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인공 폐가 한 남성을 살렸다
미 노스웨스턴대 안킷 바락 박사팀
외부 인공 폐 시스템으로 이식 수술
2026-02-03 09:22:54 2026-02-03 14:17:31
현대 의학의 상식을 뒤엎는 사건이 발생해 세계 의학계가 놀라고 있습니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폐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망가져 사망 선고만을 기다리던 33세 남성이, 자신의 폐를 모두 들어낸 채 오직 ‘외부 인공 폐 시스템’에 의존해 48시간을 버텨낸 뒤 성공적으로 이식 수술을 마쳤습니다.
 
이는 의료진의 파격적인 역발상과 최첨단 공학이 결합해 만들어낸 기적으로, 향후 장기 이식과 중증 환자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국제 학술지 <메드(Med)>를 통해 발표된 이 연구 결과를 세계의 과학 매체들은 일제히 주목하고 있습니다.
 
X-선 사진으로 보는 33세 환자의 새 폐(왼쪽)와 기존 폐(오른쪽). (사진=Northwestern Medicine)
 
사망 직전 환자를 향한 도박
 
환자인 33세 남성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ARDS)으로 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설상가상으로 항생제조차 듣지 않는 강력한 내성균인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에 감염되면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폐는 이미 고름으로 가득 찼고, 여기서 뿜어져 나오는 독소는 혈액을 타고 전신으로 퍼져 패혈성 쇼크를 일으켰습니다. 심장과 신장이 멈추기 시작한 ‘액티브 다잉(Active dying)’ 상태였습니다.
 
시카고 노스웨스턴대 핀버그 의과대학의 안킷 바랏(Ankit Bharat) 박사팀은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전례 없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환자가 너무 아파서 이식을 견딜 수 없다면, 먼저 아픈 부위를 제거해 신체를 정화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의료진은 환자의 양쪽 폐를 모두 적출했습니다. 몸 안에 폐가 하나도 없는, 이른바 ‘제로 폐(Zero-lung)’ 상태가 된 것입니다.
 
그동안 의료계에서 폐 기능을 대신하던 장치는 ‘에크모(ECMO, 체외막산소공급장치)’였습니다. 하지만 기존 에크모는 폐가 몸 안에 있는 상태에서 보조하는 역할에 그쳤습니다. 폐를 완전히 들어내면 심장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혈압의 균형이 무너져 심장이 터지거나 멈출 위험이 극도로 높기 때문입니다.
 
바랏 박사팀은 폐가 사라진 빈 공간에서도 심장이 마치 폐가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된 특수 인공 폐 시스템을 투입했습니다. 이 장치는 혈액에 산소를 공급하는 동시에, 심장 좌우측의 압력을 정교하게 조절해 혈액이 끊임없이 순환하도록 도왔습니다. 특히 혈류 정체를 막아 치명적인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혈전 발생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습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습니다. 폐를 제거하자마자 감염원이 사라지면서 환자의 혈압 보조제 투여량이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48시간이 지나자 마비됐던 신장 기능이 회복됐고, 심장은 다시 힘차게 뛰기 시작했습니다. 감염이 사라지자마자 의사들은 그를 이식 대기자 명단에 올렸습니다. 장기가 즉시 확보되었습니다. 바랏에 따르면, “이로부터 2년이 넘게 지난 지금 환자는 놀라운 상태로 심장도 정상이고 폐도 정상”입니다.
 
이번 사례는 단순히 한 명의 생명을 구한 것을 넘어 의학적 상상력을 현실로 끌어내고 있습니다. 시드니 웨스트미드 병원의 이식 전문가 나나샤 로저스(Natasha Rogers) 박사는 이번 연구가 ‘장기 리사이클링’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양측 폐 절제 수술 후 작동한 혈류 적응형 체외 인공 폐 시스템 개념도. (이미지=Med)
 
“장기 세탁해 다시 쓰는 시대”
 
그는 “환자의 폐를 잠시 꺼내 외부 장치에 연결한 뒤, 몸 밖에서 고농도의 항생제나 암 치료제로 폐만 집중 치료하고 다시 본인의 몸에 집어넣는 치료가 이론적으로 가능해졌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만성적인 공여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갈 길은 남아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흉부외과, 중환자 의학, 생체공학 등 수많은 전문가 팀이 24시간 밀착 관리해야 하는 고난도 기술입니다. 현재로서는 세계에서도 극소수의 상급 종합병원에서만 시행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바랏 박사는 <네이처 뉴스(Nature News)>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노스웨스턴 병원에서 고위험 환자들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으며, 이 시스템을 표준화해 조만간 모든 병원이 사용할 수 있도록 상용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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