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파노라마)검찰, 이규원 사건 ‘상고포기’…사라진 명분, 남은 건 감찰
김학의 이용한 윤석열검찰 표적수사, 법원서 모두 인정
검찰의 ‘김학의 흑역사’ 20년…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2026-01-26 17:22:47 2026-01-26 17:22:47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검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사건 관련 ‘기획사정’ 의혹 항소심 판결에 대한 상고를 포기했습니다. 이로써 윤석열 검찰이 김 전 차관 사건을 이용해 문재인정부 인사들을 수사·기소한 형사사건은 모두 사실상 무죄로 일단락됐습니다. 법원에서 무리한 검찰권 남용을 인정한 겁니다. 하지만 끝은 아닙니다. 강압 수사를 벌여 사건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는 검사들에 대한 감찰은 감감무소식이기 때문입니다. 
  
기획사정 의혹 사건 피고인인 이규원 전 검사(조국혁신당 원주시 지역위원장)는 지난 16일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 항소심에서 벌금 200만원의 선고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선고유예는 경미한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형 자체를 면소(형 선고의 효력을 상실)하는 제도로, 사실상 무죄를 받은 셈입니다. 상고 기한은 지난 23일까지였는데, 검찰은 상고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전 검사가 일부 유죄로 인정된 부분에 대해 상고함에 따라 해당 혐의만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게 됐습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규원 조국혁신당 지역위원장(사진 왼쪽부터), 차규근 의원, 이광철 전 청와대 비서관이 2024년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사건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이 전 검사는 검찰과거사위원회에서 김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을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건설업자 윤중천씨 면담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등의 혐의로 2021년 12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문제가 된 부분은 “윤석열 검사장이 원주 별장에 온 적 있는 것도 같다”로, 윤중천씨가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씨와 친분이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검찰은 이 전 검사가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지시를 받고 김 전 차관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봤습니다. 당시는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로 문재인정부와 윤석열 검찰총장이 극한으로 충돌하는 국면이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문재인정부가 김 전 차관 사건을 이용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제거하려고 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검찰은 정작 ‘수괴’로 지목한 이 전 비서관을 제외하고 이 전 검사만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 전 비서관과 이 전 검사 사이 연결고리를 찾지 못한 겁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친분관계를 드러내 문재인정부의 기획사정 의혹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검찰 출신인 곽상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었습니다. 곽 전 의원은 이 사건 고발인이기도 합니다.
 
이 전 검사가 작성한 면담보고서 중 “경찰이 김학의 사건 수사 당시 곽상도 민정수석이 경찰청 수사국장에게 전화로 질책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현재 윤씨의 변호사이자 검사장 출신인 윤갑근 변호사도 이 전 검사 면담보고서에서 ‘윤중천 리스트’에 포함돼 이 사건 고발인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21년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뇌물수수 사건 파기환송심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급심 법원은 모두 이 전 검사가 작성한 면담보고서를 허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 이 전 검사의 주요 혐의 대부분을 무죄로 봤습니다. 다만 일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1심에선 벌금 50만원을 받았고, 2심에선 벌금 200만원의 선고유예에 처해졌습니다. 그리고 검찰이 2심 판단에 대한 상고를 포기하면서 ‘기획사정’ 의혹은 무죄가 확정된 셈입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에 대한 윤석열 검찰의 보복성 수사가 법원에서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물론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오류를 바로잡을, 이 전 검사 수사를 멈출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전 검사와 윤중천씨 면담에 동석했던 최모 검사가 작성한 면담보고서 초안이 뒤늦게 발견됐을 때입니다. 초안에는 문제가 된 윤씨 발언이 적시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정해진 결론에 증거를 짜맞췄습니다. 검찰은 최 검사를 이 전 검사로 공범으로 몰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현직 검사가 법정에 나와 검찰의 강압 수사와 사건 조작 의혹을 증언하는 초유의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김 전 차관 출국금지 사건으로 기소된 이 전 비서관과 이 전 검사,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당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습니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당시 대검찰청 반부패부장)도 이 전 검사 수사 무마 의혹으로 같은달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았습니다. 
 
이로써 김 전 차관 사건에 관련된 형사사건 재판은 일단락됐습니다. 하지만 2006년 김 전 차관의 별장 성범죄 의혹부터, 2013~2015년 검찰의 김 전 차관 봐주기 의혹, 2020~2021년 김 전 차관 사건을 이용한 검찰의 기획사정 의혹까지, 검찰의 20년 흑역사는 책임 없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김 전 차관 사건과 관련돼 징계를 받거나 처벌받은 검사는 한 명도 없습니다. 이 전 검사 사건 또한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지난해 초 이 전 검사 사건 조작 의혹 관련자들에 대해 대검 감찰과에 징계를 요청했으나 감감무소식입니다. 
 
이 전 검사는 <뉴스토마토>에 “(기소부터 검찰의 상고 포기까지) 5년은 긴 시간이었다. 제가 겪은 이 사건은 훗날 윤석열 검찰의 대표적 검찰권 오남용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며 “제가 겪은 고난이 근본적 검찰개혁 완수의 근거가 되길 기대하고, 개인적으로는 법무부의 전향적 명예회복 조치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 전 검사는 법무부를 상대로 해임처분취소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이 전 검사는 김 전 차관 출국금지 등 사건으로 재판받던 2022년 3월 사의를 표했지만, 법무부는 수리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법무부는 이 전 검사가 김 전 차관 출국금지 사건 하급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는데도 2024년 11월 그를 해임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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