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최근 오프라인 유통 업계에서 편의점 시장이 괄목할 만한 성장세와 함께 기존 강자였던 백화점을 위협하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편의점은 특유의 소비 접근성을 무기로 소규모 쇼핑 수요층을 겨냥하며 지역 거점 점포로 자리매김하는 추세인데요. 무엇보다 편의점의 약진은 지난 수년간 오프라인 유통 업황의 영향력이 점차 감소하는 상황 속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의의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반면 규모가 크고 고가 상품을 중심으로 다루는 백화점의 경우 고물가에 따른 소비 침체와 대체재인 이커머스 시장의 급부상에 직격탄을 맞으며 편의점에 '오프라인 왕좌'를 내줄 위기에 처했습니다.
편의점 매출 비중, 5개월 연속 오프라인 1위
3일 산업통상자원부의 '10월 주요 유통 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국내 유통 업계 전체 매출에서 편의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17.8%로, 백화점 17.2%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오프라인 업태들 중에서 1위를 기록했습니다.
2024년 10월 유통 업계 업태별 매출 구성비 그래프. (제작=뉴스토마토)
통상적으로 오프라인 유통 업계에서 매출 규모는 백화점이 늘 1위를 차지해 왔는데요. 백화점은 올 들어 지난 6월부터 5개월 연속 편의점에 1위 자리를 내주는 실정입니다. 과거 편의점이 월별로 잠시 1위를 기록한 적은 몇 번 있지만, 이렇게 연속성을 갖고 백화점에 우위를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편의점이 16%, 백화점이 16.8%로 두 채널 간 격차가 0.8%까지 좁혀진 데다 하반기 들어 편의점이 줄곧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올 한 해 연간 기준 1위가 편의점으로 바뀔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집니다.
이처럼 편의점이 빠른 속도로 오프라인 유통 수위 채널로 올라서고 있는 것은 뛰어난 소비자 접근성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편의점 수는 5만500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이는 오프라인 업태 중 압도적으로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방대한 점포를 유통망으로 활용…고가품 주력 백화점은 소비 침체 직격탄
편의점은 이 같은 풍부한 점포 수를 방대한 유통망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소비자들 입장에 계속 눈에 띄다 보니 방문하기 쉬운 특성을 갖고 있는 것이죠.
특히 백화점, 대형마트와 비교해 점포 자체의 규모가 작은 점도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는데요. 기업 입장에서 다양한 수요층의 반응을 빠르게 파악하고 실험적 시도에 나서기 쉬운 형태가 편의점이기도 합니다. 가성비가 우수한 자체브랜드(PB) 상품 라인업을 대거 확대하고, MZ(밀레니얼+Z) 세대를 겨냥한 콜라보레이션 상품 등을 진열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자주 돌입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죠.
반면 백화점 업황 성장세는 점진적으로 둔화되는 모양새인데요. 고물가 기조 고착화와 고금리 풍토로 전반적인 내수 침체가 심화하고,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백화점이 편의점 대비 경기 진폭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중저가 제품을 주로 다루는 편의점과 달리 백화점의 경우 명품을 비롯해 단가가 높은 고가품이 주력 품목이기 때문이죠.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백화점이 전체 유통 소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앞으로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배경에는 소비자들의 실질 소득 하락으로 인한 명품 소비 감소, 저가 플랫폼의 급부상이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향후 전 세계적으로 이커머스 주도의 유통 시장 변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편의점은 백화점과는 달리 이커머스의 영향을 덜 받는 업태라는 점에서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매대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이지유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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