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PRS, 기업의 약인가 독인가…'마이너스 통장' 논란
공정위, 계열사 간 TRS 거래 제재 예고
TRS와 PRS, 비슷하지만 담보 범위서 차이
담보 기업 가치에 따른 리스크 관리해야
2024-11-28 06:00:00 2024-11-28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6일 17:4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최근 '주가수익스와프(PRS Price Return Swap)'를 이용한 기업의 자금조달이 주목받고 있다. 기업공개(IPO)나 채권 등을 통해 자금 수혈이 어려운 기업들이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회계상 부채로 잡히지 않아 부담이 적다. 일종의 신용대출과도 같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대기업 계열사 간 파생상품을 이용한 편법 신용보증에 대한 제재 조치를 예고하면서 지속가능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번 조치에서는 PSR의 담보물이 채권이 아닌 주식이라는 점 때문에 제외됐지만 위기기업의 '마이너스 통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언제든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정위, 편법 자금조달 철퇴 예고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계열사 기초자산을 기반으로 한 파생상품을 다른 계열사가 사들이거나 신용보증을 하는 행위를 탈법행위로 규정해 이에 대한 조치를 예고했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가 발표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적용되는 탈법행위의 유형 및 기준 지정고시' 제정안에 따르면 실질적인 채무보증 효과를 발생시키는 거래로 총주식스와프(TRS), 신용연계채권(CLN), 신용부도스와프(CDS) 등이 열거됐다.
 
대표적으로 TRS는 대출채권이나 발행증권 등을 기초자산으로 발생하는 실제 현금흐름과 사전에 정한 확정 현금흐름을 교환하는 거래다.
 
예를 들어 재벌기업의 계열사 A사가 자금 조달을 위해 사채를 발행하고 주관사로 금융사 B를 선정한다고 할 때, 같은 재벌 계열의 C사가 A사가 발행한 사채에 대해 B사와 TRS 계약을 맺음으로서 C사는 A사가 발행한 사채에 대해 신용보증을 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현재 재벌기업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10조2항 ’계열회사에 대한 채무보증의 금지 조항‘에 따라 상호출자제한 기업은 계열회사에 대한 채무 보증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를 TRS를 통해 우회했다는 게 공정위의 지적이다.
 
공정위는 해당 문제에 대해 고시 제정일로부터 6개월 이후 새롭게 계약한 파생상품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고시가 시행되면 상호출자집단이 파생상품을 채무보증제한제도 우회수단으로 악용하는 행위가 효과적으로 차단될 것"이라며 "기업들의 예측가능성 역시 높아져 파생상품을 통한 채무보증 탈법행위에 대한 억지력이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주식 취득 금지에 PRS 제동 가능성
 
이번 공정위의 조치에선 제재 범위를 회사채와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 등 채권형태의 기초자산으로 한정했다. 하지만 현행 공정거래법 21조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소속 회사에 대한 자기주식 취득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자금 조달시장에서 자금조달 창구로 주목받은 PRS도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PRS는 TRS의 일종으로 TRS의 조건에서 배당권과 의결권을 제외한 담보 주식가치만을 고려대상으로 삼는다. 투자자들이 해당 자산을 처분할 때 매각액과 최초 매수액의 차액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최근 자본시장에선 기존 IPO나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이 PRS를 찾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기업가치를 가늠하기 어려운 비상장 계열사가 PRS를 통해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이슈가 됐다. 
 
롯데케미칼 미국 루이지애나 찰스레이크 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대표적인 예는 롯데케미칼(011170)과 메리츠증권 간 PRS 계약이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자회사 롯데케미칼루이지애나(LCLA)의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메리츠증권과 6600억원 규모 PRS 계약을 맺었다. LCLA의 지분 40%가 담보다. 단기사채 상환 보증의무를 롯데케미칼이 지는 대신 금리를 낮췄다. 
 
SK온도 1조5000억원 규모 제3 유상증자 과정에서 PRS를 활용했다. 한국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 KB증권 등이 참여한 유상증자에서 SK이노베이션은 PRS를 통해 자금조달에 나섰다. SK온의 기업가치는 31조원으로 책정됐다.
 
IPO 난항이 계속되고 있는 신세계(004170)그룹의 SSG닷컴 역시 1조1500억원 규모의 PRS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주체는 지배주주인 이마트(139480)와 신세계다. 이번 계약에서 이마트와 신세계는 SSG닷컴의 기업가치로 3조8333억원을 매겼다.
 
PRS 보다 IPO를 통한 기업가치가 더 높게 책정된다면 증권사와 기업 모두 윈윈이지만 반대의 경우 자금조달 부담은 더 커진다.
 
기업 성장을 담보로 한 '마이너스 통장' 우려
 
현재 PRS는 주식담보대출의 일종으로 평가된다. 계약 만기 시 주가가 기준가보다 낮거나 높으면 서로 차익을 물어주는 형태다. 이 과정에서 자금을 대여한 금융사는 자금 대여와 함께 일정 수준의 수수료 수익도 챙길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담보로 잡은 주식을 기반으로 단기 사채 발행과 같은 부수적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이어진 PRS는 대개 기업의 가치 설정이 불명확한 비상장 기업의 주식을 담보로 진행됐다. 자금을 빌려준 금융사의 리스크는 담보 가치에 달려있다. 문제는 기업의 가치 판단이 어려워 리스크 관리에 한계가 있고, 주식을 매각할 곳을 찾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만기 때 기업가치가 하락했을 경우 져야 하는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비상장사의 경우 지분 매각이 어려워 PRS 담보 지분을 실제 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사야 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22년 두산에너빌리티(034020)두산밥캣(241560) PRS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8년 NH투자증권(005940),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039490), 신영증권(001720) 등 4곳의 금융기관과 두산밥캣 주식 1057만8070주를 3681억원에 매각하면서 두산밥캣 주식 전량 PRS 계약을 맺었다. 
 
계약 당시 두산밥캣의 주당 기준가는 3만4800원었다. 2021년까지 주식시장 활황과 두산밥캣의 업황 개선으로 해당 계약은 지속적으로 갱신되면서 두산 에너빌리티의 든든한 자금줄이 됐다.
 
하지만 2022년부터 두산밥캣의 주가가 하락하자 두산에너빌리티에 부담이 됐다. 결국 2023년 두산에너빌리티는 증권사 4곳과 두산밥캣에 대한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을 통해 PRS를 5년 만에 청산했다. 블록딜에서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밥캣 1주당 지불한 금액은 3만6600원이다. 결과적으로 웃돈을 주고 다시 사 온 셈이다.  
 
한영수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당시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 PRS 관련 오버행 이슈로 불확실성에 직면했었다"라며 "결국 불확실성은 PRS가 청산되고 나서야 해결됐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 PRS는 아직 조심스럽다. 최근 들어 자금 조달 방법으로서 주목받은 만큼 사례가 많지 않다. 하지만 구조상 가지는 취약점은 금융시장의 또 다른 과제로 남았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아직까지는 PRS와 관련한 큰 부실화 이슈가 없어서 당국의 제재안은 피해간 것으로 보인다”라며 “하지만 TRS에 대한 당국의 제재가 시작된 만큼 PRS도 향후 사업의 지속성에 대해서는 장담하기 어려워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이뤄진 주요 PRS 딜의 경우 비상장사인 데다 지분 처분 또한 한계가 분명한 만큼 금융사도 리스크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