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하루)①(단독)"새벽 5시, 30초 이동, 아점은 30분"…10년차 미화원도 힘든 '겨울 쓰레기'
경기도 파주시 생활 폐기물 수집·운반 환경미화원 동행 취재
한파 속 '준야간' 출근…10년차 미화원도 힘든 '겨울 쓰레기'
재활용품 섞이면 수거장서 '출입 정지'…"행정적 대안 없어"
2026-02-02 06:00:00 2026-02-02 06:00:00
[뉴스토마토 송정은·신유미 기자] 올겨울 전국엔 연일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극한의 한파'가 몰아쳤습니다. 모두 옷깃을 여미고 실내로 발길을 재촉할 때, 모두 따뜻한 아랫목에서 단잠을 청할 때, 누군가는 영하의 칼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일터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고충은 단지 '춥다'는 정도로만 서술하기 어렵습니다. 급속한 고령화와 비용 절감의 굴레 속에서 노동 여건은 갈수록 열악해졌고, 최소한의 안전망이 돼야 할 제도적 보호 장치는 현장에서 겉돌고 있습니다. 영하의 한파는 그들이 흘린 땀과 노동의 대가를 더욱 도드라지게 만듭니다. <뉴스토마토>는 한파 속에서도 노동을 이어간 환경미화원, 택배 기사, 폐지수거 어르신 등을 밀착 취재하며 하루를 따라가 봤습니다. 이를 통해 극한 기상에서 야외 노동의 의미, 우리 일상을 지탱하는 노동의 가치를 다시 묻습니다. (편집자)
 
동도 안 튼 1월26일 새벽 5시30분. 경기도 파주시 금촌동 일대엔 형광색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거리를 밝히고 있었습니다. 생활폐기물과 재활용품 수집·운반, 가로 청소 등을 하는 환경미화원들이었습니다.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담당인 김홍국(55)씨는 10년차 미화원입니다. 김씨와 동료들의 하루는 새벽 5시에 시작됐습니다. <뉴스토마토> 취재팀이 김씨를 만난 날 새벽 기온은 영하 12도였습니다. 김씨를 포함한 작업조 3명은 사무실에 모였다가 일터로 이동했습니다. 이들은 5톤 트럭을 타고 3인 1조로 움직입니다. 차를 타고 얼마 안 가 내리더니 김씨는 쓰레기를 트럭에 실었습니다. 트럭은 가는 가 싶더니 또 멈췄고, 가다 서다를 반복했습니다. 30초에 한번 꼴이었습니다. 
 
1월26일 경기도 파주시 일대에서 환경미화원들이 쓰레기를 수거하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영하 12도 길 위의 '쓰레기 선별 작업'
 
환경미화원의 발걸음을 더 늦추는 건 쓰레기 수거 때문만이 아닙니다. 김씨는 수거 과정에서 거의 매번 종량제 봉투를 뜯어보고 살폈습니다. 길 위에서 선별 작업을 하고 있는 겁니다. 캔 등 재활용품이 보이면 연신 봉투를 찢었습니다. 그런데 왜 굳이 여기서 선별작업까지 하는 걸까요. 김씨는 "봉투에 재활용품이 섞여 있으면 소각장에서 거부해요. 이것 때문에 시간이 더 지체되죠"라며 종량제 봉투 속을 살피는 데 집중했습니다. 
 
쓰레기를 일반 봉투에 넣어 무단으로 투기한 것도 자주 보였습니다. 언뜻 분리배출을 한 것처럼 보여도 속을 까서 보니까 일반 쓰레기가 뒤섞인 경우도 많습니다. 시민들이 일일이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기 어려운 현실 탓에 환경미화원들의 노동 강도는 갑절로 늘어나는 겁니다. 김씨는 "규정대로 버려지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가 치우고 가지 않으면 또 민원이 들어오니까요. 저렇게 버리면 안 되지만 수거를 해야죠"라고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오전 6시30분이 됐습니다. 이 시간이 원래 김씨의 출근 시간대입니다. 하지만 취재팀이 김씨를 만난 지난달 26일은 파주 '장날'이라 김씨도 1시간 빨리 나왔습니다. 장이 서는 매월 1일과 6일엔 환경미화원들의 출근 시간도 당겨집니다. 장이 서기 전에 주변 쓰레기들을 빨리 치워야 하는 겁니다. 지난해 12월 진보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환경미화 노동시간은 김씨처럼 '새벽 6시 출근'이 54.9%로 가장 많았습니다. 
 
1월26일 경기도 파주시 일대에서 환경미화원 김홍국씨가 생활폐기물을 수거하면서 일일이 종량제 봉투를 뜯어 재활용품을 선별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작업 시작 1시간이 지나자 김씨는 겨우 한숨 돌리며 담배를 태웠습니다. 그래봐야 휴식 시간은 5분 남짓. '1시간 근무 후 10분 휴식' 원칙은 지켜지기 어려웠습니다. 수거할 쓰레기는 많고, 소각장은 오후 1시30분이면 문을 닫기 때문입니다. 너무 추워 잠시 쉬고 싶지만, 촉박한 일정 탓에 잠시 쉴 틈도 없이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김씨는 춥지 않으냐 물음에 "일하느라 몸에서 열이 나요"라고 했습니다. 휴게실에 대해 묻자 "그런 게 있는지도 몰라요. 있다고 하더라도 갈 시간도 없고 우리 수거 코스하고도 안 맞아요"라고 답했습니다. 
 
소각장 측 지시 어기면 '차량출입 거부' 
 
오전 8시, 동이 텄습니다. 5톤 트럭은 쓰레기로 가득 찼습니다. 수거를 마친 트럭은 20분을 달려 탄현면 소재 파주시 소각장에 도착했습니다. 소각장엔 '협의체 특별 지시사항'이라는 것이 걸렸는데, △종량제 봉투 파봉시 약식검사 △미파봉시 전수검사 △음식물 철저 단속 등을 지키지 않을 경우 차량에 대해 반입 정지 조치 등입니다. 실제로 일일 쓰레기 반입차량 현황표엔 각 수거 차량 번호와 경고 여부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김씨가 길에서 종량제 봉투를 뒤져 일일이 선별 작업을 한 것도 소각장의 이런 방침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루 10톤의 쓰레기에서 재활용품을 전부 솎아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런 식으로 소각장 측의 지시를 어길 경우 소각장과 '주민지원협의체'는 쓰레기 수거 차량이 소각장에 출입하는 걸 정지시켜 버립니다.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수거를 멈출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담당 구역 쓰레기를 치우지 않으면 민원이 제기돼서입니다. 쓰게기 트럭이 소각장으로 가지 못하는 날은 어떻게 하는 걸까요. 김씨는 "소각장으로 출입이 정지된 날에는 아침에 쓰레기를 수거해서 트럭에 보관했다가 다음날 버려야 해요. 그런데 트럭 1대에 하루치 쓰레기를 전부 모아놓을수 없잖아요. 그래서 그땐 다른 업체의 차량을 동원하기도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경기도 파주시의 한 소각장에 게시된 안내문(왼쪽 위)과 반입차량 현황 표(오른쪽 위). 소각장에서 쓰레기를 하역하는 모습(왼쪽 아래). (사진=뉴스토마토)
 
오전 9시, 새벽 내내 수거한 쓰레기를 소각장에 하역한 김씨 일행은 인근 기사식당을 찾았습니다. 따뜻한 밥과 국이 입으로 들어가자 영하의 기온에서 얼었던 몸이 겨우 녹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일이 바쁠 땐 지금 먹는 밥으로 점심까지 버텨야 할 때도 많다고 합니다. 지금 밥이 '아점'(아침 겸 점심)인 셈입니다. 식사 시간 여유롭지는 않았습니다. 김씨 등은 밥을 들이켜듯 먹더니 30분도 채 되지 않아서 식당 문을 나섰습니다. 
 
오전 9시30분. 파주시 주거지역 일대를 돌며 2차 쓰레기 수거에 나섰습니다. 새벽에 미처 수거하지 못했던 쓰레기를 치우는 겁니다. 주택가는 주민들이 출근하면서 쓰레기를 내놓는 일이 많습니다. 특히 주말이 끝나고 월요일 아침이 되면 새로 나온 쓰레기와 무단으로 투기된 쓰레기가 엉켜 난장판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낮 12시. 소각장이 오후 1시30분이면 문을 닫기 때문에 서둘러야 합니다. 오전 동안 수거한 쓰레기를 다시 비웁니다. 그러니까 김씨는 소각장을 하루에 두 번 찾는 겁니다. 소각장이 문을 닫은 후에도 휴일 다음 날에는 배출량이 많아 미처 수거하지 못한 쓰레기를 치우러 다시 거리로 나갑니다. 오후 3시 퇴근이 기본이지만, 다시 쓰레기 수거해 사무실로 가면 늦어지기 일쑤입니다. 해는 하늘에 떴지만 기온은 아직 영하였습니다.
 
1월26일 경기도 파주시 주거 지역에 쓰레기가 너저분하게 널려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쓰레기 수거 후선별까지…휴식은 없었다
 
한파가 몰아쳐 입과 손이 얼고, 눈바람이 휘날리더라도 환경미화원들은 쓰레기를 수거하고, 현장에서 일일이 선별까지 해야 했습니다. 쓰레기 봉투에 무거운 것이 들었거나 한겨울에 얼어붙은 쓰레기라면 수거와 선별은 더욱 늦춰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취재팀이 김씨 등과 동행하며 살펴보니 새벽 5시30분부터 오전 8시까지 3시간30분간, 아점 후 주택가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동안 실내에선 휴식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이에 대해 파주시청 관계자는 "행정적으로 명확한 '대안 수거 시스템'이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종량제 봉투를 현장에서 파헤쳐 재분류하는 공간·시스템은 없고, 쓰레기를 전부 선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라고 했습니다. 이는 파주시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소각장 내 선별장 현황은 제각각입니다. 
 
이봉근 공공연대노조 정책실장은 "지자체마다 상황이 다르다. 별도 검시관이 선별 후 소각장과 재활용 센터로 보내는 구조가 합리적이지만, 결국은 비용이 문제"라고 했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체계는 △직영 △민간위탁 △공공위탁 △혼합형 등으로 구분됩니다. 2024년 기준 전국 기초지자체 가운데 민간위탁이 72.6%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혼합형 13.5%, 직영+공공위탁이 14% 등이었습니다.
 
신석진 진보정책연구원장은 지난해 11월21일 국회에서 열린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노동환경 실태 및 재공영화 필요성과 제도화 방안' 토론회에서 "폐기물관리법 제14조(생활폐기물의 처리 등)는 지자체장이 직접 처리할 수도 있으나, 대부분은 민간에 위탁시킨다"며 "대행계약 구조상 지자체는 '계약 당사자'일뿐 사용자성이 부정되고, 업체는 '계약금액의 한도'내에서만 노동조건을 보장하려 하므로, 노동자들은 어느 쪽으로부터도 실질적인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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