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중국 철강업계가 올해부터 고부가·저탄소 철강 제품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미 범용 제품 시장에서 중국산 저가·물량 공세에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고부가가치 제품 부문까지 경쟁력을 확보할 경우 국내 철강업계는 위기가 더욱 심화되는, 이른바 ‘설상가상’의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바오산강철 제철공장.(사진=뉴시스)
최근 중국 철강업계는 프리미엄 제품 중심 포트폴리오 전환, 디지털·AI 기반 생산, 저탄소 공정 확대 등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세계 1위 철강사이자 중국 국유기업인 바오우그룹의 회장인 후왕밍은 지난 4일 신년사에서 올해 경영 키워드로 ‘고급화·지능화·녹색화·고효율화’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특히 인공지능(AI)을 핵심 동력으로 삼아 산업 고도화를 촉진하고, 기술 혁신과 녹색·저탄소 개발을 통해 철강 산업의 구조 자체를 재편하겠다는 구상을 밝혔습니다.
세계 3위 철강사인 안강은 효율 개선·저탄소 전환·고부가가치 확대를 축으로 한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안강은 그린전력·그린수소 기반 수소환원제철 실증 설비를 구축·가동하며 중장기 공정 로드맵을 공개하는 등 기술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세계 5위 철강사인 허강도 디지털·AI를 수익성과 직결되는 핵심 도구로 규정하고, 철강 산업만을 위해 만든 전용 AI 모델의 연구·개발(R&D)과 적용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제품 개발부터 제조, 품질 관리까지 밸류체인 전반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습니다.
사강은 2026년을 맞아 ‘136 발전전략’을 통해 중장기 전략을 내놓았습니다. ‘136 발전전략’은 ‘세계 일류 철강기업 도약’을 목표로 수익성·효율·인재를 3대 핵심 축으로 설정하고, 혁신·고효율·품질·스마트·그린·책임 등 6대 발전 방향을 추진하는 전략입니다. 철강 주력 부문에서는 차별화·스마트화·그린화를 강화하는 한편, 업·다운스트림 협업과 산학연 협력을 통해 혁신 플랫폼을 구축할 방침입니다. 서우강 역시 올해를 ‘새로운 출발점’으로 규정하고, 기술 혁신을 ‘첫 번째 경쟁력’으로 내걸었습니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수출용 철강 제품이 쌓여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 같은 중국 철강업계의 구조 개편은 중국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의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중국 정부는 전통 산업 구조조정을 산업정책의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기술 자립과 AI 활용 확대를 통해 전통 산업 전반의 고도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아울러 저탄소 전환과 제조업 현대화 시스템 구축, 첨단 기술 도입 역시 주요 정책 축으로 제시됐습니다.
이에 중국 철강업계는 정책 기조에 발맞춰 고부가가치·친환경·디지털 전환을 중심으로 한 본격적인 산업 구조 개편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유럽연합(EU)이 2026년부터 탄소 배출이 많은 수입 제품에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도입하는 가운데, 미·중 무역 갈등과 각국의 반덤핑 관세 부과 기조 등 기존 무역 장벽을 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입니다.
이에 국내 철강업계도 긴장하고 있습니다. 중국산 범용 제품 수출량이 줄지 않는 가운데, 향후 고부가가치 분야까지 경쟁이 확대될 경우 국내 철강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철강 리서치 업체 상하이메탈마켓(SMM)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중국의 철강 수출량은 311만9700톤으로 전주 대비 5% 증가했습니다. 앞서 1월 첫째 주(1월 5일 기준)에도 수출량은 296만2400톤으로 전주 대비 1% 늘어난 바 있어, 연초부터 증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물량 공세가 여전히 이어지는 상황에서 고부가 제품 영역까지 경쟁이 확대되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아직은 기술 격차가 있다고 보지만, 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본격화될 경우 단기간에 따라잡힐 가능성도 있다”고 봤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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