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데스크칼럼)널뛰는 증시, 흔들리는 한국 경제의 축
지정학 리스크가 흔드는 한국 경제…유가·환율 동시 출렁
급등과 급락 반복하는 시장…과거 성장 공식의 균열
2026-03-11 09:41:27 2026-03-11 11:38:34
이 기사는 2026년 03월 11일 09:4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또 당했다. 11일 큰 폭으로 무너졌던 국내 증시가 하루 만에 반등했다. 패닉에 빠진 개인투자자들은 말 그대로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불과 일주일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지난 4일 역대 최대인 12% 넘게 하락하며 공포에 휩싸였던 시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이튿날 급등세로 돌아섰다. 이틀 사이 시가총액이 롤러코스터를 탔고, 원화 가치도 크게 흔들렸다.

 

요즘 시장을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단어는 ‘변동성’이다. 상승도 하락도 아니다. 방향보다 속도가 문제다. 하루 사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는 장세가 반복되고 있다.

 

사실 올해 초만 해도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인공지능(AI) 투자 열풍과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가 맞물리면서 증시는 낙관론에 휩싸였다. 일부에서는 '코스피 7000시대'라는 장밋빛 전망까지 등장했다. 한국 증시가 새로운 상승 국면에 진입했다는 기대감도 컸다. 

 
지난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경(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중동 정세가 급격히 흔들리면서 금융시장도 함께 요동치기 시작했다. 국내 증시는 그 충격을 그대로 흡수하는 모습이다. 하루는 급락하고 다음 날은 급등한다. 주가 지수가 개별 종목처럼 출렁인다.   


배경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자리 잡고 있다. 중동 긴장감이 높아지자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했고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금융시장은 곧바로 충격을 받았다. 한국 경제는 이런 변화에 특히 민감하다. 원유 대부분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구조 때문인데, 유독 중동 의존도가 높다.     

환율도 마찬가지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00원에 근접했다. 금융위기 시기에나 보던 숫자다. 중동 전쟁과 외국인 자금 이탈이 겹치면서 환율 변동성도 크게 확대됐다.   

문제는 유효기간이 지난 과거의 경제 방정식으로 내일의 시장을 풀려 한다는 데 있다. 과거에는 "환율 상승이 수출 경쟁력을 높인다"는 공식이 통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수출 이익을 갉아먹는 상황 속에서 고환율은 오히려 수입 물가를 자극해 내수와 투자를 동시에 위축시키고 있다.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낮은 생산 비용, 자유로운 무역 질서 등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세 가지 축은 이미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에너지는 정치적 무기가 됐고 공급망은 지역별로 갈라지고 있다. 자유무역 질서도 예전만큼 단단하지 않다. 여기에 지정학적 충돌까지 겹치면서 시장은 점점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은 단순히 심리적 불안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믿어온 경제 구조가 변하고 있다는 시장의 절박한 신호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코스피 7000'이라는 신기루 같은 숫자 회복이 아니다. 한국 경제가 외부 충격을 견딜 수 있는 맷집이다. 시장은 언제나 숫자보다 현실에 먼저 반응한다.   

폭풍우 속에서 돛을 더 높이 올리는 것이 반드시 용기는 아니다. 때로는 속도를 줄이고, 배를 지키고, 항로를 다시 점검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선택이다. 지금 한국 경제가 서 있는 자리가 바로 그렇다.

유창선 금융시장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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