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이지유 기자] 고물가 장기화로 짠물 소비 경향이 굳어지면서 오프라인 업태별 실적도 엇갈렸습니다. 불황 속 가성비 상품 전략을 펼치고 있는 편의점 업체들은 외형 성장을 이뤄낸 반면 백화점과 면세점 등 다른 오프라인 유통 채널은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 영향을 비껴가지 못한 모습입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2조3256억원, 영업이익 912억원을 달성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4%, 영업이익은 4.8% 증가했습니다. 우량 신규점 개점을 비롯해 두바이 초콜릿, 간편식 등 차별화 상품이 호응을 얻으며 매출 상승을 견인했습니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전년 동기보다 3.7% 증가한 매출 3조547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처음으로 매출 3조원을 돌파했습니다. 편의점과 슈퍼마켓 신규 출점으로 운영점이 늘면서 매출도 성장한 것입니다. 다만 판매비와 관리비 증가, 개발사업 관련 수익인식 중단 등으로 영업이익은 24.1% 감소한 806억원에 그쳤습니다.
편의점 사업만 보면, 매출은 2조3068억원으로 1년 전 대비 3.9% 늘었고, 영업이익은 729억원으로 5.1% 줄었습니다. 영업이익 감소에 대해 GS리테일 측은 "운영점 증가에 따른 감가상각비와 광고 판촉비 등의 증가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 내부. (사진=김성은 기자)
편의점의 경우 업체에 따라 수익성에 차이가 있지만 외형 성장은 물론 점포 수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인데요. 다른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상황은 사뭇 다릅니다.
3분기 롯데쇼핑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 3조5684억원, 155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4.6% 줄었고, 영업이익은 9.1% 늘었습니다.
국내 백화점 사업의 매출은 전년 대비 1.5% 감소했습니다. 식품과 리빙 제품 판매는 증가했으나 고온 지속으로 패션 제품 수요가 줄어든 영향입니다. 그로서리 사업(국내 마트·슈퍼)은 경기 침체와 공휴일 감소 등으로 전년 대비 -5.8%의 매출 감소율을 보였습니다.
(표=뉴스토마토)
현대백화점은 전년보다 3.2% 확대된 매출 1조368억원을 달성했으나, 영업이익은 12.7% 감소한 64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명품과 의류의 매출 부진으로 백화점 부문 매출은 2.1%, 중국 관광객 회복세 둔화로 면세점 매출은 3.9% 각각 줄었습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리뉴얼 공사로 커넥트현대 부산의 영업이 일시 중단됐고, 올해 따뜻한 날씨 지속으로 가을·겨울 시즌 패션 매출이 감소했다"면서 "면세점의 경우 인천공항점은 여객량 증가와 경쟁력 있는 브랜드 유치로 흑자를 기록했지만, 중국 내수 부진과 외국인 관광 트렌드 변화로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감소했다"고 말했습니다.
신세계의 매출은 1조5401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930억원으로 29.5% 쪼그라들었습니다. 백화점 부문 매출은 2.1% 오르며 백화점 3사 중 유일하게 매출 성장을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4.8% 줄었습니다. 면세점 사업 또한 8.2%의 매출 증가에도 16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경기 침체 속 고물가 현상 장기화로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낮아졌습니다. 동시에 소비 패턴은 가까운 곳에서 필요한 물건을 소량으로 구매하는 방향으로 변화했죠. 이렇다 보니 백화점과 대형마트, 면세점 등 전반적인 유통업계는 실적 부진을 겪고 있습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내 주요 오프라인 유통업체 총 13곳을 대상으로 올 3분기 업태별 매출 증감률을 조사한 결과 △편의점이 3.3%로 오프라인 업체 중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어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1.8%로 소폭 상승했고, △대형마트 -2.9%, △백화점 -0.7%로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장기 불황 초입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년 경제성장 전망치 또한 하향 조정됐다"면서 "경기하방 압력이 강해질 때 소비 심리 위축이 나타나는데, 인플레이션으로 실질소득이 줄어 소비는 더욱 얼어붙게 됐다"고 소비 위축 배경을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이미 포화 상태인 데다 백화점의 주요 매출 창구인 명품을 구입하는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며 "반면 편의점은 비교적 경기 영향을 덜 받는 생활필수품 위주로 구성돼 매출 증가세와 출점 확대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성은·이지유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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