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윤석열씨 측이 신청한 윤씨 구속취소 청구를 인용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씨의 구속을 취소하고, 그를 석방해야 한다는 결정입니다. 검찰은 이튿날인 8일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여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석방 지휘를 했습니다. 윤씨는 그날 오후 5시40분쯤 석방됐습니다.
석방된 윤석열씨가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입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윤씨가 석방된다는 소식에 서울구치소 앞에 모인 윤씨 지지자들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반면 윤씨의 탄핵에 찬성하는 시민들은 법원의 결정과 검찰의 석방 지휘에 반발하며 거리에서 집회를 벌였습니다. 윤씨는 석방됐지만,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곧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론 분열도 가중되는 모양새입니다.
형사소송법 제93조는 구속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된 때 법원은 직권이나 신청권자의 청구에 의해 구속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피고인에 대한 불법 구속을 시정하거나 구속 후 사정 변경으로 구속 사유가 소멸한 때 피고인을 석방하려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구속취소는 법원이 구속을 취소하면 피고인을 구속하던 구속영장의 효력은 상실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구속영장의 효력이 유지되는 보석이나 구속의 집행정지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법원이 구속취소 결정문에서 밝힌 구속취소의 이유는 △윤씨의 구속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공소가 제기된 점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는 내란죄 수사에 대한 수사권이 없음에도 내란죄를 수사한 점에 대한 법령의 명확한 규정, 대법원의 해석이나 판단이 없는 점 △독립된 수사기관인 공수처와 검찰이 법률상 근거 없이 구속기간을 서로 협의해 나눠 사용하고 피고인 신병인치 절차도 거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한 법령의 명확한 규정, 대법원의 해석이나 판단이 없는 점 등입니다. 이러한 사유로 인해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구속취소 결정을 내린 겁니다.
법원이 공소제기 전 윤씨의 구속기간이 만료됐다고 본 이유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법원이 구속영장 청구서, 수사 관계 서류 및 증거물을 접수한 날부터 구속영장을 발부해 검찰에 반환한 날까지의 기간을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는 형사소송법 제 201조의2 제7항을 종래와 달리 해석한 결과입니다.
종래에는 수사 관계 서류 등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법원에 있던 기간을 '날'로 계산해 구속기간에서 제외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이번 결정에서 구속기간에서 제외되는 기간은 '날'이 아니라 수사 관계 서류 등이 실제로 법원에 있었던 '시간'을 계산해 그 시간만큼 제외해야 한다고 판단한 겁니다. 체포적부심사를 위해 수사 관계 서류 등이 법원에 있었던 기간은 구속기간에서 제외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공수처의 수사가 적법한지, 공수처와 검찰이 서로 독립된 수사기관임에도 법률상 근거 없이 구속기간을 나눠 사용하고 피고인 신병을 이전하면서 신병 인치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부분도 구속취소의 이유로 들었습니다.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고 대법원의 해석이나 판단이 없으므로 이러한 사정들만을 이유로 피고인의 구속이 위법한지 판단할 수는 없다고 하면서도,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겁니다.
이러한 법원의 결정이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인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측면에서 피고인이나 피의자의 방어권 및 인권 보장을 위해 바람직한 결론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반면 형사소송법에서 피의자 심문 관련 조항은 '날'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구속기간은 10일로 정해 '일'로 표현하고, 체포 후 영장 청구 기간의 경우 48시간으로 '시간' 단위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법원이 무리한 해석을 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공수처의 수사와 구속기간 배분 등에 관해서는 법원이 대법원에 결정을 미룬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결국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하면서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기회도 없이 윤씨가 석방됐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한 이유로 즉시항고를 하더라도 과거 유사한 즉시항고 규정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난 사례가 있어 또 위헌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헌재는 1993년 법원의 보석 허가 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를 인정한 형사소송법 조문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검사의 불복을 법원의 판단보다 우선한 것이어서 영장주의에 위반되고, 내용의 합리성과 정당성 없이 신체의 자유를 제한해 적법 절자의 원칙에 반하고 과잉 금지 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였습니다. 2012년에는 법원의 구속집행정지 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를 인정한 형사소송법 조문에 대해 비슷한 이유로 위헌 결정을 했습니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주로 구속이나 수사의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면서 구속을 취소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해서는 하급심 법원 역시 판단 권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판단을 미뤄 명확히 결론짓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로 상급법원의 판단을 받을 기회도 없어졌습니다.
앞으로 형사재판에서 윤씨에 대한 위법한 구금이 맞는지, 그로 인해 윤씨의 방어권과 변호인의 변호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돼 수사나 기소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에 관한 다툼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절차적 흠결이 내란죄 성립 여부에 대한 실체적 판결에 영향을 주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헌재와 법원은 조속히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의 결론을 내려 사회적 혼란이 하루빨리 종식해야 할 것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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