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김유정 인턴기자]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독보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상징적인 장면은 '배신자는 윤석열'이라고 적힌 팻말을 걸고 1인 시위를 하던 모습이었는데요. 이에 힘입어 윤석열 씨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기쁘지 않았습니다.
'당론'이 아닌 '양심' 따랐다는 이유로 공격이 쏟아졌고, 동료 의원들에게도 외면받았습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그에게 탈당을 압박했고,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지난 13일 의원총회에서 "정치를 잘못 배웠다. 앞으로 나한테 '형님'이라고 하지 말라"며 공개 비난했습니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 (사진=김유정 인턴기자)
김 의원은 15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의원은 단 하루를 하더라도 옳음을 추구해야 한다"며 "두려워해야 할 건 '역사의 죄인'으로 남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상승세인 당 지지율을 두고선 "사회 갈등을 유발하고, 극우에 편승해서 얻은 지지도"라며 "좋아할 게 아니라,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일갈했습니다.
그는 "극우는 우리 당에서 뿌리 뽑아야 할 대상이지, 힘을 합쳐야 할 대상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극우가 아닌 보수'라고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의 국민의힘을 두고선 '방향 잃은 배'라고 했습니다.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포기했다는 비판입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입니다.
-조금 전 윤석열씨가 체포됐습니다. 마음이 복잡하실 것 같습니다.
참담하고, 국민께 무한히 송구스럽습니다. 정치는 어려움을 해결하고, 미래를 열고, 희망을 드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반대였습니다. 우리 당의 대통령이 그렇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헌정질서까지 유린했습니다. 국가 정상화를 위해, 하나의 중요 단계를 넘어섰다는 데엔 안도감이 듭니다. 다만 탄핵 정국 이후, 사회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그토록 깨고 싶은 '진영 논리'가 더 공고해지고 있는 것 같아 염려스럽습니다.
-진영 논리는 왜 더 공고해질까요.
근원적으로 대한민국 정치는 진영 논리에 갇혀 있습니다. 공격하는 쪽에선 더 강하게 공격하고, 방어하는 쪽에서도 더 강하게 방어할 수밖에 없습니다. 강한 공방 속에서, 진영 결집 현상이 일어나는 거죠. 정치인 잘못도 큽니다. 자신의 정치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사회 갈등을 소재로 '연료'로 활용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는 '극우의 잔재'입니다. 독재 정권에서 호남을 차별하고, 빨갱이론 같은 매카시즘을 동원하지 않았습니까? 그 잔재가 고령층에 남아 있고, 좌절한 젊은이도 극우화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방법으론 뭔가 할 수 없고, 도리어 내가 가진 것을 앞으로 뺏길 수밖에 없다는 생각 때문에 더 극단적이고 폭력적이고 배타적 성향을 취하게 됩니다.
-국민의힘 의원 33명이 오늘 대통령 관저를 찾았습니다.
일단 본인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얘기 자체가 없고요. 진정으로 대통령을 정말 지키려고 하는 마음이라면, 저렇게 하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보여주기식으로 강성 지지층 지지를 받아서, 본인의 정치력을 확장하려는 목적이었다고 봅니다. 갈등을 이용하는 거죠.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세입니다.
좋은 시그널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어떤 보수의 가치를 추구하고 실행해서, 국민 신뢰로 쌓인 지지도는 제대로 된 지지도입니다. 하지만 우리 당은 아무것도 한 게 없습니다. 그러면 이 지지도는 극단의 사회 갈등을 유발해서 얻은 지지도입니다. 좋아할 게 아니라, 반성해야 할 부분인 거죠. 이 지지도에 고령 강성 극우, 젊은 강성 극우가 힘을 보탰습니다. 극우는 우리 당에서 뿌리 뽑아야 할 대상이지, 힘을 합쳐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대통령 탄핵안 표결 전, 1인 시위를 벌이고 찬성표까지 던졌습니다. 초선 의원으로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하셨습니까.
12월3일 그날의 경험이 좀 저한테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목숨 걸고 국회로 뛰어가서, 비상계엄 해제를 한 그 순간이 저한테 각성을 일으켰어요. 국회의원이 국회의원의 역할을 하지 않으면, 국가 존립이 위태롭고 국민이 다칠 수 있다는 걸 현장에서 깨달았습니다. 피켓 시위까지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대통령담화와 새 원내지도부 선출 이후, 당내 분위기가 급격히 탄핵 반대로 기울면서 '뭔가 행동이 필요하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래서 움직이게 된 겁니다.
-민주당이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뺐습니다. 쌍특검법(김건희·내란 특검)에 대해선 권성동 원내대표의 '협박'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원내대표 협박은 무서워할 문제가 아닙니다. 정말 무서워해야 할 건, 국회의원으로서 국가·국민에게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겁니다. 그것이 '역사적 죄인'이지 않습니까? 이재명 대표가 최근 일련의 상황을 '정치적 이해'로 활용하는 부분은 규탄합니다. 이 대표가 욕심을 내서 큰 일을 망치려고 한다는 걸 국민도 아십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잘해서 국민에게 신뢰와 선택을 받는 것'이죠. 남의 잘못으로 반사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건 비겁하다는 생각입니다. 이건 삶의 철칙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모범적인 모습은 우리 특검법을 발의하는 것이었습니다.
-김건희 특검법의 경우, '명태균 게이트'로 당 전체가 수사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민주당에서 의혹을 제기해서 특검 수사를 했는데도 잘못한 게 없으면, 괜찮겠지요. 그러면 그만큼 민주당은 더 큰 정치적 역풍을 맞을 겁니다. 반대로 우리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밝히고, 처벌받고 털어내야죠.
-국민의힘이 '내란 특검법'을 발의하기로 했습니다. 민주당에선 '지연전술'로 보고 있습니다. 합의에 이를 수 있을까요.
특검에서 중요한 첫 번째는 '신속함'이고 두 번째는 '합의'입니다.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저는 신속함을 택할 겁니다. 이미 내란 수사가 시작돼서 상당히 진행됐고, 오늘 윤석열 대통령께서 체포가 됐습니다. 특검법이란 법적 토대가 없으면 더 큰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밀당'(밀고 당기기)하면서 시간을 보낼 일이 아닙니다. 특검은 꼭 필요합니다. 12·3 내란 사태에 검찰도 관련이 돼 있습니다. 법무부 장관도 문제가 됐고요. 검찰이 기소하지 않습니까? 이미 거기서 본질적인 문제가 생겨버렸습니다.
-현재 국민의힘은 '극우의 길'을 걷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많이 극우화되긴 했습니다. 사람 몸이 병에 걸린 것과 같습니다. 의사가 사람 생명을 마지막까지 포기 못 하듯, 저도 당을 함부로 포기를 못 합니다.
-건강한 보수로 탈바꿈하기 위해선 '세력화'가 필요합니다.
짧은 시간에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결국에는 23대 국회에 가서 인적 구성이 바뀌어야지만, 가능할 듯합니다. 아마 저는 다음 국회에 없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목소리를 내려고 하는 겁니다. 제가 목소리를 내면, 그 파문이 23대 원 구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누군가 또 이어서 힘을 낸다면, 보수가 더 건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하고 있습니다.
-한동훈 전 대표 복귀설이 있습니다. 한 대표가 복귀하면 동참하실 계획입니까.
제가 추구하는 보수의 가치를 위해 움직이신다면, 당연히 힘을 합칠 거고요. 그게 아니라면 또 직언할 겁니다.
-구조적인 측면에서 비롯된 진영 논리를 깨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합니까.
분권을 통해 대통령 힘을 줄일 수 있는 헌법 개정 필요하고요. 소선거구제를 중선거구제로 반드시 바꿔 거대 양당 구조를 타파해야 합니다. 그런데 쉽지는 않습니다. 기존 국회의원이 기득권을 내려놔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을 계속 주장하고, 관찰시키기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여야 모두에서 강경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치 붕괴'를 우려하시고 계시는데, 민주당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더 겸손해져야 하고, 더 배려해야 하고, 더 품위를 갖춰야 합니다. 민주당이 건강해지면 국민의힘도 건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당도 함부로 하면 양당 모두 엉망이 되겠죠. 앞으로는 민주당에 더 많은 책임을 묻게 될 겁니다. 거대 정당에, 대통령까지 배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권력을 함부로 쓰거나, 건강한 가치를 지향하는 정당의 등장을 막으려고 하거나, 이걸 또 제도화하려고 한다면 국민 저항에 부딪히겠죠. 구태 세력이 정말 바라는 건, 민주당이 그런 모습이 돼서 반사이익으로 정권을 다시 얻는 겁니다.
-진영을 떠나, 의원님을 응원하고 있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정치가 건강해지려면, 건강한 정치가 자랄 수 있는 정치 토양이 있어야 하고요. 그 토양은 국민께서 바른 선택과 행동을 해 주시는 데 달려 있다고 봅니다. '추구하는 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그 가치는 국가의 이익, 국민의 복리에 부합해야 합니다. 그런 건강한 정치를 만들고 싶습니다. 혼자 힘으로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정치인들이 자라날 수 있도록 또 사라지지 않도록 지켜주시기고 함께해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유지웅 기자·김유정 인턴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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