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통상 '2막'…한국경제 '기회·위기' 교차
민관 합동 가동했지만 '양상 복잡'
표적 관세 '불확실성'…업종별 희비도
경쟁국 관세 '격차 축소'…가격 경쟁력↓
관세 손실 보전 vs 국익 극대화
"정교한 수싸움…예측하기 어려운 국면"
2026-02-23 17:33:05 2026-02-23 18:18:11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트럼프의 '플랜B 관세'에 따라 대미 통상 환경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습니다. 정부도 미국 연방대법원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판결 후 추가 관세 변수에 대한 민관 합동 대응 체계를 가동했지만 양상은 복잡하게 전개될 전망입니다.
 
일각에서는 선제적 협상을 마무리했던 우리나라의 기존 상호관세율이 15%인 만큼, 트럼프의 '플랜B 관세율(글로벌 15%)'과 차이가 없다는 판단이나 '표적 관세의 불확실성'은 남습니다. 특히 K-배터리·자동차산업 등 업종별 희비도 엇갈리는 데다, 중국 등 경쟁국과의 관세 격차 축소도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20~35%의 고율 관세를 적용받던 중국의 경우 관세율이 하락하면서 K-제품에 대한 미 시장 내 경쟁우위를 답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난 22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관세 체계→선택·표적형 재편
 
23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열린 '미 IEEPA 판결 및 추가 관세조치 관련 민관합동 대책회의'에는 기획재정부·외교부·관세청 등 관계부처와 대한상의·무역협회·코트라·중기중앙회 등 경제단체, 자동차·반도체·배터리·철강·바이오 등 주요 업종 협회가 총출동했습니다.
 
상호관세 위법 판결로 무역확장법 제232조(국가안보) 품목 관세는 유지되나 무역법 122조(국제수지) 글로벌 관세와 301조(불공정 무역행위) 조사 가능성이 더해지면서 K-산업, 수출에 복합적 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업계의 고민은 단순히 '관세율 숫자'에만 있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관세 체계가 일괄·보편적 구조에서 선택·표적형 구조로 재편되고 있는 겁니다. 상호관세라는 협상 간 패키지가 사라진 대신 232조, 122조, 301조 등 서로 다른 법적 근거가 중첩되는 다층 구조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관세율뿐만 아닌 예측 가능성의 저하가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일부에서는 트럼프의 플랜B 관세인 '글로벌 15%'가 단기적으로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122조 관세가 법적 시한(최장 150일)이 명확한 한시 조치로 이후 의회 승인 여부, 232조 확대 여부, 301조 조사 착수 여부에 따라 관세 지형은 다시 바뀔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6를 찾은 관람객들이 한미반도체 부스의 반도체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업종별 희비…가격 경쟁력 우려도
 
전략산업에 대한 예측도 엇갈립니다. 자동차는 이미 232조에 따른 15% 관세가 유지되고 있어 글로벌 관세와 중복되지 않지만 세율 상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일종의 보험 성격 면에서도 현지생산 확대 전략은 '선택'이 아닌 사실상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배터리 산업은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존재합니다. 미국의 공급망 내재화 정책과 친환경 산업 육성 기조는 K-배터리 기업의 현지 투자 확대가 불가피한 구조입니다. 단, 원산지 규정이 강화되거나 핵심광물 조달 요건이 엄격해질 경우 비용 구조는 악화될 우려가 있습니다.
 
또 50% 고율 관세가 적용 중인 철강·알루미늄 분야의 경우 추가 인상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쿼터 축소, 비관세 장벽 강화 등 우회적 압박 우려는 여전합니다. 가장 큰 잠재적 위협인 '반도체'입니다. 122조를 활용한 핀셋 인상이나 301조 조사 개시는 반도체 수출 전선에 치명적인 불확실성을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중국과의 '격차 축소'도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20~35%의 고율 관세를 적용받던 중국 제품의 관세율이 하향 조정되면 미국 경쟁 시장에서 한국과의 가격 격차가 줄어듭니다. 전기자동차·배터리·태양광·철강 등 전략 산업의 경쟁 구도에서 경쟁국과의 격차 축소는 상대적 우위가 약화될 소지가 있습니다. 
 
최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로디움 그룹 등 해외 싱크탱크 리서치를 보면, 관세가 중국의 미국 내 수출 점유율을 낮추는 효과를 불러오는 것으로 분석한 바 있습니다. 무역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선제적 협상을 완료한 우방국들은 사실상 투자 프리미엄이 사라진 격"이라며 "천문학적인 투자를 약속하며 상호관세율을 15%로 낮췄으나 전 세계 15%로 평준화되면서 우방국 우대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 가격경쟁력 면에서 점유율 방어는 고민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열린 '미국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판결 및 추가 관세조치 관련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부)
 
'관세 손실 보전' 대 '국익 극대화'
 
정부는 '국익 극대화'라는 원칙 아래 이익 균형과 대미 수출 여건이 훼손되지 않도록 우호적 협의를 지속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미 약속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 등 기존 합의를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문제는 '관세 수입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트럼프 행정부와 '국익 극대화'를 원칙으로 내민 한국 간의 '이익의 균형'입니다. 미 예일대 예산 연구소의 분석 추산을 보면, 미 평균 실효 관세율은 기존 16%에서 글로벌 관세 15%를 적용하면 13.7%로 낮아집니다.
 
기관 한 관계자는 "통상당국은 트럼프 행정부와 '이익의 균형'을 재설정하는 정교한 수싸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며 "이익 균형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기회 요인 못지않게 위기 요인을 경계해야 한다. 통상 질서의 재설계가 예견된 상황에서 더 정교하고 더 예측하기 어려운 국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정관 장관은 "수출여건 변화 가능성에 대해 우리 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수출 다변화 정책을 끈기 있게 추진하고 관세 환급 불확실성에 대응해 기업에 적기 정보 제공이 될 수 있도록 유관기관 및 업종 협·단체와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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