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증권업계를 이끌 최고경영자(CEO)의 임기가 오는 3월 대거 만료됩니다. 호실적을 이끈 KB증권과 하나증권이 지난해 말 대표 연임을 확정한 가운데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10명의 증권사 CEO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실적이 악화됐거나 금융당국 제재 등을 앞둔 교보증권, LS증권 CEO의 연임은 미지수입니다.
앞서 KB증권과 하나증권은 지난해 말 연임을 확정지었는데요. KB증권은 김성현·이홍구 각자 대표이사가 지난해 말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당시 KB금융그룹은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어 "우수한 성과를 시현 중인 KB증권은 연속성 있는 경영전문성 발휘를 우선 고려해 투자은행(IB)부문과 자산관리(WM) 부문 모두 현 대표이사를 재추천했다"고 밝혔습니다. 5연임에 성공한 김성현 대표는 IB 부문을 총괄하며 KB증권의 호실적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아울러 취임 1년차인 이홍구 WM부문 대표는 WM 사업 외형확대와 질적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하나증권의 강성묵 대표는 지난해 12월 중순 하나금융지주의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그룹임추위)의 결정으로 연임이 확정됐습니다. 그룹임추위는 강 대표에 대해 "손님 기반을 강화하고, 사업 부문별 편중 해소 등 체질을 개선해 경영실적을 턴어라운드하는 과정에서 산적한 과제를 지속적으로 이행하면서 하나증권의 제2도약을 이끌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하나증권은 2023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으로 인해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 적자를 냈지만 지난해엔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1957억원, 당기순이익이 181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강 대표는 지난해 연임을 확정한 후 WM혁신본부 신설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도 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의 김미섭·허선호 대표이사 부회장은 3월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최현만 회장과 이만열 사장 체제에 이어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영업이익도 3분기까지 9000여억원에 육박합니다.
한국투자증권 또한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 대표 연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각자대표이사는 유진그룹 2세 경영인으로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습니다.
반면 실적이 악화됐거나 금융당국의 제재 등이 예고된 증권사의 경우 연임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최대주주가 바뀐 경우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먼저 교보증권의 이석기 대표는 호실적을 이끌었지만 금융당국의 채권형 랩·신탁 판매 실태 점검에서 적발되면서 연임에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이 대표는 금감원으로부터 승인 주체로 지목돼 중징계인 '문책경고' 조치를 사전통보받았으나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경징계로 처분 수위가 낮아졌습니다. 만에 하나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사전통지대로 문책경고를 받을 경우 연임이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지점 통폐합을 두고 교보증권 노조와 마찰도 있습니다. 다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3분기까지 155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40%가량 성장했습니다. 교보증권은 다음달 임원추천위원회를 운영한다고 밝혔습니다.
김원규 LS증권 대표는 실적 악화에 최대주주까지 변경돼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 2019년 LS증권의 전신인 이베스트투자증권 대표로 취임한 김 대표는 2022년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고, 오는 3월 두 번째 임기 만료를 맞습니다. 2021년 당기순이익이 1608억원에 달했으나 2022년과 2023년 200억원대에 그치는 등 김 대표가 취임할 당시 목표로 내걸었던 자기자본 1조원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2023년 1월 LS 계열로 편입되면서 그룹차원의 결정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지난해 말 윤지호 LS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도 회사를 떠나고 오응진 전무가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IBK투자증권 서정학 대표의 연임도 미지수입니다. 연임한 전례가 많지 않다는 점은 부담입니다.
실적이 부진한 다올투자증권의 황준호 대표, SK증권 전우종·정준호 대표도 모두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하는 증권업의 특성을 살리고, 레드오션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CEO가 대내외적으로 좋은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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