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민주당이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검사 3명에 대한 탄핵 절차에 본격적으로 돌입했습니다. 이들에 대한 탄핵 사유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의혹들의 진상규명을 막았다는 것인데요. 결국 칼끝은 김 여사를 향하고 있는 셈입니다.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등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다각도로 압박하면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고심은 더 깊어지게 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와 이성윤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공동취재사진)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고 이성윤 민주당 의원 등 170인으로부터 발의된 최재해 감사원장의 탄핵소추안과 한준호 민주당 의원 등 170인으로부터 발의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최재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 부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보고했습니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되면 그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에 부쳐야 하는데요. 민주당은 검사 탄핵안 등에 대한 표결을 오는 4일 본회의에서 진행한다는 방침입니다. 탄핵 소추는 국회 재적의원의 과반수 찬성이면 가결, 민주당 단독으로도 처리 가능합니다.
민주당의 이번 탄핵 추진은 지난 1년여간 윤석열정부 주요 공직자들에 대한 탄핵 기조 연장선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민주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해 5명의 장관급 인사에 대한 탄핵을 시도했고, 총 9명의 검사에 대해서도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습니다.
이 중 안동완·손준성·이정섭 등 3명의 탄핵안이 헌재로 넘어갔으며, 안동완·이정섭 검사에 대해서는 탄핵안이 기각됐습니다. 오는 11일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강백신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와 엄희준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에 대한 탄핵소추 사건 조사 청문회를 개최합니다.
이날 탄핵소추안이 보고된 이창수 지검장 등 검사 3인까지 포함한다면 지난해 9월 이후 총 12명에 대해 탄핵이 추진되는 것이 됩니다.
최 원장에 대한 탄핵은 헌정 사상 첫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 추진으로 기록을 남기게 됐습니다.
민주당은 릴레이 탄핵소추를 통해 윤석열정권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정확히는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인데요. 최 원장에 대한 탄핵 사유는 대통령실·관저 이전에 대한 부실 감사와 관련 자료 제출 거부, 국정감사에서의 위증 등이고, 이 지검장 등 검사 3명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무혐의 처분한 점이 탄핵의 단초가 됐습니다.
이들이 실제 탄핵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소추 대상자의 '직무 정지'를 통해 국정 운영 등에 타격을 줄 수 있고, 김 여사 의혹 등과 관련한 공직자들에게 무언의 압박을 가할 수도 있습니다. 최종 타깃이 김 여사인 점에서는 당내 혼란이 극에 달한 국민의힘의 분열을 가속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결국 당원게시판 논란으로 수세에 몰린 한동훈 대표가 김건희 특검법의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는 셈인데요. 최근 한 대표가 김건희 특검의 수용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국민의힘 내 갈등의 틈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김건희 특검법은 올해의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오는 10일 재의결을 예정하고 있는데요. 친한(친한동훈)계 사이에서는 한 대표가 재표결 2~3일 전에는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민주당의 주도로 강행 처리된 채상병 국정조사에 참여키로 했습니다. 채상병 사건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은 만큼, 이를 외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고민이 급선회 배경의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이에 따라 국회는 4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실시계획서를 처리할 계획입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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