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우리나라 대중문화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한식과 라면, 과자 등을 아우르는 K-푸드로 퍼지면서 국내 식품기업들이 수출 특수를 맞았습니다. 가파른 수출 실적에 정부는 K푸드를 '10대 전략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팔을 걷었습니다. 하지만 K푸드 인기가 지금처럼 계속될 것이라 장담하긴 어렵습니다. K푸드를 거대 산업으로 키우고 수출 성장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식 세계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업계는 입을 모읍니다.
1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10월 농식품(K-푸드) 수출액은 81억8500만 달러로 전년 동기(75억2950만 달러) 대비 8.7% 증가했습니다. 역대 10월 말 누적 수출액 중 최대 실적입니다.
특히 K푸드 수출을 견인하는 라면의 누적 수출액은 10억208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1년 동안의 라면 수출액은 9억5240만 달러였는데, 올해는 10개월 만에 10억 달러를 돌파한 것입니다. 라면 수출은 2014년 이후 9년 연속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라면이 높은 수출액을 보였다면 수출액 증가율은 떡볶이, 냉동 김밥 등 쌀가공식품이 두드러졌습니다. 올 10월까지 쌀가공식품 수출액은 2억4870만 달러로, 전년(1억7520만 달러) 대비 41.9% 뛰었습니다. 한국 냉동 김밥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의 경우 쌀가공식품 수출 실적이 1년 전보다 56% 늘었고, 지난 9월부터 냉동 김밥이 새롭게 수출된 중국 시장 또한 40%의 쌀가공식품 증가율을 나타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농림부는 "농식품 수출은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 10월 말까지 82억 달러를 기록하며 100억 달러 목표 달성을 앞두고 있다"면서 "라면 수출은 지난해보다 30% 성장하며 최초로 10억 달러를 넘어섰고, 지난해 미국에서 열풍이 불었던 냉동 김밥도 약 70% 성장하며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정부는 K푸드 산업을 10대 전략 수출산업으로 키우고자 합니다. 지난해 농식품과 펫푸드, 스마트팜 등 전후방산업을 포함한 'K푸드 플러스' 수출액은 121억4000만 달러입니다. 우리나라 수출을 이끄는 반도체, 자동차 등에 이어 K푸드 플러스는 12위 수준입니다.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K푸드 플러스 수출액 목표를 230억 달러로 설정하고, 주무 부처와의 협력 강화, 수출 지원체계 개편, 투자 활성화 등을 통해 성장 기반을 닦겠다는 방침입니다.
K-콘텐츠의 힘…"물 들어올 때 노 젓자"
이처럼 수출 효자 품목으로 거듭난 K푸드의 배경에는 드라마, 영화 등 K-콘텐츠의 세계적 인기가 큰 힘이 됐다는 분석입니다. 외국인들이 인기 콘텐츠에 등장하는 한식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는 곧 한국 제품 소비로 이어졌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달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죠. 유튜브 채널 '영국남자'에 영국인들이 불닭볶음면을 먹는 영상이 올라왔고, 이는 큰 호응을 얻으면서 불닭볶음면 먹기 챌린지가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여기에 국내 식품기업들은 현지 대형마트에 상품을 입점시키는 등 적극적인 유통망 확대 행보를 취했습니다. 동시에 나라별 환경과 소비자 입맛에 맞춘 제품을 개발해 라인업을 강화하며 빠르게 해외 시장을 공략해 나갔습니다.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해외에서 상을 받고, K팝 아이돌들이 전 세계 주목을 받으면서 자연스레 K푸드 노출도 늘었다"면서 "이제 해외에서 한국 식품 주 고객층은 교민에서 현지인으로 옮겨갔다. 마케팅 등에 더욱 박차를 가해 현지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대형마트에 한국 라면이 진열돼 있다. (사진=김성은 기자)
식품기업들은 수출 증가를 내다보고 물량 확보를 위해 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삼양식품은 1643억원을 투입해 밀양2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농심은 부산에 연간 5억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는 '녹산 수출전용 공장' 설립을 결정했습니다. 대상은 내년 상반기 폴란드 김치 공장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하이트진로는 '소주 세계화'를 선언하고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구축 중입니다.
CJ제일제당은 만두, 롤, 치킨 등 7가지 글로벌 전략 제품을 선정하고, 'K푸드 신영토 확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국 콘텐츠와의 협업도 추진합니다. CJ제일제당 브랜드 '비비고'는 시즌1의 인기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시즌2'와의 컬래버 제품을 14개국에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기업들이 식품 수출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K푸드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도록 지속적인 지원과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사람들이 새로운 음식에 적응하고 입맛이 변화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현재 K푸드 인기가 반짝 호기심에 지나지 않고 꾸준한 소비로 이어지도록 하려면 한식 세계화가 뒷받침돼 세계인의 일상에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지형 한양여대 외식산업과 교수는 "우리가 30~40년 전부터 먹던 라면, 과자를 아직도 먹고 있는 것처럼 식습관은 잘 바뀌지 않는 특성이 있다"면서 "지금의 K푸드 인기를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잘 다져놓으면 앞으로도 K푸드 수출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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