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반도체 관세전쟁’…K반도체 ‘위기감’
트럼프, ‘25% 관세’ 포고문 서명
관세 범위 확대 가능성도 열어둬
귀국 미룬 통상본부장…“파악중”
중장기 부담…단기 영향 제한적
2026-01-15 16:41:51 2026-01-15 17:07:58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H200’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는 대신, 해당 판매 대금의 25%를 국고로 환수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엔비디아 등 고객사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국내 업체들에게 가격 부담을 전가할 수 있고, 향후 관세 범위와 폭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귀국 일정을 미루고 상황 파악에 나섰고 정부도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 마련에 착수했습니다. 업계는 해당 포고문이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각)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미국으로 수입된 이후 제3국으로 재수출되는 일부 첨단 반도체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엔비디아의 AI 칩 ‘H200’이나 AMD의 ‘MI325X’ 칩 등을 중국에 수출하도록 허용하되, 해당 판매 대금의 25%를 국고로 징수한다는 내용입니다. 윌 샤프 백악관 부속실장은 이날 “예를 들어 미국을 경유해 다른 국가로 환적되는 반도체도 25% 관세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중국도 판매를 원하고 다른 국가들도 원한다. 우리는 그러한 반도체 판매로 25% 수익을 올리게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매우 좋은 거래라고 생각한다”며 “우리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는 어떤 품목과 파생 제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해칠 위험이 있는 규모나 조건으로 수입될 경우, 대통령이 그 수입을 조정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권한을 부여한다”며 “여기에는 외국 무역 대상국들과의 협상과 함께 관세를 포함한 수입 조정 조치가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미국 내 데이터센터, 미국 내 수행되는 수리 또는 교체, 해당 반도체 관련 미국 내 연구개발(R&D), 미국 내 스타트업 사용 등에 대해서는 이러한 관세율이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의 유니온역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긴급회의…“기민하게 대응”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세계 각국과 반도체 교역 관련 협상을 진행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곧바로 대응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방미 중인 여 본부장은 이번 결정이 한국 반도체 산업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예정된 귀국 일정을 미루고 현지에 남았습니다. 여 본부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면밀하게 (관련 행정명령을) 지켜보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지금 뭐라고 섣불리 말하기는 어렵다”며 “그걸 (산업부) 본부와 업계가 협업하면서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산업통상부는 15일 오전 김정관 산업부 장관 주재하에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미국의 관세 부과 움직임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김 장관은 “오늘 발표된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를 포함해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판결에도 시나리오별로 상시적 대비 태세를 유지하면서 대미 통상 현안에 대해 더욱 철저하고 기민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박정성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제프리 케슬러 미 상무부 차관과 통화를 통해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산업부는 이날 오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업계와 간담회를 열어 구체적 대응 전략을 논의했습니다.
 
중국 수출용 반도체에 국한되기는 했지만, 미국을 경유하는 반도체에 대해서도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부과된 관세가 K반도체로 전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HBM 납품을 의존하는 엔비디아와 AMD가 이들 국내 기업에 관세 부담을 분담하라고 요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CES 개막 3일차인 8일(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컨벤션센터 SK 하이닉스 부스에 HBM4가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단기 영향 제한적…“상황 예의주시”
 
물론 해당 조치가 단기간에 국내 업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국내 업체들이 공급하는 물량은 대부분 미국 내 서버와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데다, 현재 공급 물량은 이미 계약이 완료돼 관세 영향이 미미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을 거쳐 제조하는 제품이 거의 없고, 현지 거점을 마련하기 위한 투자도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이번 조치는 수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인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제품들은 대부분이 미국 데이터센터 등에 사용된다”면서 “중국으로 가는 물량에 대해선 엔비디아와 AMD가 관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당장은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다만 업계는 이번 조치가 미칠 영향을 주시하는 중입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고객사와 계약이 이미 체결됐고, H200의 수출에 관련해서 국내 업체에게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지금 발표된 내용만 가지고는 정확히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칠지 파악하기 어려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의 경우, 칩 판매 외에도 웨이퍼, 모듈 단위의 판매 등 다양한 비즈니스 방식이 있는데, 지금 행정명령에서는 그런 세부 사항에 대한 내용이 따로 나와 있진 않다”면서 “향후 추가 조치가 이어질 수도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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