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인센티브도 퇴직금 포함"…기준은 '노동대가' 여부
대법, 사기업 성과급 임금성 기준 제시
경영성과 연동 성과급 임금성은 불인정
법조계 “노동제공 관련성 기준 모호해”
2026-01-29 18:15:40 2026-01-29 18:15:40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삼성전자 성과급 일부를 평균임금에 포함해 퇴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대법원이 사기업 성과급의 임금 인정 범위를 넓혔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동시에 노동제공 관련성 기준이 모호해 개별 사안에 따라 판결이 엇갈릴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건물. (사진=뉴시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오경미)는 29일 삼성전자 퇴직자들이 제기한 퇴직금청구 소송에서 목표 인센티브의 임금성을 부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삼성전자 퇴직자 15명은 2019년 6월 성과급을 평균임금에 포함해 퇴직금을 재산정하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퇴직금은 퇴직 전 3개월간 받은 임금을 같은 기간 일수로 나눈 평균임금을 기초로 합니다. 하지만 그간 사측은 성과급이 '근로의 대가'가 아닌 '경영성과의 분배'라는 논리로 임금성을 부정해 왔습니다. 분위기가 바뀐 건 2018년부터입니다. 대법원이 공공기관 경영평가 성과급의 임금성을 인정하기 시작하자 사기업에서도 관련 소송이 이어졌습니다. 삼성전자 퇴직자들도 이런 배경에서 이번 소송에 나섰습니다.
 
삼성전자는 취업규칙에 따라 연 2회 '목표 인센티브'를, 연 1회 '성과 인센티브'를 지급해 왔습니다. 목표 인센티브는 상여기초금액(월 기준급의 120%)에 조직별 지급률(사업부별 재무성과 및 전략과제 이행 정도)을 곱한 금액입니다. 반면 성과 인센티브는 사업부별 경제적 부가가치(EVA)의 20%를 재원으로 각 사업부별 지급률에 따라 지급됩니다. 
 
하급심은 목표 인센티브와 성과 인센티브 모두 노동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1·2심은 "노동자들이 제공한 노동의 양이나 질에 대한 평가를 기초로, 또는 그에 대한 대가로 지급된 것이라기보다 사측의 전반적 경영성과에 대한 평가를 기초로 그에 따른 이익 중 일부를 노동자들에게 배분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성과 인센티브는 여전히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지만, 목표 인센티브는 노동의 대가인 임금이라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은 성과 인센티브에 관해 "노동성과의 사후적 정산이라기보다 경영성과의 사후적 분배에 가깝다"며 "지급기준인 사업부별 EVA의 발생 여부와 규모는 노동제공 외에도 자기자본 또는 타인자본의 규모, 지출 비용의 규모, 시장 상황, 경영 판단 등 다른 요인들이 합쳐진 결과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성과 인센티브는 연봉의 최대 50%까지 증가하는데, 이러한 큰 변동은 EVA의 발생 및 규모가 노동의 양과 질에 비례한다기보다 오히려 노동제공과 밀접한 관련성이 없고 노동자들이 통제하기 어려운 다른 요인들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목표 인센티브의 임금성을 인정하며 "지급 기준인 평가 항목의 기능과 목적, 내용, 평가 방식 등을 고려하면 경영성과의 사후적 분배가 아니라 근로성과의 사후적 정산에 더 가깝다"라면서 "목표 인센티브의 평가 항목은 지급하기로 한 상여기초금액을 노동의 양과 질에 비례해 차등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내부적 평가 척도"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매출액 자체를 절대 기준으로 하지 않고 경쟁사 대비 달성도 등을 평가 기준으로 정한 것은 노동자들이 노동제공을 통해 목표 달성을 통제할 수 있고 목표 달성에 주된 인과관계를 형성하는 수준으로 노동제공과의 관련성을 높인 방식"이라고 부연했습니다. 목표 인센티브 지급률 변동 범위가 연봉 기준 0~10% 수준으로 안정적인 점도 짚었습니다. 
 
이날 대법원에선 사기업의 성과급과 관련해 비슷한 취지의 판결이 또 있었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서경환)는 이날 서울보증보험의 특별성과급을 평균임금에 포함하라는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서울보증보험의 사건은 노사가 매년 합의를 통해 지급기준을 정하고, 충족 여부에 따라 장기간 지급된 특별성과급의 임금성이 문제가 된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특별성과급은 노동자들의 노동제공 외 다른 요인의 영향력이 상당한 '당기순이익 실현'이라는 특수한 경영성과를 전제로 했다"며 "그 성과를 노동자들에게 분배하는 성격의 금품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조계에선 대법원이 사기업 성과급의 임금 인정 범위를 넓혔다고 평가합니다. 동시에 노동계에서는 기업의 경영성과는 노동의 결과임에도, 이를 노동과 무관하다고 본 대법원 판단은 노동의 가치를 외면한 것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습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성과급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는 폭이 넓어지면서, 통상임금보다 범위가 넓은 평균임금에 성과급을 포함하는 판례가 나온 것"이라며 "성과 인센티브가 포함되지 않은 건 아쉬운 부분이다. 노동의 가치를 실질적으로 재평가해야 한다. 공공기관 성과급은 인정하면서, 소속이 다르다고 성과급을 달리 판단해서 되겠느냐"라고 말했습니다. 
 
최종연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노동제공의 관련성 여부에 대해 대법원이 보다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며 "단순히 인센티브 변동 폭이 크다거나 노동제공과 무관한 요소들이 개입했다는 등의 기준이라면, 사용자가 대법원에서 불인정된 것처럼 인센티브 성격을 창출할 수 있다. 이에 앞으로 사기업 성과급 판결은 개별 사안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노동의 가치에 대해 대법원이 얼마나 빈약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판결"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노총은 "대법원은 공공기관 성과급 판결에서 기업 전체 실적에 따라 차등지급되는 임금 역시 노동자들의 집단적 근로 제공이 집대성한 결과라고 인정했다"며 "EVA나 당기순이익 등 기업 전체의 실적은 노동자들의 집단적 노무제공이 전제되지 않으면 애초에 실현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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