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초저가 공세로 국내 유통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의 소비자 편익 및 보호 조치가 사실상 낙제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외국인 상담원이 번역기로 소비자 민원 대응에 나서는가 하면 개인 정보를 사실상 무한으로 수집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등 국내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행태가 속출하고 있는데요.
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국내외 플랫폼 사업자의 소비자 보호의무 이행 점검 실태조사'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등 C커머스의 경우 소비자 보호 매뉴얼이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번 조사는 국내외 온라인 쇼핑몰 중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높은 상위 사업자 10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는데요. 구체적으로 △네이버쇼핑 △롯데온 △11번가 △지마켓 △옥션 △인터파크 △카카오톡쇼핑하기 △쿠팡 등 국내 8곳, △알리 △테무 등 국외 2곳입니다.
국내 플랫폼 대부분은 사기, 반복 오배송, 위해 물품 유통, 허위 광고 방지를 위한 기본적인 시스템이 구축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알리와 테무의 경우 상황이 달랐는데요. 반복 오배송과 위해 물품 재 유통 차단 관련 매뉴얼, 위해 물품 관련 정보 제공 등에서 미흡한 부분이 확인됐습니다.
특히 알리는 일부 민원의 경우 여전히 외국어를 사용하는 상담원이 번역기를 이용해 답변하고, 민원 처리 방법 수도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테무는 분쟁 해결 기간을 안내하지 않거나 준수하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C커머스 업체들은 소비자 문제 해결 기간, 소비자 문제 해결 만족도, 고객 센터 만족도, 해당 쇼핑몰에 대한 피해 구제 기대 등이 국내 플랫폼에 비해 모두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부인 윤모씨(39·여)는 "아이들 학용품에 문제가 있어 반품을 요청하려 해도, 해외 전화번호가 표시돼 있고 기본적으로 상담 자체도 쉽지 않다"며 "워낙 저렴하게 구입한 만큼 액땜했다 치고, 반품이나 환불을 포기하려 한다. 내심 나와 비슷한 하는 소비자들이 많다고 업체 측이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의심도 든다"고 말했습니다.
C커머스 문제는 소비자 편익 저하 수준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미 알리·테무를 통한 위해 물품 유입 및 개인 정보 유출 등 소비자 피해 문제도 커지는 실정인데요. 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알리·테무에서 판매되는 위해 제품에 내려진 판매 차단 조치는 1915건에 달합니다.
이들 플랫폼에는 법률상 책임을 배제하거나 손해 배상 범위를 제한하는 불공정 약관 조한이 포함돼, 공정위가 이에 대한 시정을 지시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공정위는 사업자가 이용자의 정보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수집하고, 이를 제3자와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부당하다고 판단했는데요.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라면 당연히 준수해야 할 소비자 관련 법 제도를 C커머스 업체들은 지키지 않으니, 한편으로 허탈감마저 든다"며 "해외 직접구매(직구) 이용객이 증가하는 만큼 이 같은 불공정 약관이 시정되지 않으면 피해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 차원의 보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C커머스의 경우 국내 업계와 비교해 반환, 애프터 서비스 등이 미흡하고 불법 제품 등의 유통까지 더해져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저가 공세로 성장하고 있지만, 이 같은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지속성장 가능성을 논하긴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서울 한 물류 센터에서 택배 기사가 택배 상자들을 정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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