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미국 나스닥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2만선을 돌파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지지부진한 국내를 떠나 미국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상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다만 증시 전문가들은 13년 동안의 미국 대형주 강세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내년 1분기 트럼프 정책 이벤트에 따른 변동성도 우려됩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77% 상승한 2만34.89로 마감했습니다. S&P500 지수도 0.82% 오른 6084.19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22% 하락한 4만4148.56으로 마감했습니다.
이날 발표한 1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한 것이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11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7%, 전월 대비 0.3% 상승했습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기 대비 3.3% 올랐습니다.
지난 11월 미국 대선 이후 미국 증시는 규제완화 기대감에 강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새 행정부에서는 인공지능(AI) 산업을 비롯해 그간의 여러 기술 규제를 완화할 것을 밝혔습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12월 금리 인하를 사실상 예고하며 금리 인하 사이클도 지속할 전망입니다.
다만 미국 증시의 랠리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특히 내년 1분기 트럼프 정부 출범과 정치 이벤트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미국 대형주보단 중소형주를 주목하라고 조언합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소형주와 대형주의 상대지수 흐름에는 일정한 사이클이 존재한다"며 "2011년 애플 등장 이후 13년 동안 대형주 장세가 이어졌지만, 사이클상 대형주 랠리는 어느 정도 막바지에 도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 연구원은 "2025년은 미국 중소형주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트럼프 정책은 중소형주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면서 "최근 미국 주식시장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져 내년 1분기(1월20일 트럼프 취임식 전후) 미국 정책 이벤트에 따른 변동성이 확대되면 중소형주 비중을 확대할 기회"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달러의 상대적 우위가 지속되면 미국 대형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은 하락하지만,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높아져 내수비중이 높은 기업들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소규모 레스토랑 기업, 국내선 위주의 저비용항공사, 할인마트 등 중소형 유통업체 등이 대표적입니다.
정치 불안에 투자자 이탈…미국주식은 역대 최대
정치 불안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은 심화하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4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하며 총 2조164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습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직전 7거래일(2~10일) 동안 총 1조3407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국내 증시를 떠난 투자자들의 자금이 미국 증시로 이동하는 현상도 두드러집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계엄 선포 직전인 2일 1071억9543만달러(153조2895억원)에서 10일엔 1101억5624만달러(약 157조5234억원)를 기록했습니다. 이 기간 29억6081만달러(약 4조2340억원) 늘었습니다.(원달러환율 1430원 기준)
특히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6일엔 미국 주식 보관금액이 1121억4039만달러(160조3608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정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투자할 외국인은커녕 내국인도 없을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는 모두가 버티거나 매입가에 근접하면 팔 생각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이 국내증시를 떠나 미국증시에 몰리고 있다. 최근 국내투자자들의 미국주식 보관금액은 160조원에 달해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사진=뉴시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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