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박혜정 인턴기자] ‘불확실성의 사나이’ 도널드 트럼프의 귀환에 반도체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K-반도체에 악재와 기회를 모두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업계의 대응도 발빠르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인텔 브라이언 크르자니치 CEO가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실리콘웨이퍼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는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취임하면 보다 강력해진 ‘미국 우선주의’가 반도체 업계의 지형을 뒤흔들 전망입니다. 지난해 선거 기간 중 트럼프 당선인은 전 세계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20%, 특히 중국 제품에는 최대 60%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적 관세를 공약으로 내놨습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고 있어 관세 부과 및 제재 등 예측 불가 상황에 놓였습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은 반도체지원법(CSA) 폐지 혹은 축소도 언급한 바 있는데요. 이를 우려한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 내 보조금 협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보조금 지급을 체결했지만 무효화 가능성도 잔존합니다.
최근 바이든 정부는 중국을 겨냥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발효 시 반도체 시장의 수요 둔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점쳐지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이를 이어받을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조치 내용은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 우려국가는 수출을 전면 통제하고, 동남아 등 중간지대 국가에는 국가별로 할당된 쿼터 안에서만 AI 반도체를 구입할 수 있다는 게 골자입니다.
한국 등 동맹국에는 영향이 없지만 삼성전자, 인텔, TSMC 등 반도체 제조업체들에게 고객사를 더 면밀히 조사하고 실사를 늘리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고객사 유치가 필요한 삼성에는 악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반면, 기회 요인도 있습니다. 대중국 제재 강화로 중국의 범용 메모리 반도체의 굴기를 저지할 수 있다는 점이 주요합니다. 트럼프-대만 관계 악화 가능성도 존재하는데요. 트럼프 당선인은 “대만이 미국 반도체를 도둑질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습니다. 그가 TSMC를 압박한다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기술 격차를 좁힐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는 자국중심주의의 실리적 인물”이라며 “당면한 과제에 따라 태도가 바뀔 수 있어 기업들의 기민한 대응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김진양 기자·박혜정 인턴기자 sunright@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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