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스몰딜 초읽기…통미봉남 땐 '한반도 대격변'
대북특사·친서외교 재가동이 '출발점'
"남북 대화 통한 '중간자' 역할 절실"
2025-01-22 16:28:16 2025-01-22 16:28:16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러브콜'을 보냈습니다. 임기 첫날부터 북·미 관계의 비중을 높인 셈인데요. 이미 앞선 3차례 정상회담에서 실패한 '빅딜'을 접고 미국 본토에 대한 위험도만을 줄이는 '스몰딜' 가능성이 관측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하향식) 협상에 맞춰 북한의 '통미봉남'(미국과 소통하고 한국과는 차단)이 현실화하면 한반도에 미칠 파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러브콜' 보낸 트럼프…핵동결·군축 시도 유력  
 
22일 북한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하였다"라는 짤막한 소식을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지칭한 것에 대한 별다른 평가도 없었습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자리에서 "난 김정은과 매우 우호적이었다"며 "나는 그를 좋아했고 매우 잘 지냈다"고 했습니다. 대선 기간 거듭해서 밝혀 온 김 위원장과의 친분 관계를 취임 첫날부터 강조한 셈입니다. 
 
때문에 사실상의 북·미 대화는 이미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수많은 국정 의제 속에서도 김정은과 북한을 언급한 것은 이미 대화의 의지를 표방한 것"이라며 "대화의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대북 특사를 보내거나 친서 외교를 재가동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의지가 명확해지면서 북·미 직거래 가능성도 높아졌는데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앞선 세 차례의 '빅딜' 시도 실패에 따라, 트럼프 2기에서는 대미 위험도 감소에 집중한 스몰딜 시도가 유력합니다. 
 
북·미 간의 스몰딜은 한반도 전체가 아닌 북한과 미국 사이의 위험도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북핵을 인정해 핵을 동결시키고, 군축을 전제로 대북 제재를 풀어주는 것이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을 줄일 수 있는 방안입니다. 때문에 북한은 대미 압박 수단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카드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미 트럼프 2기에서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지칭하고 있습니다. 2024년도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선 정강에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문구가 빠졌습니다. 지난해 10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 성명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의 핵 개발을 단념시키고 지연시키는 노력을 추진한다"는 문구로 대체됐습니다. 이미 미국 내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포기하고 핵군축을 추진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는데, 트럼프 2기에서 명확해진 겁니다. 
 
실제로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은 지난 15일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어떤 제재도 (핵)능력을 개발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핵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5곳에 불과한데요. 자칫 다른 의미로서의 핵보유국으로 북한이 인정된다면 대북제재 무용론도 힘을 받게 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미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 홀에서 제47대 대통령 취임 선서를 마친 후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한민국 '패싱'부터 '한·미 동맹' 균열까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 같은 행보가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으로 이어질 경우 한반도에 미칠 파장은 거세질 수밖에 없습니다.
 
임 교수는 "북한의 전략상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미 연합훈련의 축소와 핵협의그룹(NCG) 해체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과도기인 우리 입장에서 한·미 동맹의 작동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북·미 간의 거래에서 한국이 패싱됨에 따라 한반도 내 안보 불안을 해소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은 "트럼프가 북·미 대화 여지를 남겨 놓는 것은 북한이라는 카드를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북한과 중국의 사이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중국 견제 카드가 될 수 있으며, 북한을 쥐고 있는 것 자체가 한국을 압박하고 조정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윤석열정부가 추진해 온 한·미 동맹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우리 정부는 "NPT 체제에서 북한은 절대 핵 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고, 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 미국 신행정부와 긴밀히 공조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지칭한 것은 한·미 사이의 균열을 의미한다는 겁니다. 김 소장은 "윤석열정부가 한·미 동맹을 중시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었다는 게 확인된 것"이라며 "무방비이자 무대책이라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해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옵니다.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는 "북·미 대화에서 중요한 부분은 한국이 패싱 당한다는 것인데, 자칫 우리의 입지가 작아짐에 따라 미국이 원하는 방향대로 끌려다닐 수 있다"며 "동맹의 시각에서 볼 때 '연루'라는 위험이 커지게 되면서, 미국의 대중국 압박 전략에 끌려갈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차단된 북한과의 대화를 복원하려는 노력을 통해 중간자 역할을 해야 미국과도 일변도의 대화 방식을 풀어낼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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