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선원 없이도 선박을 운항할 수 있는 내용의 '자율운항 선박법'이 최근 시행에 들어가면서 조선업계의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이 한층 빨라질 전망입니다. 선원 없이 선박을 원격 제어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규제가 풀리면서 관련 산업도 활력을 띄는 모양새입니다.
삼성중공업의 완전자율운항 실증선박 '시프트 오토' 사진. (사진=삼성중공업)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제정된 자율운항선박법이 해양수산부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이달 처음 시행됐습니다. 이로써 기존 일반 선박에 적용됐던 선박직원법과 같은 규제에 특례가 부여됩니다.
현행 선박직원법 제11조를 보면 '선박소유자는 선박직원의 승무기준에 맞는 해기사를 승무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선원이 선박에 타지 않고 선박을 원격 제어하는 게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자율운항선박법이 시행되면서 별도 지정된 운항해역 안에서 선원없이 선박을 운항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자율운항선박 기술 단계는 크게 4가지로 구분됩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자율운항 기술에 따르면 △1단계는 선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수준 △2단계는 선원이 승선한 상태에서 원격제어하는 수준 △3단계는 선박에 탑승한 선원 없이 원격제어하는 수준 △4단계는 완전 자율운항할 수 있는 기술 등으로 구별됩니다.
당초 국내 조선업계는 선박직원법을 비롯해 선박안전법, 국제선박항만보안법 등 현행법의 한계로 자율운항 2단계 기술까지만 상용화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법 시행으로 조선업체들이 자율운항선박 3단계 기술 실증에 나설 수 있게 됐습니다.
이에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자율운항 3단계 기술 실증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HD현대그룹은 작년 11월 세계 최초로 대형선박에 대한 자율운항과 원격제어 통합 실증에 성공했습니다. HD현대는 이번 실증에서 대형상선에 대한 복수 원격운영센터 간 제어권 전환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이 기술은 선박이 장거리 항로를 운항할 때 하나의 원격운영센터에서 다른 원격운영센터로 제어권을 전환시킬 수 있습니다.
삼성중공업도 같은해 11월 설계 단계부터 완전자율운항 기능이 탑재된 자율운항 연구 선박인 '시프트 오토'를 공개했습니다. 기존 자율운항선박은 장애물 식별, 우회 경로 안내 등 제한된 범위안에서 실증만 가능했으나 이 선박은 설계 단계부터 자율운항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삼성중공업은 이 선박을 통해 선원 개입 없이 자율운항하는 3단계 기술을 실증할 목적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운항촉진법 발효로 자율운항 3단계 실증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며 "해당 법을 기반으로 국내자율운항기업들이 국제표준을 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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