯해 각 지역위원회에 '총동원령'을 내려 서울서 모였는데요. 민주당은 서울역과 숭례문, 시청 일대에서 열린 이번 집회에 약 10만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이 대표는 이날 연설을 시작하며 양해 말씀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2016년 10월 29일 청계광장에서 박근혜 정권의 무도함을 질타하는 연설을 한 적이 있다"며 "성남시장, 변방의 장수여서 드리고 싶은 말씀을 자유롭게 드렸으나, 지금은 제1야당 대표라 무거운 책임감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없다는 점을 양해 부탁드린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이 대표 연설 전 민주당 일부 지도부가 '탄핵'을 언급한 것과 그동안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등 야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주장을 펼치는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2016년 겨울을 떠올려 보면 가녀린 촛불로 부정한 권력을 무릎 꿇렸을 때, 우리는 주권자를 배반한 권력, 선출되지 않은 권력자의 국정농단은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질 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어처구니없게도 최악의 정권을 맞아 3년도 안 된 시간에 그 모든 꿈은 산산이 부서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2일 서울역 인근에서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및 특검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에서 일어난 '이태원 참사'를 비롯한 '오송 참사'와 '채해병 사건' 등도 언급했는데요. 그는 "21세기 대명천지 서울 한복판에서 159명의 꽃다운 젊은이가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다"며 "멀쩡하게 도로를 달리던 차들이 수장을 당했다. 젊은 해병은 이유도 모른 채 불귀의 객이 됐다"고 했습니다. 
 
이어 "최악의 경기침체로 일자리는 줄고 지갑은 얇아졌는데 이자, 월세, 물가, 환율은 치솟는다"며 "자영업자가 사상 최대로 폐업하고, 수출마저 뒷걸음질이며, 소상공인 중소기업 대기업할 것 없이 한계 상황에 몰렸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민주당이 제안한 경제회생을 위한 지원과 대책을 요구했지만 윤 정부는 '마이동풍'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일갈했습니다. 
 
또 "이 정부는 비전도 대책도 없다. 무능·무책임·무대책을 넘어 국가안위나 국민의 삶에 관심조차 없다"며 "고속도로 종점을 멋대로 바꾸로 유권무죄 무권유죄식 검찰권 행사 등 사익과 정치탄압을 위한 권력남용에는 진심인데, 국민과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하는지 알 길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밖에도 초부자 감세로 인한 문제, 불평등과 양극화 심화 등 서민 경제에 어려움이 크다는 지적도 했습니다. 
 
윤 정부의 잘못된 외교정책도 비판했는데요. 이 대표는 "세계의 경찰이란 미국도 마음대로 못하는 게 국제관계인데, 윤 정부는 지난 임기 내내 세계경찰 흉내를 내며 '이념 가치 외교'의 깃발을 높이 들고 편향적 진영외교로 일관해 주변 강대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해 적대국가로 만들었다"며 "남북은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치달았고, 보수정권이 열고 민주정부가 발전시킨 북방외교는 윤석열 정권에 의해 북방폐쇄, 북러군사 동맹으로 퇴행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대표는 최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 대한 발언을 쏟아낸 윤 대통령을 비판했습니다. 그는 "당장 전쟁이 나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인데, 이 정권은 이역만리타국 간 전쟁까지 한반도로 끌어오지 못해 안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여당을 향한 질책도 나왔습니다. 이 대표는 "국민 삶을 책임져야 할 여당이 대통령과 당대표의 무한 권력 다툼과 계파갈등 속에 백팔번뇌하는 대통령실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했다"며 "정부·여당은 국민을 업신여기고 권력을 즐기며, 정치 아닌 정쟁에 몰두했다. 국회와 국민의 동의 없는 우크라이나 파병, 살상무기 지원, 무제한적 거부권 행사, 시행령 통치와 권력남용 등 헌법과 원칙을 어기며 민주주의를 파괴했다"고 말했는데요. 그러면서 이 정부는 상습적으로 법을 어기고 있어 '범법 정권'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2일 서울역 인근에서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및 특검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면서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유린당하고 있다"며 '김건희 특검과 해병대원 특검 수용' '민생경제 긴급 조치 시행' '전쟁 유발 정책 중단' 등을 요구했습니다. 이 대표는 "대통령과 정부에 요구한다. 국민의 압도적 주권의지가 반영된 김건희 특검법과 채해병 특검법을 즉각 수용하라. 고사 직전 민생경제를 살리는 긴급한 조치를 지금 즉각 시행하라. 민생과 경제에 치명적인 전쟁 유발 책동을 중단하고, 한반도 평화의 길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대표의 연설 외에도 이날 장외 투쟁에서 민주당 지도부도 김건희 여사 특검법 처리를 위한 발언들은 나왔지만, 정권 퇴진 운동과 다르다며 거리를 두는 이들도 있었는데요. 일부는 '대통령 탄핵'과 '하야'를 요구하는 발언도 나왔습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단 왕국은 끝나고 민주 공화국이 새 출발하는 출정일로 특검이든 탄핵이든 개헌이든 대한의 봄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박정희보다 잔인하고, 전두환보다 뻔뻔한 '부부 날강도'는 박정희·전두환보다 무서운 철퇴를 맞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비리에다 무능하기까지 한 대통령은 이제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내려와야 한다. 윤 대통령은 물러나라"고 거센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김병주 최고의원도 "무도한 윤석열 정권을 내려야 한다. 오늘이 그 행동의 날"이며 "윤 정권을 추락시키고 끝장내기 위해 힘을 모으자"는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한편 이날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장외 투쟁을 비판했는데요. 김혜란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민생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거대야당이 오늘 또다시 당력을 총동원해 대규모 장외투쟁에 나섰다"면서 "국회에서 입법전횡을 일삼던 원내 제1야당이 장외로 나간다는 말은 이들이 진정 원하는 바가 우리 헌법질서가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나 있다는 방증"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이어 "전국에 총동원령까지 내려가며 머릿수로 위력을 과시해 국정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이재명 무죄'라는 여론을 조성해 사법부를 압박하려는 속셈"이라고 지적하며 "법 앞에 그 누구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더욱이 거대야당의 당 대표란 지위가 범죄혐의자의 방탄 목적으로 활용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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