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금융당국에 이어 정치권에서도 지배구조 선진화의 칼날을 갈고 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이른바 '금융지주 회장 3연임 금지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핵심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개정해서 금융지주 회장의 재임 기간을 최대 6년, 그러니까 연임 1회까지만 허용하자는 내용입니다. 현재는 회장 임기가 3년이지만 연임 제한 규정이 아예 없습니다. 만 70세라는 연령 제한이 있지만 그때까지는 계속 연임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정무위 관계자들들은 "기존의 절차적 요건 강화만으로는 장기 집권의 욕구를 차단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며 "아예 연임 제한을 법에 명시하는 방향을 구상 중"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박용진 전 의원, 김한정 전 의원 등이 연임 제한 법안을 냈지만 논의조차 제대로 못 하고 폐기됐습니다.
이번이 다른 점은 이재명 대통령 발언 이후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대통령이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두고 "소수 이너서클이 돌아가며 지배권을 행사하는 구조"라고 직접 비판했고, 그 이후 정부와 금융당국이 동시에 지배구조 개편 논의에 들어갔습니다. 과거에는 국회의원 개별 발의 성격이 강했다면 지금은 정부 정책 과제와 연결돼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금융지주 회장 장기 집권은 과거보다 그 경향이 옅어지기는 했습니다. 예전에는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처럼 4연임,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처럼 3연임이 일종의 '공식'처럼 통했습니다. '셀프 연임' 논란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부에서도 회장 연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윤종규 KB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모두 3연임을 채웠습니다. 그 후임자로 온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빈대인 BNK금융 회장 등도 최근 사실상 연임을 확정했습니다.
'3연임' 공식은 없어졌지만 연임 자체가 당연시되는 기조는 그대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문제는 금융지주 지배구조 관련 제도가 갈수록 깐깐해졌음에도 무용지물이라는 점입니다. 회장과 사외이사 후보를 정하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와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서 현직 회장을 제외시킨 것이 벌써 5년 전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회장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있는 사외이사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금감원 지배구조 점검에서도 드러났듯이 BNK금융은 회장 공모 기간이 연휴 기간을 제외하면 실제 영업일 기준 5일밖에 안 됐고, 대형 금융지주사들도 회장 인선 과정에서 외부 후보를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인선'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절차적 개선으로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봤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입니다.
금융지주 회장 3연임 금지법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난관은 분명 있습니다. 민간 금융지주사 회장의 연임 횟수를 제한할 수 있느냐는 이야기부터 나올 것입니다. 정치권에서도 '연임 금지'라는 상징적 표현에 주목하지 말고 그 취지를 이해하기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그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금융지주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원하는 회장을 외부에서 정해주는 것 아니냐"는 불만까지 나옵니다. 어차피 이번에 연임에 성공했기 때문에 제도가 바뀌더라도 3년 뒤에 벌어질 일이라는 말도 들립니다.
이번 연임 제한 논의는 특정 인사를 겨냥한 제도가 아니라 그동안 방치돼온 '연임 당연시' '장기 집권'을 겨냥한 구조 개편입니다. 금융지주사들이 그동안 제 머리를 깎지 못한 자성 없이 지배구조 개편 흐름을 과거와 같은 해프닝으로 치부한다면, 더 강한 외부 개입을 부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이종용 금융부 선임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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