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KB국민은행 부코핀 부실' 지주 경영진 정조준
적자폭 늘린 이재근 전 은행장, 다시 부코핀 사업 지휘
2025-01-13 08:00:00 2025-01-13 08: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문성주기자]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현 KB뱅크) 부실 투자 의혹을 검사 중인 금융감독원이 KB금융지주 경영진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국민은행장 시절 부코핀은행의 적자 폭을 크게 키운 이재근 KB금융지주 글로벌부문장이 다시 이 사업을 지휘하고 있는데요. 해외 투자에 대한 경영진 판단과 내부 의사결정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과거 해외 투자 실패로 경영진 중징계를 맞은 선례가 있는 KB금융(105560)인 만큼 더욱 긴장하는 모습입니다. 
 
"톱다운식 의사결정 체계 문제"
 
(그래픽=뉴스토마토)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KB금융과 국민은행 등을 비롯해 주요 금융지주 및 은행에 대한 검사 결과를 내달 초 발표할 예정입니다. 금감원은 KB금융과 은행에 대해 지난해 8월 정기검사를 진행했습니다.
 
KB금융은 부코핀은행 부실 투자로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경고를 받아왔습니다. 금감원은 해외 부코핀은행 투자 실패 이후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도 1조원이 넘는 누적적자를 기록한 만큼 증자의 적정성과 경영 관리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장이나 은행장이 제시한 방향에 따라 내부 의사결정이 무시되는 등 미흡한 부분이 있는지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8년 부코핀은행 지분 22%를 보유한 2대 주주가 된 이후 2020년 지분을 67%로 늘려 최대 주주가 됐습니다. 그러나 부코핀은행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커졌고, 국민은행은 유상증자를 통해 2021년 3935억원, 지난 2023년 7090억원을 추가 투입했습니다. 그럼에도 부코핀은행 영업적자는 2020년 434억원에서 2021년 2725억원으로 늘었고, 특히 이 부문장이 은행장으로 취임한 2022년에는 대대적인 증자에도 불구하고 적자가 8021억원에 달했습니다.
 
내부통제 문제도 심각합니다. 그간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으로부터 30여 차례의 제재를 받았는데요. 감사보고서나 재무보고서 미제출 등으로 재무건전성의 투명성을 의심받고 있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속적으로 국민은행의 해외 투자 부실에 대해 경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직후에는 부코핀은행에 대한 반복된 지적으로 평판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운영리스크 관리 상태를 살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원장은 인도네시아 현지를 직접 방문해 부코핀은행의 운영 실태를 직접 보고받기도 했습니다.
 
경영진 중징계 악몽 
 
국민은행이 카자흐스탄 BCC(Bank CenterCredit) 은행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 지분을 매각한 선례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국민은행은 2008년 이 은행을 인수하면서 1조원 가까이 투입했지만 대부분이 손실처리 했고 2017년 매각한 적이 있습니다.
 
이 투자 실패로 당시 인수를 추진한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이 중징계를 맞는 등 임직원 100여명이 금감원으로부터 무더기 징계를 받았습니다. 강 전 행장은 KB금융 2대 회장 최종후보자에 내정됐지만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습니다.
 
부코핀은행 인수와 투자 기간 주요 경영진을 보면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2014년 11월~2023년11월 재임)과 허인 전 부회장(당시 국민은행장, 2017년 11월~2021년 12월 재임)이 최종 의사결정자로 있었습니다. 이 부문장은 2022년 국민은행장으로 취임한 뒤 대규모 증자를 추진하고도 적자 폭은 크게 키워 관리 책임이 크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허 전 부회장과 이 부문장은 각각 회장 후보에 오르거나 연임 심사를 받았지만 부코핀 은행의 부실 책임에 발목이 잡혀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이 부문장의 경우 지난해 말 국민은행장 퇴임 이후 KB금융 글로벌 부문장을 맡고 있는데요. 부코핀 은행 정상화를 비롯해 그룹 해외 진출 전략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주요 금융지주 및 은행에 대한 검사 결과를 오는 2월 초 발표하기로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1월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마친 후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실패 책임자가 그룹 글로벌사업 총괄
 
대규모 유상증자와 관련해선 이미 부실이 심각한 상황에서 은행 자금을 추가 투입한 것이 정상적인 경영판단인지 아니면 회생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강행했는지 등이 쟁점입니다.
 
국정감사에서도 부코핀은행 부실투자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국부 유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은행의 신뢰성과 평판을 훼손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왔는데요. 일부 국회의원은 양종희 현 KB금융 회장의 국감 증인 출석을 추진했지만, 국민은행 부행장이 참석하는 것으로 마무리되기도 했습니다.
 
정무위원회 한 관계자는 "부코핀은행 투자 결정이 시급하게 처리하다보니까 리스크관리위원회 등 이사회가 법률자문이나 경영자문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을 것"이라며 "사후 승인 방식의 업무 처리는 우리나라 금융사들의 고질적인 지배구조 문제"고 지적했습니다.
 
부코핀은행 증자와 관련해 KB금융과 국민은행 이사회 보고서를 보면 일련의 투자 안건 심의에 대해 이사진 전원이 찬성했습니다. 2018년~2023년 KB금융 사외이사인 권선주·오규택, 국민은행 사외이사 유용근·서태종 등 사외이사가 아직까지 재임 중입니다. 당시 이사회에 참석한 한 사외이사는 부코핀은행 투자 결정과 관련해 "은행에 물어보라"고 답을 피했습니다. 국민은행에서는 부코핀은행 정상화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으며  2026년을 흑자전환 시기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 로고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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