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광 기자] 윤석열·김건희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했던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억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습니다. 검찰은 전씨의 자택과 법당을 압수수색해 전씨의 휴대전화 4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전씨 측근은 “건진 건이 제대로 터지면, 명태균 게이트는 귀여운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18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합동수사단(단장 박건욱)은 지난 17일 전씨의 서울 서초구 자택과 강남구 법당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전씨 측근에 따르면, 검찰은 전씨가 최근 쓰고 있던 휴대전화 1대와 과거 썼던 걸로 추정되는 휴대전화 3대 등 총 4대의 ‘법사폰’을 확보해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22년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가 선거대책본부의 네트워크본부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성배씨가 관계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이미지=세계일보 유튜브 캡처)
전씨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경북 영천시장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며 정치인들에게 1억원 상당의 불법 금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고 있습니다. 전씨는 김건희 씨의 코바나컨텐츠 인연을 기반으로 2022년 ‘윤석열 대선캠프’에서 선거대책본부 네트워크본부 고문을 맡는 등 윤석열 씨 내외와의 친분을 과시해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때문에 검찰이 확보한 휴대전화 내용에 따라 또 다른 민간인 공천개입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전씨 측근은 <뉴스토마토>에 “건진은 강박적으로 습관적으로 휴대전화를 바꾼다”며 “한 달에 한 번 바꿀 때도 있고, 네 달에 한 번 바꿀 때도 있다. 내가 아는 것만 4개가 넘는다. 지금 검찰이 들고 간 건 깡통폰일 확률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건진은 그전에 썼던 휴대전화를 따로 보관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정치인들과 주고받은 걸 쓰레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습니다. 특히 “건진 건이 제대로 터지면, 명태균 게이트는 귀여운 수준”이라고 말해, 주목을 끌었습니다.
검찰이 전씨를 체포한 배경을 놓고도 여러 해석이 나옵니다. 가상자산 범죄 수사 중 전씨의 비위 사실을 포착했다는 추정과 함께 대통령 탄핵 이후를 생각한 검찰의 정치적 노림수라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장검사는 “정치자금법 수사는 남부지검의 경우 형사6부가 맡는데, 가상자산합수단이 맡은 걸 보면, 수사 중에 플리바게닝(다른 사건에 대한 증언을 대가로 형량을 낮춰주는 거래)을 한 것 같다”며 “시점은 공교롭지만, 의도가 있거나 그런 건 아니고 정상적인 수사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검찰이 체포한 걸 보면, 놔줄 생각은 없다는 것”이라며 “검찰은 무조건 구속시키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내란죄 수사에서 불신을 받고 있는 검찰이 탄핵 이후 다음 정권에서 기소청으로 축소되는 것을 우려해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타당해 보인다”며 “대표적으로 박근혜정권 들어서기 전 국정원 대공수사권 축소 주장이 나올 때, 국정원이 유우성 서울시 간첩조작 사건을 터트렸다. 그때 ‘그래도 국정원이 있어야지’ 인식을 준 것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박현광 기자 mu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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