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해외 공략…"탄핵 불발에 제동 불가피"
정국 불안 장기화…수출·내수 모두 불확실성 짙어져
2024-12-08 10:24:33 2024-12-08 15:52:52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 불발로 유통가 글로벌 드라이브에 급제동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이미 지난 3~4일 발생한 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불법 비상계엄으로 인해 식품 업체, 화장품 업체 등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이를 주력 포트폴리오로 삼는 유통 업계는 불확실성이 확대하며 노심초사한 하루하루를 보내왔는데요. 여기에 지난 7일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무산되면서 리스크가 더욱 커진 점은 업계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반응입니다. 특히 정국 불안정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 업계는 당분간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수출에 부정적 미치는 악재들로 산적
 
전체 사업에서 수출 비중이 상당한 식품, 화장품 등 유통 업체들의 경우 불법 계엄 직후부터 어려움에 봉착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악재들로 가득한 환경이 조성됐던 탓입니다.
 
특히 최근 고물가, 고금리 고착화로 내수 침체가 심각한 흐름 속에 국내에서 어려움을 겪는 적지 않은 기업들은 수출 확대로 이 같은 문제를 상쇄해 왔기에, 불법 계엄 리스크부터 탄핵 무산이 미치는 충격파는 더욱 큽니다.
 
일단 최근 수개월간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폭이 둔화하고 있는 점이 문제입니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 증가율은 1.4%로 1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수출 증가율은 올해 7월 13.5%를 기록한 후 △8월 10.9% △9월 7.1% △10월 4.6% 등 매월 3%포인트 안팎으로 감소하며 꾸준한 둔화 양상을 보였습니다.
 
탄핵 무산 후폭풍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해외 판로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하는 식품·화장품 업계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극복하기 힘든 걸림돌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해외에서 정치 혼란 국가의 기업이라는 낙인을 피하기 어렵고, 이는 곧 기업 간의 협력이나 계약 성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까닭입니다.
 
이 같은 국격 하락에 따른 문제가 거시적 요인이라면 환율 변동폭 확대는 보다 직접적으로 기업들에게 타격을 미치는 요인입니다. 이미 지난달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원화 강달러 현상은 꾸준히 이어지는 추세였는데요.
 
특히 비상계엄 선포 직후 원·달러 환율은 가파르게 급등하며 1446.5원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1488원) 이후 최고입니다. 이후 환율은 계속 널뛰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심리적 위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400원대 초반 선은 이미 고착화한 상태입니다.
 
수출을 주력으로 사는 기업 입장에서 환율이 높아지면 판매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형성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 여파로 오히려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데요.
 
특히 식품 업계의 경우 밀, 옥수수, 설탕 등 제품의 주요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전 세계적인 이상 기후 여파로 원자재 가격 폭등이 이어지면서 이미 충분한 가격 상방 압력을 받고 있는 실정인데요. 강달러로 인한 득보다는 실이 압도적으로 큰 것이죠.
 
"하방 효과만 있지, 상방 효과 없는 상황"
 
업계는 이번 탄핵소추안 불발이 유통가 드라이브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이미 불법 계엄이 발생한 직후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기업 입장에서는 더 큰 악재를 만났다는 분석인데요.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이미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쌓아왔기에 제품의 경쟁력과 국내 정치 혼란의 상관관계가 크다고 보진 않지만, 그래도 일부 바이어들에게 계엄 및 탄핵 관련 문의를 받고 있었던 터라 마음을 놓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앞으로의 상황을 주시해야 하는데, 전망을 예측하기 힘들어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국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환율 변동폭을 전혀 가늠할 수 없는 것이 가장 문제다. 대략적 수익을 실시간으로 추산해야 하는 수출 기업 입장에서 환율 불확실성은 가장 피하고 싶은 변수"라며 "특히 제품 상당수에 들어가는 밀가루 등 원재료 가격 및 해상 물류비 상승세가 뚜렷해, 향후 동향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악재가 더해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실 최근 일련의 정치 리스크가 유통 내수 산업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수출 기업에는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환율 문제는 충분히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탄핵 리스크에 따른 파장이 조금이라도 길어진다면 업계에 미치는 부정적 파장도 상당할 것"이라며 "후폭풍이 업체별로 미치는 경중만 다를 뿐이다. 우리 국가 브랜드에 엄청난 데미지를 입은 만큼 하방 효과만 있지, 상방 효과는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부산 남구 신선대 및 감만 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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