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일가, 지주회사 밖 384개 '실질지배'…'우회출자'도 여전
지주사 밖 계열사, 지주회사 지분까지 보유
2025-12-23 18:11:54 2025-12-23 18:15:40
[세종=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대기업집단에서도 총수 일가는 '지주회사 체제 밖 계열사' 384개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이들 계열사 일부가 지주회사 지분까지 보유하면서, 지주회사 중심으로 출자 구조를 정리하겠다는 지주회사 제도의 취지와는 다른 지배구조가 확인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지주사 밖 계열사 중 26개는 '옥상옥' 구조
 
2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2025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소유·출자 현황 및 수익구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92개 가운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집단은 45개로 집계됐습니다. 2016년(8개)과 비교하면 10년 새 5배 이상 늘었습니다. 
 
지주회사 체제는 지주회사가 수직적 출자를 통해 나머지 계열사를 자회사·손자회사 등으로 지배하는 소유 구조를 의미합니다. 계열사끼리 서로 얽히는 출자 관계를 끊어 특정 회사에서 발생한 위험이 다른 계열사로 전이되는 것을 줄이고, 지주회사에서 아래로만 이어지는 지배 흐름을 만들겠다는 취지입니다.
 
지주회사 전환이 늘면서 계열사 사이의 지분 연결은 일정 부분 정리됐습니다. 지주회사 집단의 출자 구조는 지주회사에서 자회사, 손자회사 등으로 이어지는 형태가 평균 3.4단계인 반면, 일반 공시집단은 4.6단계까지 내려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주회사 집단은 출자를 통상 3단계로 제한받고, 수직적 출자 외 국내 계열사 간 출자도 금지되는 등 공정거래법상 행위 제한 규정을 적용받습니다. 이런 규제가 적용되면서 지주회사 집단의 출자 구조는 상대적으로 단순해졌습니다. 다만 출자 구조 정리와 달리, 총수 일가의 지배 범위가 어디까지 미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는 총수 일가가 지주회사 체제 밖에서 계열사 384개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중 60%에 달하는 232개 회사는 총수 일가 보유 지분이 20% 이상인 곳으로, 사익 편취 규제 대상이었습니다. 
 
특히 이 가운데 일부 계열사(26개사)는 지주회사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례로 총수 일가가 지분 52.78%를 보유한 ㈜대림은 지주회사인 DL 지분을 44.73%나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주회사 체제 밖 계열사를 통한 지배 구조는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지주회사 등이 국외 계열사를 거쳐 국내 계열사에 우회 출자한 사례가 32건으로 집계됐습니다. 
 
공정위 측은 "총수 일가가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지주회사 체제 밖 계열사가 지주회사 상단에서 지분을 보유하는 옥상옥 구조는 지주회사 체제가 지향하는 수직적이고 투명한 소유·출자 구조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세종=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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