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한남동 대치 장기화…주민·상인 "빨리 끝내야"
소음·쓰레기·화장실 무단이용·노상방뇨 등 피해 속출
상인들 "사태 어서 끝나야…상권 발길 끊길까 우려"
공수처, 윤석열 체포 차일피일 미뤄…사태 '장기화'
2025-01-12 17:00:00 2025-01-12 17: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차종관 기자] 윤석열씨 체포영장 집행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리는 보수와 진보 집회도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집회 참가자들이 도로를 점거하자 한남동 일대 교통은 혼잡해졌고, 주민들은 집회로 인한 소음과 쓰레기 등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상인들도 영업에 지장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입을 모아 "사태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2일부터 12일까지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을 매일 취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31일 윤씨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후 관저 인근에서는 윤씨 탄핵·체포를 반대하는 아스팔트 보수 집회, 윤씨 탄핵·체포에 찬성하는 시민들의 집회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리고 있습니다.
 
5일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대로에서 아스팔트 보수들이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아스팔트 보수 집회와 시민 집회 참가자들은 서로 상대방의 목소리를 압도하기 위해 스피커 볼륨을 최대한으로 높인 상황입니다. 아스팔트 보수는 "탄핵 무효"를, 시민들은 "윤석열 퇴진"을 큰 목소리로 끊임없이 외치고 있습니다. 현장 소음이 심해 옆사람과의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보수와 진보의 충돌을 막기 위해 경찰 버스로 이뤄진 차벽은 한남대로를 곳곳을 메운 상태입니다. 거리는 경찰의 통제로 양방향 원활한 이동이 안 되고 있습니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상대 진영 쪽에서 걸어와 과격한 욕설을 내뱉기도 했고, 심하면 밀치거나 주먹을 휘두르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보수 집회에서 나눠준 'STOP THE STEAL(도둑질을 멈춰라)'이라고 적힌 전단지 등 쓰레기로 거리는 지저분했고, 밤이 되면 술을 마신 이들이 노상방뇨를 하는 것도 심심치 않게 목격됐습니다.
 
4일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통행로가 경찰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인근 주민들과 상인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도로가 통제돼 집에 가는 길이 막힌 한 주민은 "빨리 (이런 일들이)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다른 주민도 "소음과 통행불편이 다 싫으니까 부디 다른 데 가서 집회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인근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성모(49)씨는 "매상과 관계없이 집회가 어서 끝났으면 좋겠다. 소음도 심하고, 집회 참가자들이 쓰레기를 가게 앞에 막 버리고 가기 때문에 진저리가 난다"고 했습니다. 또 "집회에 참가하신 분들이 한꺼번에 식사하러 오면 정신이 없다"면서 "정상적인 영업이 힘들다 보니 요즘엔 그냥 김치찌개로 메뉴를 통일해서 판매다"라고 했습니다.
 
10일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아스팔트 보수 집회 현장에 쓰레기가 쌓여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카페를 운영하는 백모(40)씨는 "같은 건물을 쓰는 상인들 모두 집회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집회 참가자들이 귤이나 떡과 과자 등 외부음식을 들고 오기도 하고, 그 껍질이나 담배꽁초를 가게 앞에 버린다"고 했습니다. 이어 "가게 안에서 '빨갱이'라며 고성을 지르는 등 기본 매너가 없는 분들도 많다"며 "주문하지 않고 자리만 차지하는 분들도 많고, '주문해 달라'고 부탁을 드려도 들은 척도 안 한다. 주문 없이 무단으로 가게 화장실을 쓰는 것을 막자 '나라를 지키러 온 애국자에게 인색하다'며 화를 낸 적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상인도 "오시는 단골 손님들은 '한남동은 엄청 조용한 동네인데 이렇게 돼 안타깝다'며 요즘은 이용을 꺼리신다"면서 "지금은 매상이 문제가 아니다.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어서 집회가 끝났으면 좋겠다. 한두 사람이 그러는 것도 아니고 몇백명이 그러니까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습니다.
 
9일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아스팔트 보수들이 경찰에 폭언과 욕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또 다른 카페의 종업원 서모(31)씨는 "집회 스피커에서 나오는 예배하는 소리, 욕설하는 소리가 듣기 싫다. 단골 손님들이 왔다가 불편해서 돌아가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집회 참가자들이 손님으로 오시면 매상이 많이 올라서 좋지 않으냐, 밤새 영업해서 돈 벌어라' 이러지만, 원래 우리 가게는 단골 손님들이 많이 찾아와서 매출은 거의 차이가 없다"며 "이 반짝 소동이 끝나고 나면, 이태원 참사 때처럼 한남동이란 동네의 이미지가 나빠져 발길이 끊길까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상인은 "집회 참가자들은 주문도 안 하고 화장실을 마구 쓴다. 그러지 마시라고 강경하게 막으면 욕설을 하는 등 폭력적으로 반응한다"면서 "이걸 매번 이야기해야 한다는 게 너무 스트레스다. 어느 순간 포기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이어 "집회가 시작된 이후로 스트레스로 신경이 곤두서있다"며 "특히 밤에는 술 마시고 노상방뇨하는 사람이 많아서 위험하다. 우리 가게를 포함해 근처 가게들이 모두 영업을 다 일찍 종료하는 건 그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10일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인근 대로에서 밤새 노숙한 아스팔트 보수가 자리를 정돈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공수처가 윤석열씨에 대한 체포영장 재집행을 언제 할 지는 기약이 없습니다. 보수와 진보 진영의 집회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인 겁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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