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불발되면서 정국 불안으로 주식시장의 혼란이 가중하고 있습니다. 국내 증시에선 코스피와 코스닥이 연중 최저점을 갱신했습니다. 원화는 속수무책으로 절하되고 있습니다.
코스피, 리먼사태 이후 최장 연속 하락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2.78% 내린 2360.58에 마감했습니다. 장초반부터 2400선을 내주면서 하락 출발해 낙폭을 키웠습니다.
지난주 주가 하락을 이끌었던 외국인들은 이날 혼란스런 모습이었습니다. 장시작부터는 200억원가량을 순매수하다가 30분 후엔 270억원 순매도러 전환했고, 또 1시간 후엔 230억원 순매수를 기록하는 등 갈지자 행보를 보였습니다. 오후엔 다시 380억원어치 순매도로 돌아섰다가 결국 1000억원 순매수를 기록하면서 장을 마감했습니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 3.88% 하락하며 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달에도 하락 마감할 경우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당시 6개월 연속(2008년 6~11월) 하락 이후 16년 만에 최장기간 약세 기록을 다시 쓰게 됩니다.
당시엔 6개월 하락한 후 저점을 찍고 반등을 시작했지만, 이번엔 그리 간단치 않아 보입니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정치적 불확실성과 맞물려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선 외국인 투자자들이 5개월째 순매도를 기록 중입니다.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지난 8월 2조8557억원, 9월 7조6643억원, 10월 5조7168억원, 11월 4조4887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습니다. 이런 매도세가 코스피 약세를 더욱 부추겼습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토요일에 있었던 탄핵 표결 무산 영향으로 오늘 국내 증시가 급락했다"면서 "당분간 정치적 불확실성이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데 외국인들이 순매수로 전환한 부분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지난 7월 고점 이후 5개월 동안 주요 악재를 대부분 선반영해왔다"면서 "지금은 정치적 불확실성과 위축된 투자심리로 인해 작은 변수에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원화 가치도 속절없이 하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원달러환율은 한달 전 1370~1390원대에서 등락했으나, 이날 1437원까지 올라섰습니다. 원엔환율 역시 900원대 초반에서 956원대까지 상승했습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인구 등 구조적 문제까지 함께 고려할 때, 1400원 이상의 고환율이 뉴노멀이 될 가능성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면서 "강달러 압력이 여전한 가운데 원달러환율은 1400원 초반대에서 하방 경직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국가신용도와 건전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2400선 안착 확인 전까지 투자 자제"
증시 전문가들은 정치적 불확실성과 반도체 업황 부진 등으로 당분간 부진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다만 최근 정국 혼란을 겪는 과정에서 코스피 후행 주당순자산비율(PBR)이 0.8배 연저점 수준까지 내려오면서 가격 매력이 높아졌고, 중장기적인 증시 방향성에 정치 이슈가 미치는 지속력은 길지 않다며 매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2450~2500 회복과 안착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신규 투자를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현재 보유 주식 비중을 줄이거나 추격 매도는 실익이 없다"며 "지수가 2400선 밑으로 하락하면서 변동성이 커질 때 분할매수를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주중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투매 성격이 짙은 매도에 동참하기 보다는 관망 혹은 분할 매수로 대응해 나가는 것이 타당하다는 진단입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발표가 구체화되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글로벌 자금 흐름 안정과 투자심리 회복에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 연구원은 "미국 경기는 여전히 견고하고 금리 인하 사이클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과 유럽은 경기 부양책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러한 대외환경 개선이 수출과 기업 실적 개선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코스피는 초저평가 영역에 진입한 상태로 반전을 기대할 여지가 크다"면서도 "투자심리 회복과 수급 안정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 코스피를 2300~2600포인트로 전망하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극단적 상황으로 번지지 않는다면 시장의 관심은 특정 업종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그는 마진 보호력이 높은 조선, 미디어, 통신, 소프트웨어와 고배당 섹터를 추천했습니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9일 연중 최저점을 찍고 말았다. 이달도 하락마감하면 2008년 리먼사태 이후 최장 연속 하락세를 기록할 전망이다.(사진=뉴시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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