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특정 보험상품 밀어주기 금지' 완화한 진짜 이유
대형사-중소형사 간 격차 더 벌어질 수도
2025-01-21 14:00:00 2025-01-22 08:02:05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가 19년 만에 추진됩니다. 특정 보험사 상품 판매 비중이 전체의 25%를 초과하지 못하게 한 이른바 '25%룰'을 완화하는 방안인데요. 은행에 입점한 보험상품 수가 적어 25%룰을 지키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것이지만, 이로 인해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란 걱정도 많습니다. 
 
21일 금융위원회화 금융감독원은 6차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혁신금융서비스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금융기관보험대리점을 활성화하기 위해 보험사별 판매비중 제한을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그동안 금융기관보험대리점에서는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상품 판매 비중이 각 사별 25%로 제한됐습니다. 그러나 규제 완화 시행 1년 차부터는 생보사의 경우 33%, 손보사의 경우는 50% 또는 75%까지 판매 비중을 완화합니다. 2년 차부터는 규제 완화 효과, 보험사 재무영향 등을 토대로 판매비중이 결정됩니다. 이후에는 혁신금융서비스 운영결과와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제도화가 추진됩니다.
 
다만 은행 등 계열사 상품 몰아주기를 방지하기 위해 계열사 판매 비중은 생보사의 경우 기존 25%를 그대로 유지하며, 손보사의 경우는 33% 또는 50%까지만 완화할 예정입니다.
 
현장에서는 판매 비중 규제로 인해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는 상황 등 소비자 선택권이 제약받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했습니다. 특히 최근 삼성화재(000810)가 금융기관보험대리점과의 판매 제휴를 중단하면서, 판매 비중 규제 준수(손보사의 경우 실질 3개사만 참여)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따라서 이번 혁신금융서비스는 방카슈랑스 참여사 부족으로 기존 판매비중을 맞추기 힘들었던 점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손보사의 경우는 기존에 참여했던 보험사가 방카슈랑스 사업을 접으면서 판매 비중을 맞출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보사에 비해 판매비중을 많이 완화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은행에는 예금으로 오는 고객이 많기 때문에 방카슈랑스 상품은 저축성 보험 수요가 대부분인데, 저축성보험은 보험사 입장에서 회계상 부채이기 때문에 많이 판다고 해도 고민"이라고 말했습니다.
 
은행 계열사를 제외한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격차가 오히려 더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큽니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은행이 계열사를 몰아줄 수 없도록 금융지주 계열 생보사는 기존과 동일하게 판매 비중이 유지되지만, 이를 제외한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영업 차이는 벌어질 수 있다"며 "자금 유동성이 큰 대형사가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모집인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를 올리게 되면 상대적으로 중소형사가 불리하다"고 말했습니다.
 
금융기관보험대리점은 은행(방카슈랑스), 카드사(카드슈랑스), 농·축협, 증권사가 보험대리점 역할을 하는 것을 뜻합니다. 종합 금융서비스 제공과 보험 판매채널 다양화 등의 목적으로 2003년에 도입됐습니다.
 
그러나 각종 규제로 활성화가 되지는 못한 상태였습니다. 특정사 모집비중은 25%로 제한됐으니 많이 팔고 싶어도 다른 보험사 상품 판매율과 비중을 맞춰야 했고, 자동차보험과 종신보험 등은 판매하지 못합니다. 모집 인원도 점포별 2인 이하이며 점포 내에서도 지정장소에서만 보험을 팔 수 있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주로 은행의 특성을 살린 저축성 보험 위주로 판매가 이뤄졌습니다.
 
물론 타 채널 대비 장점도 큽니다. 타채널 대비 모집 수수료 상한이 법인보험대리점(GA)이나 전속 설계사 채널 대비 50~70% 수준으로 낮아 상품 가격도 저렴하고, 불완전판매 비율도 3분의1~4분의1 수준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금융당국은 중·소형 보험사들 간 공정경쟁이 이뤄지도록 금융기관보험대리점의 동종·유사상품 비교·설명의무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비교·설명의무 등은 대형 GA와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동일 적용 보험 모집시 금융기관보험대리점이 제휴한 전 보험사 목록을 제공하며, 제휴된 상품 중 소비자가 원하는 보험사 상품은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며 "설계사가 특정 상품 권유시 상품 추천사유를 설명하고, 상품별 판매수수료 정보도 별도로 안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가 19년만에 추진된다. 사진은 서울의 한 시중은행 창구에서 은행업무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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