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북풍 유도 공작' 의혹 제기에 색깔론 대응
언론 공지문에 "북한 주장 동조" 비난…일부 기자들 반박도
2025-01-14 15:00:53 2025-01-14 15:00:53
북한 외무성은 지난해 10월 11일 "한국은 지난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대북전단)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대북전단. (사진=연합뉴스)
 
윤석열정부가 '12·3 내란' 모의 과정에서 북한을 자극해 비상계엄 명분을 만들려 했다는 의혹을 국방부가 전면 부인하면서 '색깔론'으로 대응하고 나섰습니다.
 
국방부는 지난 13일 국방부 담당 기자들에게 보낸 언론 공지문에서 "그동안 우리 군은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일관된 대북정책을 통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해 왔다"며 "이러한 정상적인 군사활동과 조치를 두고 일각에서는 지난 연말부터 계엄상황과 결부시켜 지속적으로 '북풍 공작'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안보불안을 야기하고 우리 군의 군사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면서 "심지어 우리 군의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와 '북 오물·쓰레기 풍선 대응', '대북확성기 방송'을 문제 삼고, 나아가 '평양 무인기 침투사건'과 '대북전단 살포 의혹' 등에 대해서는 오히려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고 반발했는데요. 내란 주도 세력에 대한 '북풍 유도 공작' 의혹 제기를 북한 동조라고 비난한 겁니다.
 
국방부는 이어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원점 타격을 통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 했다는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라면서 "우리 군의 군사활동을 근거 없는 허위 주장으로 왜곡하는 것은 장병들의 명예와 사기를 저하시키고 군사활동을 위축시킴으로써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무분별한 의혹 제기 행위들을 중지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도 했습니다.
 
"합리적 의혹 제기마저 용공 혐의로 겁박"
 
이 공지문의 '북한 주장 동조' 대목에 대해 이날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한 기자가 "합리적 의혹 제기마저도 용공 혐의로 겁박하는 것 아닌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하니 확인이 안 되는 것에 대해 계속 의문을 제기하는 것인데, 이게 어떻게 북한 주장을 옹호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나"라고 반박하자,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은 "저희가 드린 입장을 참고해 주시면 될 것 같다"며 "추가로 드릴 말씀은 없다"고만 답했습니다.
 
이어 다른 기자가 "중요한 국민의 알 권리를 밝히려는 행위에 대해 부당한 행위라고 잘라 말하는 것은 오히려 군이 합리적 비판을 차단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이 부대변인은 ''차단' 표현은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주신 말씀은 잘 알겠다"고, 다소 수그러든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2023년에 우리 측에서 북한에 무인기를 두 차례 보냈다고 밝혔으나, 의혹이 집중되고 있는 지난해 10월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습니다.
 
"공수처, 드론사 '증거 인멸' 증언 확보"
 
국방부의 이런 태도와 달리 평양무인기 사건은 시간이 갈수록 그 의혹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은 드론작전사령부가 지난해 6월부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낼 준비를 해온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무인기 작전 상황을 잘 아는 군 내부 관계자들로부터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대통령을 의미하는 V(대통령)의 지시라며 국가안보실 직통으로 무인기 침투 작전이 하달됐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또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최근 드론사 사정을 잘 아는 군 관계자로부터 "드론사 예하 101드론대대와 드론교육연구센터가 지난달 중순부터 활용가능한 문서 세단기를 모두 동원해 자료를 삭제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지난 12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더해 같은 당 윤건영 의원은 북한이 평양 무인기 사건을 발표한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 11일 경기도 연천 임진강변에서 한국군 무인기가 발견되자 합참이 경찰에 공문을 보내추가로 발견된 무인기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고, 군이 경찰과의 정식 합동조사 없이 자체적으로 현장 채증하고 심의조서 등 기록조차 남기지 않은 채 무인기를 수거해가는 과정에 방첩사령부가 관여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9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야외주차장에 북한 오물풍선의 잔해가 떨어져 출동한 군부대가 수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평양무인기 사건뿐만이 아닙니다. 민주당이 지난해 11월 말에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북한의 오물풍선에 대한 원점타격을 지시했으나 김명수 합참의장의 반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한 데 이어, 국방전문가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도 "9·19 군사합의가 무력화되던 2023년 11월에 합참에서 해주의 북한 4군단 타격 계획을 작성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외환죄 추가한 두 번째 '내란 특검법' 법사위 통과
 
민주당은 이 같은 윤석열정부의 외환(外患) 행위 의혹을 추가한 두 번째 특검법안을 13일 국회 법사위에서 통과시켰는데요. △북방한계선(NLL) 공격 유도설 △북 오물 풍선의 원점 타격 검토설 △우리 무인기의 평양 상공 침투설 △대북 확성기 가동 △대북 전단 확대 살포 △해외 분쟁지역(우크라이나) 파병 주장 등 가 수사 대상입니다.
 
국민의힘은 이날 법사위에서 "(대북 확성기처럼) 김정은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군의 통상 대응을 수사하겠다는 거냐"며 표결 전 퇴장했고, 권성동 원내대표도 "대북 확성기와 대북 전단이 어떻게 외환죄 수사 대상이 되는가“라며 북한 도발이 대한민국 정부가 자극했기 때문이라는 김정은 정권의 궤변을 대변해 주는 것"이라고 극력 반대하고 있습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차 내란특검 법안에 대해 여야 합의를 요구하며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어, 윤석열정부의 외환 혐의를 담은 특검법안이 실현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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