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내년 '물가대란' 예상..정부 관리능력 있나
휘발유·식품값 줄인상..공공요금도 합세
정부 "충격 최소화..가격 억제 권고" 되풀이
2010-12-24 11:03:26 2011-06-15 18:56:52
[뉴스토마토 장한나기자] 내년 물가 '대란' 조짐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올해 식품물가 폭등으로 화들짝 놀란 국민들의 내년 삶은 더욱 팍팍해 질 것이란 우려다.
 
국제 원당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CJ제일제당 등 제당업체들은 설탕값 인상에 나섰고 이를 핑계로 식품업계도 가격 인상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원유값이 최근 배럴당 90달러 선을 넘겼고, 공공물가도 지자체를 중심으로 줄인상이 예고되어 있다.
 
하지만 정부는 충격을 최소화하고 기업들에게 가격 억제를 권고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할 뿐 뾰족한 수를 내놓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물가관리 임무를 띈 한국은행은 "내년 3%대 중반에서 물가를 관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정도의 '선방'이 가능할 지 의문스런 목소리가 나온다.
 
◇ 휘발유값 2000원선까지..설탕·밀가루價도 '들썩'
 
유가의 경우 원유가가 지난 21일 기준 배럴당 90.31달러로 지난 2008년 9월 이후 처음으로 90달러선을 돌파했다.
 
국제유가 상승세에 따라 휘발유가격도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집계기준으로 전국 주유소의 리터당 평균 휘발유가격은 이달 첫째 주 1729.1월에서 둘째주 1740.6원, 셋째주 1767.6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2008년 8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현재 유동성이 풍부해 주식시장이나 원유시장 등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가 상승세가 계속되진 않을 것이지만 가격 상승이 한번 이뤄지면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원당가격도 지난해 말 대비 22% 오르면서 원당 업체들은 설탕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 CJ제일제당은 24일부터 설탕 출하가격을 평균 9.7%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밀가루 업체들도 이르면 다음달 초 가격을 15% 가량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탕값을 10% 올리면 원가가 0.3~1% 가량 오른다. 문제는 가공식품 업체들이 설탕이나 밀가루값을 핑계로 제품값을 한번에 20~30%씩 오르는 데 있다.
 
정부는 원유, 원당값 급등에 대해서는 '외부요인'이기 때문에 손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유가와 설탕 같은 것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영향이 크다"며 "관계부처와 협의해 바로 반영되는 폭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협조요청 하겠다"고 말했다.
 
설탕가격 급등으로 인한 관련업계 물가 인상 움직임에 대해서는 "기업들에게 내부적으로 흡수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특히 지식경제부가 관련 협회 등에게 협조요청을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고' 이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뜻이다.
 
◇ 내년 소비자물가 연 3%대?..체감물가가 문제
 
정부가 그나마 손댈 수 있는 것은 공공요금이지만 지자체를 중심으로 공공요금도 들썩이고 있다.
 
대전시는 내년 2월 설 직후, 버스와 지하철 요금을 150원(카드 기준) 일괄 인상하기로 했다. 대구시도 버스요금을 현 950원에서 108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천시는 하수도 사용료를 내년 3월에 올리기로 하고 대전시도 상수도 요금 한 자릿수 인상방안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도 지하철과 버스요금을 100~200원 가량 올리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수도 요금의 경우 14.5% 정도의 인상요인이 생겨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중앙정부로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 행정안전부 중심으로 지방물가 관리시스템을 구축해서 59개 품목을 선정, 가격을 공개하는 방안이 마련된 상황"이라며 "이를 통해 각 지자체장들의 물가 관리 의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공공요금 인상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원가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공공요금이 많아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버거운 장바구니 가격과 교통요금 상승에 공공물가 인상까지 겹쳐 체감경기는 풀리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가 2%대로 안정세를 유지했다고 자평했지만 실제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이보다 훨씬 높다. 식품을 중심으로 생활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은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생활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나라 1~2위권에도 올랐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내년 한은이 '3%대 중반'에서 물가를 관리한다고 해도 체감경기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스토마토 장한나 기자 magare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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