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중국의 저가 제품 공세에 밀려 감산을 결정했던 국내 철강업계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령 사태 후 급등한 원·달러 환율로 고민이 한층 깊어졌습니다.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철강재 원재료 수입 비용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9일 산업계에 따르면 이날 1430원 후반대로 미국 달러화 강세가 나타난 건 지난주 비상계엄에 이어 국회의 윤 대통령 탄핵이 무산되면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게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철강업체는 철강재를 만들기 위해 사들이는 철광석과 유연탄 등 원재료 수입 비용 때문에 환율에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철강 원재료를 외부에서 매입해 재가공 후 수출하기 때문에 환율이 높아질 경우 원재료 구매 가격, 즉 원가가 오를 수 있다"며 "이는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불확실성은 경제에 최대 악재로 꼽힙니다. 지난 7일 탄핵안 국회 표결은 국민의힘 의원들 105명의 불참으로 투표가 불성립됐고 탄핵안은 폐기됐습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개장부터 급등했습니다.
고환율 국면 장기화는 특히 국내 철강 '빅2'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부담을 더 높일 것으로 풀이됩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현재 글로벌 경기 불황 속 중국의 저가 제품 공세로 공장 문을 닫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감산을 결정한 겁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이 지난달 19일 마지막 선재제품을 생산하고 가동을 중단했다. (사진=포스코)
앞서 포스코는 올해 포항제철소 내 공장 2개를 폐쇄 결정했습니다.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 현상에 중국 저가 철강재 공세를 버티지 못한 겁니다. 포스코는 지난 19일 1선재공장을 문을 닫았으며 지난 7월에는 1제강공장을 '셧다운'했습니다.
현대제철도 철강시황 침체와 중국산 저가제품 공세에 따라 경북 포항 2공장 가동 중단을 추진했었습니다. 다만, 노동조합과의 공장 폐쇄에 대한 협의가 되지 않아 잠시 중단됐습니다. 현대제철은 현재 포항2공장의 휴업 지침을 철회하고 노조와 협의를 이어가는 중입니다.
철강 생산량을 조절하며 수익성 확보에 매진하고 있지만 갑작스런 고환율에 상승할 원가까지 고려해야 되는 겁니다. 또 글로벌 경기 둔화 속 철강 수요가 위축되면서 원재료값 상승분을 당장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 관계자는 "주요 철강사의 경우 현지 판매 대금을 현지 생산에 바로 활용하거나, 국내 원재료 구매 비중을 늘리는 등 대응방안을 강구해 볼 수는 있겠다"면서도 "하지만, 중소형 철강사의 경우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17차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상정되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의원들의 퇴장으로 자리가 비어 있다. (사진=뉴시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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