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합리성 잃은 정책은 정치가 된다
2026-02-02 06:00:00 2026-02-02 06:00:00
"정책의 합리성을 잃으면 정치가 된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발표한 신규 원전 2기 건설 계획 브리핑을 지켜보며 떠오른 생각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두 차례의 정책 토론회와 여론조사를 근거로 다수 국민의 지지인 것처럼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즉, 원전의 필요성과 신규 원전 계획에 대해 다수의 긍정 응답이 나왔고 이를 정책 판단의 참고로 삼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답변 과정에 스스로 "두 번의 토론회로 이 복잡한 얘기를 어떻게 다 하겠습니까"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정책 확정의 정당성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여론조사·공개 토론회를 거쳤으니 탄소중립과 전력 안보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표면적으론 수긍할 만하다. 그러나 정책적 '결정'과 그 '결정'이 충분히 설명됐는지는 별개의 논제다. 왜 이 선택이 불가피하며 우리가 어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설명'은 없었다.
 
결국 '탈원전 논란' 시비를 의식한 행보로 보이는 건 왜일까. 그동안 원전 정책을 둘러싼 이해집단 간에는 건강한 토론이 아닌 소모적인 '시비'만 가득했다. 시비의 원인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정해진 결론'을 내려온 정부의 조급함에서 비롯됐다.
 
이번 발표도 논쟁의 여지는 남지만 여론을 해석하면 원전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이 존재한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원전 필요' 인식이 곧 '신규 2기를 건설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노후 원전의 활용, 수요 관리, 재생에너지 확대, 분산형 전원 같은 다양한 대안이 동등하게 비교·검토됐는지 충분한 설명도 없었다. 원전 논쟁은 찬반으로 갈라진 정치 싸움이 아니라 복합적 위험과 비용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조정의 문제로 봐야 한다.
 
그럼에도 결정을 내린 기후부의 설명은 공론화의 한계, 기술적 불확실성, 장기적 책임 문제로 돌리는 뉘앙스다.
 
신규 원전의 가동 시점은 2037~2038년으로 예상된다. 반면 인공지능과 반도체 산업 확대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는 2030년 전후가 정점으로 예견되고 있다. 정부는 향후 전력 수요 증가 전망을 반영, 12차 계획에 넣겠다고 에둘렀지만 공급 시점·수요 논리의 불일치는 정책 신뢰에 의문만 키울 듯하다.
 
또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전의 공존 방안으로 '유연 운전'을 제시했지만 실증·보완이 필요한 기술적 논쟁 요소다. 만일 이 전제가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을 경우 비용과 책임은 사회 전체가 부담하게 된다.
 
더 근본적인 고준위 핵폐기물의 영구 처분 문제, 사고 발생 시 대규모 대피 가능성, 원전 밀집 지역의 위험 부담은 여전히 '추후 논의'로 미뤄져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미래를 말하면서 수십만 년에 걸친 책임 문제를 밀어두는 것이 정확한 설명이라고 보긴 어렵다.
 
결국 갈등을 잠시 덮어두려는 임시방편으로밖에 해석이 되질 않는다. 정부가 가진 '답'을 주입하기보단 우리가 감수해야 할 '비용'과 '위험'을 국민에게 소상히 전하고 동의를 구하는 리더십이 필요할 때다. 정책이 정치가 되지 않게 하는 유일한 길은 정책 결정에 대한 정확하고 투명한 설명에 있기 때문이다.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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