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해외주식 제동)④규제에 꺾인 '수수료 0원'…증권사 과점 더 공고
수수료 마케팅 제동에 리테일 전략 수정
새해에도 투자 열기 지속…과점 심화 우려
2026-01-30 06:00:00 2026-01-30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1월 28일 16:3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급등한 원·달러 환율의 원인으로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를 지목하면서, 서학개미를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됐다. 이후 금융당국은 해외투자 리스크를 경고하며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에 나섰다. 한때 금융투자업계의 핵심 성장 동력이었던 해외주식 사업은 정부의 눈초리를 받으며 위축되고 있다. <IB토마토>는 개인투자자의 선택이 어떻게 정책 리스크로 전환됐는지를 짚고, 이 같은 변화가 국내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을 전망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메리츠증권이 지난해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 0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금융당국의 해외주식 마케팅 규제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 열기는 식지 않으면서, 시장을 선점한 일부 증권사 중심의 과점 구조가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국 규제에 제동 걸린 '수수료 0원' 전략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올해 1월부터 외화예탁금 이용료율을 평균 잔고 1000달러 이하 연 2%, 1000달러 초과분 연 0.8%로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원화 예탁금 이용료율(100만원 미만 연 1.5%, 초과분 연 0.6%)보다 높은 수준이다.
 
(사진=메리츠증권)
 
예탁금 이용료는 투자자가 증권 계좌에 남겨둔 예수금에 대해 증권사가 지급하는 이자 성격의 수익이다. 증권사는 한국증권금융에 해당 금액을 맡겨 운용하고 비용을 차감해 일정 기간 단위로 지급한다.
 
메리츠증권은 이번 결정으로 사실상 정기예금에 준하는 수준의 이자율을 지급하게 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달 기준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2.90% 수준이다. 저축은행연합회가 밝힌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도 2.94% 수준에 불과하다.
 
같은 경쟁 증권사 비교해도 메리츠증권의 이용료율은 파격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NH투자증권의 경우 1000달러 이하 0.8%, 초과분은 0.4%를 적용한다. KB증권은 800달러 미만은 0.1%를, 이상의 금액엔 0.64%의 이용료율을 제공한다.
 
메리츠증권이 통상적인 수준보다 파격적으로 높은 이용료율을 제시한 이유는 작년 종료된 비대면 전용 계좌 '슈퍼365(Super365)'로 유입된 투자자를 붙잡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리테일 역량 확대를 선언하며 해당 계좌 고객의 미국 주식 거래 시 수수료 0원 혜택을 제공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금융당국의 해외주식 마케팅 제한 조치로 해당 수수료 이벤트는 지난 5일 종료됐다.
 
계륵이 된 해외주식 브로커리지…전략 수정 불가피
 
메리츠증권은 슈퍼365 계좌를 통해 기존 1조원대 수준에 불과하던 예탁자산을 작년말 기준 18조원까지 끌어올렸다. 물론 수익성 측면에서는 수수료 면제와 같은 이벤트 진행 비용의 영향으로 3분기까지 422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0% 감소했다.
 
(사진=메리츠증권)
 
현재 메리츠증권은 미국 주식 거래 수수료를 0.07%로 유지하고 있으나, 과거와 같은 공격적인 마케팅은 제한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메리츠증권의 리테일 강화 전략은 자산관리(WM)와 전통 IB 중심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메리츠증권은 작년 여의도와 강남에 오프라인 PIB(Private Banking+Investment Banking)센터를 시장에 선보였다. PIB는 초고액자산가와 오너,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투자은행형 프라이빗뱅킹 조직이다.
 
작년 메리츠증권은 리테일과 더불어 채권발행이나 주식발행 같은 전통IB도 사업 영역 확대의 또 다른 축이다. 해당 조직을 통해 지난해부터 메리츠증권이 인수하기 시작한 금융채와 기업 지분이 소화될 것으로 진단된다.
 
아울러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말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해 금융당국의 심사를 받고 있다. 인가가 이뤄질 경우 모험자본 투자와 리테일 조직을 연계한 셀다운 전략을 통해 수익성 제고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메리츠증권 담당자는 <IB토마토>에 “작년 출범한 PIB센터는 메리츠증권이 추진하는 금융 솔루션의 핵심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향후 전통IB부터 인수금융까지 다양한 진출 사업에서 부서 간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주식 투자 열기 지속…과점 구조 굳어질까
 
금융당국의 규제에도 개인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유액은 1718억달러(약 253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해외주식 마케팅 규제가 본격화된 지난해 12월(1635억달러)보다 증가한 수치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IB토마토)
 
결과적으로 해외주식 투자를 국내 주식으로 유도하겠다는 당국의 정책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신 이미 시장을 선점한 증권사들이 경쟁 압박 없이 점유율을 나눠 갖는 과점 구조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메리츠증권이 수수료 0원 정책을 들고나왔을 때 키움증권(039490)과 토스증권을 비롯한 해외주식 브로커리지 선두 증권사들이 가장 긴장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당국 제재로 신규 증권사 시장 진입과 확대는 요원해졌다. 수수료 이벤트와 같은 마케팅이 제한된 상황이니 기존 해외주식 투자자 입장에선 굳이 계좌 개설을 새롭게 할 이유가 없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메리츠증권 같은 시장의 메기가 없어진 상황에서 가장 기뻐할 곳은 시장을 이미 선점한 증권사들”이라며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시장에선 수수료 할인 이벤트 같은 마케팅이 핵심인데 그것이 막혔으니 시장 진입 시도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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