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사상 첫 '중대시민재해 처벌' 주목
경영책임자 1년 이상 징역·10억원 이하 벌금
제주항공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 여부 관건
조류충돌 있어도 판례상 ‘충분히 예상 가능’
2025-01-01 14:43:00 2025-01-02 07:58:56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책임자 처벌 무게가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항공기 관리자인 제주항공과 공항 관리자인 한국공항공사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면, 경영책임자는 실형을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중대시민재해로 처벌되는 첫 사례가 될지 관심이 쏠립니다.
 
1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사고 현장을 찾아 절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에서 △원료 또는 제조물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으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또는 부상자·질병자 10명 이상 발생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중대산업재해뿐 아니라 세월호 참사·가습기 살균제 참사 등 대규모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책임자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사망자기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인 업무상과실치사보다 처벌이 더 무겁습니다. 아울러 단순 실무자뿐만 아니라 경영책임자까지 처벌할 수 있습니다. 
 
우선 제주항공 참사의 경우 공중교통수단인 여객기 사고로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중대시민재해 적용 가능성이 있습니다. 적용 대상은 제주항공과 한국공항공사, 그리고 여객기 제조사 보잉까지 포함됩니다. 
 
관건은 경영책임자가 항공안전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다했는지입니다. 현재 ‘조류 충돌(버드스트라이크)’이 1차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랜딩기어(항공기 바퀴)와 감속장치 등이 작동하지 않아 기체 결함도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항공기 관리자인 제주항공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큽니다. 대한항공 법무실에서 일했던 오세철 변호사(향동법률사무소)는 “비행자료기록장치·조종실음성기록장치 등을 통한 조사가 이뤄져야 안다”고 전제하면서도 “안전에 민감한 항공기에 여러 안전 장치가 있는데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 제주항공이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예산·점검 등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대시민재해가 인정되려면 안전보건 확보의무 불이행만으론 안 됩니다. 안전보건 확보의무 불이행으로 중대시민재해가 발생했다는 인과관계가 필요합니다. 2015년 11월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 상고심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입니다.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이 유일하거나 직접적 원인이 아니라도 괜찮습니다. 2014년 7월 대법원 판례는 “피해자나 제3자의 과실 등 다른 사실이 개재된 때에도 그와 같은 사실이 통상 예견될 수 있는 것이라면 상당인과관계가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최종연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조류 충돌과 한국공항공사측 조류 충돌 위험관리와 같은 외부 원인이 있다고 해도, 제주항공이 매년 반복됐던 조류 충돌 사고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며 “제주항공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여부가 핵심 관건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공항 운영자인 한국공항공사도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르면, 조류 등 야생동물 충돌 예방에 관한 주요 의무자는 한국공항공사입니다. 다만 공사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립니다. 일각에선 사고가 여객청사가 아닌 활주로에서 발생한 만큼 중대재해처벌법상 공중이용시설이라고 볼 수 없어 업무상 과실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반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상 여객터미널이 공중이용시설에 포함돼 활주로 역시 공중이용시설로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면 이번 사고는 최초의 항공기 중대시민재해입니다.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중대시민재해 적용에 나서야 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중대재해전문가넷 소속 최정학 한국방통대 법학과 교수는 “오송참사 등 시민재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한 번도 중대시민재해 혐의가 적용돼 재판에 넘겨진 적이 없다”며 “수사기관의 법 집행 의지가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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