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한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미해소와 정치적 불확실성 가중으로 국내 건설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미분양 사태 장기화와 공사비 인상 등이 더해지며 지방 중소 건설사들의 폐업·부도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새해에도 건설산업 제반 환경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업체 간 실적과 신용도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19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폐업한 건설사는 2104곳에 달합니다. 이 중 대형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종합건설사 394곳이 폐업 신고를 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9% 늘었습니다. 부도로 이어진 건설사 역시 올 11월까지 27곳으로 집계됐는데요. 이는 전년 동기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연간 통계로 봐도 2019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습니다. 업계는 연말까지 부도 업체가 추가돼 30곳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 부도 업체를 보면 종합건설사가 11곳, 전문건설사는 16곳으로 자금력이 약한 지방 건설사가 먼저 영향을 받고 있는데요. 올해 부도 건설사는 서울(1곳), 경기(3곳)를 뺀 85%가 지방 업체입니다. 지역별로는 부산(6곳), 전남(4곳), 경남(3곳) 순으로 부도 업체가 많았습니다. 이달에는 전북지역 건설업체 가운데 4위 규모인 제일건설이 부도 처리됐으며, 지난달에는 부산의 시공능력평가 7위 종합건설사인 신태양건설이 부도를 맞았습니다.
여기에 정부가 내년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올해보다 약 1조원 줄이기로 하면서 대형 건설사 대비 SOC 사업 의존도가 비교적 높은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앞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경제성장률 2.3% 이상을 달성기 위해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투자 등을 합쳐 59조 5000억원 규모의 SOC 투자가 필요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를 위해 28조원 이상의 정부 SOC 예산이 편성돼야 한다고 봤는데요. 정부가 배정한 내년 SOC 예산은 올해보다 3.8% 줄어든 25조4344억원입니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내년 건설 업계 실적 저하…등급 전망 '부정적'
초유의 비상계엄 이후 이어진 탄핵정국으로 크게 치솟은 원·달러 환율 역시 건설업계에 부담을 가중하고 있는데요.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건설원자재 수입 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공사비가 오르면 분양가도 올라 매수심리 위축으로 이어지죠.
최근 대출 규제와 탄핵 정국으로 부동산 시장에서는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셋째 주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3% 하락하며 11월 셋째 주 이후 하락세가 지속됐습니다. 전국은 물론 서울의 매매수급지수도 떨어지는 추세인데요. 서울의 매매수급지수는 11월 셋째주 100 밑으로 내려간 뒤 지속해서 떨어지며 이번 주는 98.0을 기록했습니다. 매매수급지수는 아파트 매매시장의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100 이하이면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입니다.
분양 시장도 심상찮은데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전월(1만7262가구) 대비 1045가구(6.1%) 증가한 1만8307가구로 2020년 7월(1만8560가구) 이후 4년 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죠. 서울 주택 시장에서도 준공 후 미분양이 3년 만에 최대치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입지, 브랜드, 규모 등에 따라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내년에 건설업계 전반의 실적은 올해 대비 저하될 것이며, 등급 전망은 부정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분양물량 감소, 보수적인 수주 정책 등으로 건설업 전반의 외형이 축소될 것"이라면서 "낮은 수익성과 미분양에 따른 운전자본부담 등이 신용도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창수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공사원가 상승으로 국내 건설사이 이익창출력은 둔화하고 있으며 미분양 누적에 따른 운전 자금 부담 등으로 현금흐름도 악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라 저하된 현금창출력을 감안하면 향후 유동성 대응능력에 따라 신용도가 차별화될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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