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트럼프 2.0 시대'를 맞은 한국이 게임에 대한 중복 규제를 해소하고 인공지능(AI)·웹3 게임으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조언이 법조계에서 나왔습니다.
김종일 법무법인 화우 게임센터장은 22일 화우에서 열린 '트럼프2기, 한국게임산업정책' 대담회에서 '트럼프2기, 다부처 중복 규제 극복의 계기로'를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김종일 법무법인 화우 게임 센터장이 22일 화우에서 열린 '트럼프2기, 한국게임산업정책' 대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트럼프, 웹3 게임 출현 자극
이날 김 센터장은 "지난 총선을 전후로 게임 이용자들의 표를 더 얻기 위한 정당 간 경쟁과 규제 강화 국면이 있었다"며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업무 계획에 게임 산업 규제와 관련한 내용이 많이 담기게 되고, 문체부의 게임 산업 진흥 계획에도 중복 규제 관련 내용이 많이 포함되는 현상을 목도했다"고 전제했습니다.
한국에서 게임·코인 규제가 늘어나는 동안, 미국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블록체인·AI 규제 축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 센터장은 "트럼프 정부의 친 블록체인 정책은 게임 출시량 급증과 맞물려 새로운 웹3 서비스 출현을 자극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한국은 초기 코인 공개(ICO) 금지와 웹3 게임 금지라는 정책 기조가 굳어져 있어, 한국 개발자나 투자자는 해외에서 기회를 찾아야 할 것"이라며 "미국 정책과 한국 정책이 디커플링(탈 동조화)되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페이스북 게임이 등급 분류를 받지 못해서 한동안 한국 서비스를 못 했는데, 이 같은 상황이 웹3 게임에 대한 한·미 정책 차이로 재현될 수 있다는 겁니다.
김 센터장은 웹3 게임 디커플링을 막기 위해, 게임의 사행성 우려를 반영한 판례와 정책에 대해 적극적인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화우 AI센터장 이근우 변호사가 대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정부가 큰 그림 그려야
AI 시대 데이터 전략의 활로를 게임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이근우 변호사(화우 AI센터장)는 "게임 출시량이 전지구적으로 폭증해 세계 각지에서 다채로운 서비스 플랫폼 출현이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의 웹3 정책은 이런 산업 재편 시기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 변호사는 "이미 거대 플랫폼을 통한 'AI 데이터' 경쟁에서 한국의 대표 플랫폼들은 세계 초거대플랫폼의 적수가 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이 전 세계인의 데이터를 운용할 가능성이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서비스 플랫폼은 한국 게임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한국 게임사가 이 같은 데이터 전략을 실행하려면 현행 유럽연합(EU)과 국내 AI법, 유럽 일반 개인정보보호법(GDPR)등으로 빈틈 없는 컴플라이언스(기업의 준법 감시 노력)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했습니다.
정부와 게임사가 미국 웹3 전략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습니다. 이보현 변호사(화우 가상자산팀장)는 "친 블록체인을 표방한 트럼프 2기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 완화를 어떤 모습으로 구현해낼지, 이것이 반드시 '웹3 게임'으로 확장될지, 아직 아무 것도 확정된 게 없다"면서도 "한 가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은 웹3에 관한 '한·미 정책 디커플링' 우려"라고 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가상자산 분야에서 한미 간 정책 디커플링이 발생할 경우, 국경 없는 산업이란 특수성을 가진 게임산업에서 국내 게임사의 경쟁력 저하가 예상된다"며 "이런 상황에 대응할 피버팅(방향 전환)은 정책당국과 게임산업이 미리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학계에선 균형 있는 게임 정책과 산업 진흥을 위해 '정책분석평가 모델'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박정호 상명대 행정학부 교수는 "게임 규제 논의와 관련해서는 운동장이 기본적으로 심하게 기울어져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웹3 게임은 규제 당국이 우려하는 기술적·사회적·경제적 문제를 세부 요인으로 분류하고 게임 산업 규제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고, 중장기적인 정책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대담회 좌장으로 나선 박형준 한국정책학회장(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은 "2025년 상반기의 국내외적 여러 여건으로 정책 당국의 큰 그림 제시가 필요하다"며 "K게임이 AI 시대에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데이터 전략'을 펼쳐 나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급선무"라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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