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비은행권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 등 정책들은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당국은 당장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데요. 정권교체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마당에 신속한 결론이 어려워 보입니다.
보험사 인수합병 시계제로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가 주도하고 있는 주도로 진행되는 MG손해보험 매각절차가 지연될 것으로 보입니다. 예보는 지난 2022년 MG손보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자 금융위로부터 업무를 위탁받아 매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보는 MG손보 매각 실패가 이어지자 수의계약으로 전환한 상태인데요. 메리츠화재가 수의계약 입찰에 참여했지만 금융당국으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IBK기업은행이 MG손보 인수 검토에 나선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MG손보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 공개를 미룬 상태입니다.
IBK기업은행이 MG손보 인수전에 참전하기 않겠다고 밝힌 이후 매각 작업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메리츠화재에 대한 특혜 의혹을 불사하고 당국이 결론을 내려야 하는 사안"이라며 "유관기관 간의 협조가 어려운 데다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 속도를 내기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동양생명(082640)과 ABL생명의 경우
우리금융지주(316140)가 인수하려 했지만 매듭이 지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의 정기검사 결과를 토대로 경영실태평가에서 2등급 이상을 받아야 금융위원회로부터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을 수 있는데요. 금융지주가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 이하로 떨어진 사례는 없지만, 최근 들어 내부통제 이슈가 불거지면서 불확실성이 큰 상황입니다.
혼란스러운 정국이 이어지면서 금융지주사들은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CET1)비율 관리에 나서야 하는 상황입니다. CET1비율 방어를 위해 위험자산비중을 줄여야 하는데요. 우리금융은 그간 동양생명을 인수하더라도 자본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힌 바 있지만, 자본건전성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시점에선 동양생명 인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8월 말 우리금융은 이미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습니다. 최대 12개월 안에 인수를 완료하기로 한 단서 조항이 있기 때문에 매각 시한을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매각 절차가 지연돼 인수에 실패하면 우리금융은 인수가격의 10%에 해당하는 1550억원의 계약금을 잃어버리고,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새 인수자를 다시 찾아야 합니다.
금융당국은 매일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와 금융상황 점검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 내 금융위원회 내부. (사진=뉴시스)
시장 불안에 기업공개 불투명
SGI서울보증은 유가증권상장을 위한 IPO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해 10월 21일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아 IPO 절차를 정상 진행중이지만 시장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최근 기업공개 시장이 워낙 한파인데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시장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상태입니다.
계엄사태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로 국내 증시가 침체되면 전반적으로 기업 시장 가치가 떨어지면서 기업공개를 추진하던 기업들에게 악재로 작용하게 됩니다. 증권거래소에 IPO를 하기 전 금융당국으로부터 상장예비심사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시장 불확실성이 걷히고 난 이후에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금융당국은 매일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와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계부채 관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자본시장 개혁, 실손의료보험 개편, 제4인터넷 전문은행 인가 등 중점 대책들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분위기입니다.
당국은 계엄 사태 이후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는 등 금융시장 정상·안정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그간 추진하던 주요 정책은 추진이 당분간은 신속히 전개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간 고금리 여파로 인수합병 시장 자체가 얼어붙었는데, 시장 불확실성 우려가 큰 상황에서 인수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며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시장 안정화가 우선이라고 보기 때문에 급하게 진행하는 것보단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증시가 하락하면 기업공개를 준비하던 기업 입장에선 기업 가치가 떨어져 악재로 작용한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2500.10)보다 22.15포인트(0.90%) 하락한 2441.85에 마감한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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