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강골 검사에서 검찰총장으로, 그 뒤엔 대통령에 올랐지만 이제는 '피의자 윤석열'입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국민은 자신에게 충성하길 바랐습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최다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최초의 국회 개원식 불참 기록에 이어, 초유의 내란 사건입니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퇴진' 의사를 밝힌 가운데, 수사당국은 그를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갈등이 빚은 대통령
'검찰총장 윤석열'은 파격적이었습니다. 고검장을 거치지 않은 최초의 검찰총장인데요. 특수부 검사였던 그는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대는 데 거침이 없었습니다.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을 지휘하며, 검찰 윗선의 반대에도 용의선상에 오른 국정원 인사들을 체포했습니다.
그는 당시 수사팀장으로서 지난 2013년 국정감사장에서, 검찰 수뇌부 외압을 폭로했습니다. 여기에서 나온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은 전 국민 머릿속에 각인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 일로 팀장 자리에서 경질됐지만,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도 그의 작품이었습니다. 그는 문재인정부에서 두터운 신임을 얻어, 검찰총장을 맡은 이후에도 살아있는 권력과 충돌했습니다.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일가에 대한 수사로 갈등을 빚은 겁니다. 이에 조 전 장관의 후임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는 '극한 대립'을 벌였습니다. 추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윤 총장에게 수사 배제·직무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현직 검찰총장이 직무에서 배제된 건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의 정치적 무게감을 키운 사건이었습니다. 그는 단숨에 대선주자급 위상을 확보했는데요.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라고 말한 지난 2020년 대검찰청 국감 시청률은 9.9%에 육박할 정도였습니다.
그는 이듬해 총장직을 내려놓으며 그는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상식이 무너지는 걸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사실상 정계 진출 선언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을 등에 업고, 대선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슬로건은 '국민이 키운 윤석열'이었습니다. 공정·상식·통합의 가치를 앞세워 8개월여 만에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최초의 검사 출신 대통령이자, 국회의원 경력이 없는 최초의 '0선 대통령'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서울역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측근 지키는 데 진심…국민 겨눈 칼끝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오직 국민만 믿고 오직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며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말과 행동은 정반대였습니다. 불통·갈등·분열의 2년 7개월이라는 평가입니다.
그는 검찰 출신, 학교 선후배, 측근·지인으로 요직을 채웠습니다. '이태원 참사' 당시에도 윤 대통령은 진상 규명보다 측근을 지키는 데 더 진심이었습니다. 충암고 4년 후배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행안부에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발언하고, 자리를 지켰습니다.
윤 대통령은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자는 '이태원 특별법'(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 '채상병 특검법'(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을 모두 국회로 돌려보내며, 민심에 정면 역행했습니다. 출국금지된 사람은 호주대사로 도피시키고, 공천 탈락한 측근은 특보로 불러들였습니다.
윤 대통령의 고집은 '김건희 여사 의혹'에서 정점에 달했습니다. 중앙지검장까지 전격 교체하고 '총장패싱·황제조사' 논란까지 일으키며, 관련 의혹에 면죄부를 줬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품가방 수수, 관저 공사 등 끝없는 의혹에 제대로 된 해명은 없었습니다.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은 거부권에 막혀 번번이 폐기됐습니다.
결정타는 김 여사가 연루된 '공천 개입' 의혹이었습니다. 명태균 게이트가 정치권을 강타하고, 관련 증거·정황이 드러나며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던 와중에 윤 대통령은 별안간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이유는 야당의 '잇단 탄핵 소추'와 '예산 삭감'으로 인한 국정 차질이었습니다.
소총으로 무장한 계엄군이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에 들이닥쳐 물리적 충돌까지 벌였고, 그 중심엔 '충암파'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직접 전화를 걸어 계엄군 위치까지 확인하며, 내란을 총지휘한 걸로 전해집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윤 대통령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 중입니.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도, 김 전 장관의 공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강제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법조계에선 12.3 비상계엄이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국회의 무력화를 시도하며, 국회의원에게 강제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내란죄가 성립된다고 지적합니다. 앞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7 내란'으로 처벌받을 당시에도, 재판부는 국회의사당에 병력을 배치해 출입을 통제한 점을 들어 내란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한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우리 법에선 "내란죄 '우두머리'는 사형이나 무기징역, 무기금고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사실상 '퇴진'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는 "국민께 송구하다"며 "임기를 포함해 정국 안정 방안을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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