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도 유증기 많아"…'대전참사' 발생 전부터 노동자들 '불안'
수년 전부터 기름 찌꺼기 원인 화재 잇따라 발생
내부 지적 이어졌지만 개선하지 않아…결국 참사
"'유증기 회수설비' 설치 제도 마련 필요" 주장도
2026-03-24 17:53:53 2026-03-24 17:53:53
[뉴스토마토 박진석 기자] 대형 화재 참사가 일어난 대전 대덕구 문평동의 안전공업 공장에서 수년 전부터 기름 찌꺼기로 인한 화재가 잇따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동안 안전공업 직원들은 화재가 빈번히 발생하는 상황에서 불안함을 겪으면서도 근무를 이어간 겁니다. 기름 찌꺼기는 금속 가공에 쓰이는 절삭유가 증발한 유증기로 인해 만들어지는 만큼 '유증기 회수설비' 설치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지난 21일 대전 대덕구 문평동 소재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안전공업 공장이 화재 여파로 그을린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24일 대전소방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안전공업에서는 총 7번의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 중 2020년 9월 담배꽁초에 의한 화재를 제외하면 모두 기름 찌꺼기가 화재의 원인이었습니다. 2017년 1월에는 마찰열로 인해 집진기 내부에 있는 분진에 불이 붙었고, 2019년 7월에는 열처리 공정 작업 중 마찰열에 의해 집진기 내부 금속분 슬러지(찌꺼기) 등에서 불이 났습니다. 2023년 5월에는 집진기 덕트 청소를 위해 드릴로 천공 작업 중 발생한 불티가 슬러지에 떨어져 화재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20일 발생한 대형 화재도 기름 찌꺼기에 불이 붙으면서 피해가 커졌던 것으로 소방 당국은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에 수년 전부터 기름 찌꺼기로 인한 화재 발생에도 근본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다가 결국 74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기름 찌꺼기는 기름이 증발해 공기 중으로 분산된 유증기가 축적돼 만들어집니다. 안전공업은 자동차·선박용 엔진밸브를 생산하는 업체로 제품을 가공할 때 절삭유를 사용하는데,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열로 쉽게 기화돼 공기 중에 퍼집니다. 
 
실제 안전공업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기름 찌꺼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측에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묵살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안전공업 노조 관계자는 "환기 시설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계속 사측에 개선을 요구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직원은 "뿌연 유증기로 언제 화재가 날 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 많았고, 직원들이 불만을 토로했지만 상황이 바뀌진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직원들은 기름 찌꺼기로 인한 불이 빈번히 일어나는 불안한 상황에서도 일을 해왔던 겁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공기 중 유증기를 제거할 수 있도록 유증기 회수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안전공업에는 유증기 회수설비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장 내 각종 설비에서 발생하는 열로 화재가 이어질 수 있어 유증기를 제거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했으면 화재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규출 한국안전환경원장도 "주유소나 저유소 등 석유를 다루는 곳에는 유증기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유증기 회수설비를 설치하도록 법령(대기환경보전법)에 규정됐다"며 "하지만 그 외 분야의 공장은 이러한 규정이 없다. 이를 설치하도록 제도적 개선이 이뤄지면 안전공업 화재와 같은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진석 기자 ptba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