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짓는 49층…영종에 CLT 초고층 복합도시 추진
KARENA 프로젝트, '매스 팀버' 기반 49층 규모 초고층 목조 건축 추진
장진희 교수 "초고층 건축 조성 현실화 가능성 있어"
"뛰어난 탄소중립 효과…선진 기술 도입 및 검증 체계도 필요"
2026-05-22 17:15:36 2026-05-22 17:20:40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인천 영종국제도시에 추진 중인 카레나(KARENA) 프로젝트에는 'CLT(Cross Laminated Timber)', 'GLT(Glue Laminated Timber)' 등 '매스 팀버(Mass Timber)' 공법이 활용된 49층 규모 초고층 목재 건축 조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콘크리트와 철골 일변도의 국내 초고층 건축 시장에 탄소중립을 이끌 수 있는 목재 기반의 기술 공법이 새롭게 안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매스 팀버 공법 도입…장진희 교수 "하이브리드 방식 49층 의의"
 
22일 토마토그룹에 따르면, KARENA 프로젝트는 초고층 숙박·상업·문화시설에 CLT, GLT 등 대형 목구조 자재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방안은 단순히 건물 일부에 목재 마감재를 쓰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구조체와 가구, 실내 인테리어까지 CLT 소재를 일관되게 적용해 탄소 중립 환경·사회·지배구조(ESG)까지 구현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CLT는 나뭇결을 가로·세로 방향으로 교차해 여러 겹 붙인 대형 목재 패널을 뜻합니다. 주로 벽, 바닥, 천장 등 넓은 면 구조에 쓰입니다. GLT는 나무를 같은 방향으로 여러 겹 붙여 만든 대형 구조용 목재입니다. 쉽게 말해 CLT가 '판'이라면 GLT는 '기둥', 보'에 가깝습니다. 또 매스 팀버는 큰 나무 구조물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대형 목조 건축 공법입니다.
 
장진희 P1건축사사무소(P1 Architecture) 대표 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겸임교수는 KARENA 프로젝트의 49층 규모 목조건축 구상에 대해 기술적으로 현실화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다만 초고층 목조건축은 건물 전체를 나무만으로 세우는 방식이 아니라, 콘크리트·철골과 결합한 하이브리드 구조로 짜여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장 교수는 "현재 호주에서 39층 규모의 하이브리드 목조 건축물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는 고층에서 엘리베이터 샤프트 같은 코어를 철근콘크리트나 철골로 하고 나머지 구조에 CLT와 GLT를 적용하는 방식"이라며 "49층이 구현된다면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그럼에도 CLT와 GLT를 사용한 세계 최고 수준의 목조 건축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화재, 지진 등에 강한 성능 확보 필요
 
초고층 목조건축에서 가장 크게 우려되는 점은 화재인데요. 목재를 구조재로 쓰면 불에 약할 것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장 교수는 "두꺼운 목재 구조재의 경우 화재 시 표면에 탄화층이 생기고, 이 탄화층이 내부 구조재를 보호하는 내화 피복 역할을 한다"고 했습니다. 철골 구조도 고온에서 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별도의 내화 피복이 필요하듯, 목구조 역시 탄화층과 방화 피복, 내화 인증을 통해 성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장 교수는 49층급 초고층에 적용하려면 별도의 검증도 필요하다고 부연했습니다. 장 교수는 "국내에도 2시간 내화 인증 기준은 있고, 고층에서는 필요에 따라 3시간 성능까지 검토해야 한다"며 "수입 목재를 대량으로 사용할 경우 해당 구조에 대한 내화 인증 등 별도 인증 절차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규모 건축물에서는 별도 인증 비용과 시간이 부담이 되지만, 영종 KARENA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라면 해외 자재를 수입해 국내 기준에 맞춰 검증한 뒤 적용하는 방식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지상 24층 규모 목조 건축 '호호 비엔나' 투시도. (자료=디피인터내셔널)
 
지진, 강풍, 진동 등도 핵심 검토 사안입니다. 매스팀버는 콘크리트보다 가볍고 결 방향 강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초고층 건축에서는 적재하중과 풍하중, 지진하중, 접합부 안전성의 정교한 계산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장진희 교수는 "지금은 사람이 이용하는 건물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하중을 모두 계산해야 한다"며 "일반 철골 구조와 거의 흡사한 구조 내력이 나오도록 설계하고, 지진과 태풍에 대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바닷가에 위치한 영종은 해풍과 습기 대응이 필수입니다. 다만 이는 목조 건축 적용을 가로막는 요인으로만 보기는 어렵고, 설계와 유지 관리로 풀어야 할 기술 과제라는 분석입니다. 장 교수는 "목재가 철처럼 부식되는 재료는 아니며, 표면처리와 방수·방부 기술을 적용하면 외부 환경에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면서도 "외장재 적용 시 준불연 처리와 주기적 유지관리 계획도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뛰어난 탄소중립 효과…국내외 기술 검증 체계 확보 필요성
 
매스팀버 공법이 주목받는 건 탄소중립 효과가 뛰어나섭니다. 목재는 성장 과정에서 흡수한 탄소를 저장하는 재료입니다. 장진희 교수는 "목재는 탄소 성분의 저장체"라며 "건축 재료로 목재를 최대한 활용하면 건축 자체가 하나의 탄소 저장체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위치한 지상 25층 규모 목조 건축 '디 어센트 타워' 전경. (자료=디피인터내셔널)
 
공사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매스팀버는 공장에서 제작한 대형 목구조 패널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건식 공법에 가깝습니다. 콘크리트처럼 양생 기간이 필요하지 않고, 철골 공사에서 필요한 용접 등 부수 작업도 줄일 수 있습니다.
 
장 교수는 "매스팀버는 레고 블록처럼 조립하는 방식에 가깝다"며 "주택 기준으로 보면 6개월 걸릴 공사를 3~4개월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목재는 유기체라는 재료 특성이 있고, 나무가 보이는 공간에 들어가면 안정감을 느낀다는 반응이 많다"며 "실제로 목조 건축 내부를 경험한 사람들은 사진으로 볼 때보다 훨씬 좋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장 교수는 KARENA의 49층 규모 목조건축 구상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해외 선진 기술 도입과 국내 검증 체계가 동시에 갖춰져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국내에도 목조 구조를 검토할 수 있는 구조 기술사들이 늘고 있고 CLT, GLT를 생산하는 업체도 많아졌다"며 "다만 49층급 초고층은 국내 건설사가 단독으로 하기보다는 해외 경험을 가진 업체와 기술 제휴를 통해 추진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국내 목조 건축은 그동안 소규모 건축 중심으로 축적돼 왔지만, 구조 기술과 내화 인증을 갖춘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49층 규모의 건축물이 실제로 조성되면 국내 건설사에도 초고층 목조건축 노하우가 축적되고, 이후에는 해외 기술 의존도를 조금씩 낮춰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장진희 P1건축사사무소(P1 Architecture) 대표 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겸임교수. (사진=장진희 교수)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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