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차철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무역 합의에 대한 한국 국회의 '절차 지연'을 명분 삼아 상호관세를 다시 25%로 인상하겠다고 압박했습니다. 대미 투자 지연을 이유로 '상호관세' 인하 합의를 뒤집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습적인 관세 인상 거론에 정부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정부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미국에 급파하는 한편, 2월 중으로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을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가 재점화하면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 부과와 관련된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이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해서는 25% 상호관세를 산정했다. (사진=AP.뉴시스)
'대미투자특별법 지연' 콕 집어 '정치적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한국 입법부가 한국과 미국과의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나는 한국에 대해 자동차, 목재, 의약품에 대한 관세와 기타 모든 상호관세(국가별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관세 부과의 명확한 시점을 거론하지는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우리 국회의 입법 지연은 대미투자특별법을 거론한 것으로 보입니다. 국회 비준을 언급한 것이라는 일각의 해석도 있지만, 청와대는 언론 공지를 통해 "한국 국회의 대미전략투자특별법 상정 지연을 이유로…"라고 분명히 했습니다.
대미특별법은 한·미 전략투자기금 조성과 한·미 전략투자공사 설치 등 대미 투자 이행을 위한 법·제도적 장치 마련을 골자로 합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예고의 의미에 대해 "대미 투자 이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한 정치적 압박"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합의된 거래 내용에 맞춰 우리의 관세를 신속하게 인하하는 행동을 해왔다"며 "우리는 당연히 우리의 교역 파트너들도 똑같이 하기를 기대한다"면서 재차 대미 투자를 압박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미국, 2주 전 '경고 서한'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가 한국 시간으로는 오전 일찍 나온 만큼 정부와 국회의 움직임도 분주해졌습니다. 상호관세 25% 인상 발언이 현실화할 경우 수출은 물론 내수까지 '도미노 쇼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11월 체결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의 후속 조치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약 2주 전 우리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제임스 헬러 주한 미국대사대리가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제1수신자로 서한을 보냈지만,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까지 다시 뒤집는 기습 압박을 예측하지는 못했습니다.
실제로 지난주 김민석 총리가 미국을 찾아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핫라인'을 구축하고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났을 때만 해도 이 같은 문제 제기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채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성과가 필요해졌다"며 "한국과 일본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는 기존 치적을 입증하기 위해 실제 자금 유입을 압박하는 국면"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정부 '당혹감' 속 온종일 대책 마련
여기에 상호관세와 관련한 미국 내 대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를 내세우기 위해 한국을 압박 카드로 쓴 것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특히 한국 내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 등 디지털 규제와 최근 쿠팡에 대한 고강도 조사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청와대는 온종일 긴박하게 움직였습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정부는 관세 합의 이행 의지를 미국 측에 전달하는 한편 차분히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는 입장을 냈습니다. 캐나다 일정을 소화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미국으로 급파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관련 내용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당정도 곧바로 회의를 열고 대미투자특별법을 2월 중으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여당 간사인 정태호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도 비준이냐 법률이냐 소모적 논쟁을 하기보다 적극 입법 과정에 협조해달라"며 여야의 일치된 의견을 촉구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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