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커피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르는 이른바 '커피플레이션' 확산 조짐에 초저가 홈카페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국제 원두 가격 급등세를 버티지 못하고 국내 카페 프랜차이즈 업체가 음료 가격을 올렸고 뒤이어 인스턴트 커피 가격마저 오르면서 소비자들은 집에서 저렴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는 홈카페 제품으로 눈길을 돌리는 추세인데요. 유통업계는 잇달아 초저가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습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네스프레소 호환 캡슐커피인 '290 블렌드 캡슐커피'를 출시한다고 26일 알렸습니다. 캡슐 10개가 들어간 제품 가격은 2900원으로 캡슐 1개당 290원, 1g당 단가는 58원입니다.
CU는 올해부터 1000원 이하 초가성비 상품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이번 캡슐커피 출시는 고물가 시대 가성비 커피 제품을 찾는 수요를 잡기 위함입니다. CU 측 관계자는 "CU의 즉석원두커피인 '겟(get)커피'에 들어가는 브라질·콜롬비아산 원두를 대량 구매해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물량을 확보하고 원가를 절감했다"며 "제조사의 기존 라인을 사용해 가동률을 최대로 높이는 등 공정 효율화로 생산 단가를 낮췄으며,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자체 마진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균일가 생활용품점 아성다이소도 네스프레소 호환 캡슐커피 6종을 내놨습니다. '아라비카 블렌드 캡슐커피(라이트·마일드·다크)'와 '게이샤 블렌드 캡슐커피(에티오피아·콜롬비아·과테말라)' 10개입 제품은 각 3000원, 50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캡슐커피 1개당 가격은 300~500원입니다.
스틱커피 시장에 도전장을 낸 곳도 있습니다. 더본코리아는 이달 스틱커피 '빽다방 아메리카노'와 '빽다방 커피믹스 클래식'을 출시했습니다. 20개가 들어간 두 제품의 정가는 각 4500원으로, 스틱 1개당 225원인 셈입니다. 100개입 제품은 2만원이 채 되지 않아 1개당 가격은 100원 후반대로 떨어집니다.
서울의 한 마트에 커피 제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몇 년째 고물가 현상이 이어지는 데다 커피 대중화로 커피 머신을 두는 가정이 늘면서 홈카페 제품 수요는 확대됐는데요.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05잔으로, 전 세계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인 152잔의 약 2.7배에 달합니다.
하지만 주요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과 베트남의 기후 위기 등으로 국제 원두 가격이 치솟고 고환율이 지속되자 국내 커피 가격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를 보면, 이달 10일 미국 뉴욕상품 거래소(NYBOT-ICE)에서 거래된 내년 3월 인도분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톤(t)당 7366.67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24일 종가는 7244.32달러로 연초 대비 약 73% 뛰었습니다.
인스턴트 커피에 주로 사용되는 로부스타 원두 또한 지난달 28일 영국 런던 국제금융선물거래소(LIFFE)에서 톤당 5565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역대 최고가를 썼습니다. 올해 5월까지만 해도 월평균 3000달러대를 보였으나, 최근 5000달러 초반까지 가격이 올랐습니다.
이에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 8월 그란데와 벤티 사이즈 음료 가격을 각 300원, 600원 인상했으며, 일부 원두 상품의 가격을 올렸습니다. 11월에는 커피류를 제외한 아이스 음료 11종의 톨 사이즈 가격을 200원씩 상향 조정했습니다. 국내 인스턴트 커피 시장 점유율 78%가량을 차지하는 동서식품은 지난달 15일부터 인스턴트 커피, 커피믹스, 커피음료 등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8.9% 인상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커피플레이션 현상에 저렴한 가격으로 기존의 커피 맛을 내는 제품을 찾는 손길은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커피는 전 국민이 매일 마시는 기호식품이다 보니 가격 민감도가 높다. 제품 하나에 몇백원 올라도 한 달 치로 계산하면 부담이 꽤 커진다"면서 "반면 커피 입맛은 상향 평준화되고 있어 맛과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저렴한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