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AI 3대 강국과 인권의 위기
2026-02-02 06:00:00 2026-02-02 06:00:00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발행한 1월22일자 소식지가 전국의 관심을 모았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의 현장 투입 관련해서 “노사 합의 없는 일방통행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제목의 입장을 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냉소적인 반응이 많았다. 19세기 산업혁명 초기에 벌어졌던 방직기계를 파괴했던 ‘러다이트(Luddite) 운동’을 빗댄 조롱까지 있었다. 고소득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자리를 잃을까 봐서 기술 발전에 저항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 냉소적인 반응과 반대로 노조로서는 할 말을 한 것이며, 거대 노조는 반대입장이라도 낼 수 있으니 부럽다는 반응도 있었다. 노조도 없는 노동자들은 소리 없이 일자리를 AI에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콜센터 노동자들이 먼저 자신들이 학습시킨 AI에게 일자리를 내주거나 욕받이로 전락했다는 하소연을 한다. 전문직도 마찬가지다. 복잡한 계산이나 수많은 사례를 검토하는 일은 인간보다 AI가 더 정확하게, 훨씬 빠르게 수행할 수가 있다. 일론 머스크는 2030년이면 한국의 일자리 30%가 AI로 대체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AI 강의』란 책으로 유명한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은 “축복으로 위장된 저주”를 경고하고 있기도 하다.
 
AI 기술의 발전은 놀라운 속도로 전진하고 있다. 우리가 알던 기술 발전 속도와 실용화 속도는 다 과거의 일이 되어 버렸다. 오픈AI가 등장한 지 3년 만에 ‘피지컬 AI’를 보게 되었다.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발표되고, 생활에 도입된다. 인류의 역사에서 전례가 없던 일이다. 이런 기술의 발전 속도를 늦추자고 하는 것도, 멈추자고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한국은 이재명 대통령이 말하는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과의 격차를 따라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AI 기술 발전을 위해 대대적인 투자와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비해서 AI가 가져올 위험에 대한 대비는 소홀하기만 하다. 인공지능기본법이 시행에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AI 기술 발전을 위한 환경 조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인권에 기반한 접근과는 거리가 멀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로봇 자동화 문제에 대한 노사 합의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 청년 일자리 문제도 마찬가지다. 청년들이 당장 일자리가 없어서 청년 실업률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일은 인권 문제다. 이런 문제를 제기한다고 해서 비웃거나 조롱거리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 'SPOT'이 공장을 자율 순찰하며 다양한 센서로 설비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기아 제공)
 
국가인권위원회는 2022년 4월에 “인공지능으로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은 인공지능의 도입, 운영, 결정에 대하여 참여의 기회를 보장받고 있지 못하며, 인공지능으로 인한 인권침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적절하고 효과적인 권리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절차와 방법이 미흡”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로부터 4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인공지능 분야에서 인권에 기반한 접근은 부족하기만 하다.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고 하지만 갈수록 불투명성은 심화되고, 책임성은 더 모호해지기만 한다. 이럴 때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기 전에 AI가 가져올 변화 앞에서 인권을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 “축복으로 위장된 저주”를 정면으로 응시하지 못하고, 회피할 때 AI는 재앙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박래군 4.16재단 운영위원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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